코스피 3000시대 장밋빛 전망, 외부 이슈에 좌절
IPO 시장도 휘청…대어 실종·상장 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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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3000도 꿈이 아니다”

지난해 말 증권사들이 앞다퉈 쏟아낸 올해 증시 전망이다. 현재 코스피는 2000~2100 박스권에 갇혀 코스피 3000 돌파는 사실상 좌절됐다.

당시 국내 주요 증권사 10곳은 코스피 밴드(등락범위)를 2250~3100을 예상했다. 코스피 3000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한 증권사도 삼성증권, KB증권, 키움증권, 현대차증권, 이베스트투자증권, 대신증권, 신영증권 등 7곳에 달했다.

삼성증권은 가장 높은 전망치인 3100을 제시했다. 글로벌 경제의 성장세가 확인되고 내년 전망도 긍정적이라는 이유로 높은 수치를 내놨다.

교역량 증가가 국내총생산(GDP) 성장을 추월할 것으로 예상되고 주요국 수출단가 상승이 과거 호황기와 유사한 모습을 보인다는 것이다.

KB증권도 증시 강세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하면서 3060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전망하고 코스닥에 대해 1000에 도달할 수 있다는 관측을 제시했다.

임상국 KB증권 연구원은 “코스닥 1000이 불가능한 지수대는 아니다”며 “정책, 수급, 실적, 글로벌 패러다임 변화에 따른 성장성 등 코스닥 시장에 우호적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증권가의 긍정적인 전망처럼 올해 초 코스피는 3000선 돌파를 향해 속도를 냈다. 지난 1월 29일에는 장중 한때 사상 처음으로 2600선을 넘긴 2607.10까지 치속기도 했다. 이날 종가는 전날보다 23.43(0.91%) 오른 2598.19를 기록했다.

코스닥도 연일 신기록을 경신했다. 같은 날 코스닥은 전 거래일보다 13.93(1.53%) 오른 927.05로 장을 마감했다. 종가 기준 920선을 돌파한 것은 약 16년 만이고 1월 상승 폭으로는 2005년 1월 이후 13년 만에 가장 컸다.

매년 새해마다 상승세를 보이는 ‘1월 효과’와 SK하이닉스의 실적 발표를 계기로 정보기술(IT)주가 상승하면서 투자심리가 개선된 것이 코스피에 호재로 작용됐다. 정부가 연기금의 코스닥 투자 확대 의지를 드러낸 것이 코스닥 상승을 이끌었다.

증시 활황에 주식시장은 시가총액 2000조원 시대를 맞이했다. 1월 29일 종가 기준으로 코스피 시총은 1688조8140억원, 코스닥은 330조3540억원으로 총 규모 2019조1680억원을 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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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2월 7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56.75(2.31%) 하락한 2396.56으로 4개월 만에 2400선 아래로 떨어졌다. 미국 뉴욕 증시에서 금리 인상이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는 우려로 주요 지수가 모두 폭락하면서 국내 증시에도 영향을 미쳤다.

이후 6월 18일 전 거래일보다 27.80(1.16%) 내린 2376.35로 장을 마치면서 하락세를 본격화했다.

미·중 간 무역갈등이 영향을 미쳤다. 6월 15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은 중국 1102개 수입제품에 대해 500억달러 규모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중국 상무부는 이에 반발해 16일(현지시간) 미국과 대등한 규모, 동등한 강도의 관세부과 조치를 내놓겠다고 밝히면서 무역갈등이 본격화됐다.

악재는 끊이지 않았다. 10월 29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31.10(1.53%) 내린 1996.05로 장을 마감하면서 심리적 지지선이었던 2000선이 붕괴했다. 특히 10월 한 달에만 13.37% 떨어지면서 ‘공포의 10월’이라고 불릴 정도였다. 코스닥도 같은 기간 21.11% 내렸다.

반면 최근 증시는 소폭 회복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달 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 무역갈등을 원하지 않는다는 ‘좋은 통화’를 했다는 소식이 증시에 훈풍을 불어넣었다. 미국 중간선거 결과가 시장의 예상대로 나오면서 국내 증시는 소폭 회복세를 보여 20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18.72(0.90%) 내린 2060.12, 코스닥은 3.95(0.59%) 내린 668.13으로 마감했다.

연이은 악재에 증시가 휘청이면서 기업공개(IPO) 시장도 쪼그라들었다.

20일 기준 올해 코스피·코스닥의 누적 IPO 공모금액은 총 2조6507억원으로 지난해(7조9741억원)보다 66.76% 줄었다. 최근 5년 중에서도 가장 저조했다.

공모금액 1조원 이상의 대어도 찾아볼 수 없었다. 지난해 상장한 기업 중 1조원을 넘긴 곳은 넷마블게임즈(2조6617억원), 아이엔지생명(1조1055억원), 셀트리온헬스케어(1조87억원) 등 3곳이었다. 반면 올해에는 한 건도 없었다. 애경산업이 1979억원으로 가장 규모가 컸다.

대어급으로 기대를 모으던 상장 예정기업들이 상장을 지연하거나 취소한 경우도 있었다. 코스닥 IPO 최대어로 꼽히던 카카오게임즈는 지난 9월 상장 계획을 취소했다. 카카오게임즈 측은 게임 개발과 지식재산권(IP) 기업 M&A 등에 집중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지만 업계에서는 회계감리 이슈에 발목을 잡혔다는 분석이 나왔다.

연대 코스피 상장을 추진하던 현대오일뱅크는 내년으로 상장을 미뤘다. 지난 8월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했지만 금융당국의 회계감리로 일정이 지연됐다.

내년 증시 역시 박스권을 벗어나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다.

유승민 삼성증권 연구원은 “내년 주당순이익(EPS)은 올해보다 5.5% 증가할 전망인데 2016년 이후 가장 낮은 이익성장 예측이다”며 “이 같은 실적 동력 둔화로 코스피 상승은 제한될 것이다. 내년 코스피는 1950~2360 범위에서 등락할 것이다”고 내다봤다.

신한금융투자도 내년 코스피 예상 등락 범위를 1850~2350으로 예상했다. 곽현수 투자전략팀장은 “코스피가 사상 최저 수준의 밸류에이션을 보이고 있다”며 “내년 하반기 달러화 약세 전환 가능성이 높고 기업 이익이 100조원을 달성한다면 코스피가 최대 2350에 도달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파이낸셜투데이 김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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