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2·3분기 애플 제친 화웨이, “2020년 삼성 누른다”
IT강국 민낯 보여준 KT화재, 초연결사회 대비 필요성 대두

고동진 삼성전자 IM부문장. 사진=삼성전자

올해 이동통신업계에서는 눈에 띄는 굵직한 변화가 많은 ‘다이내믹’한 한해였다. 스마트폰 성능이 상향 평준화된 가운데 소비자들의 제품 교체 주기는 길어졌고 신제품에서 두드러지는 하드웨어 혁신은 부재했다.

삼성전자는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1위를 지켜냈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고가전략을 내세운 애플은 주춤했고 그 틈을 비집고 무서운 기세로 성장한 화웨이는 시장 점유율을 확대했다.

5G 상용화에 대한 첫걸음도 내디뎠다. 다만 KT 통신구 화재로 일대 지역이 통신 대란을 겪으면서 초연결사회를 대비한 대응방안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삼성·애플 비집고 화웨이 ‘급성장’…지지부진 LG

삼성전자는 올해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20.5%의 점유율로 1위를 유지했다. 지난 2012년부터 올해까지 7년 연속 1위 자리를 지켜낸 셈이다.

하지만 안심할 수 없는 1년이었다.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의 맹추격으로 시장 1위 자리가 흔들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올해 삼성을 위협한 건 애플이 아닌 화웨이다. 이른바 ‘가성비’를 내세운 중저가 스마트폰으로 시장을 공략한 화웨이는 시장 점유율 13.9%로 애플을 제치고 2위에 오르기도 했다.

삼성전자와 애플의 단단했던 양강구도에 균열이 가기 시작한 모습이다. 시장조사기관 SA(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지난 3분기까지 올해 누적 스마트폰 판매량 1위는 2억2000만대를 공급한 삼성전자다.

화웨이(1억4530만대)와 애플(1억4040만대)은 각각 2위, 3위에 올랐다. 판매량 1억대를 목전에 둔 중국의 샤오미(9330만대)는 4위에 자리했다.

중국 업체들의 성장세는 내년에도 계속될 것으로 판단된다. 고가 프리미엄 스마트폰 대비 성능이 뒤처지지 않으면서 가격은 저렴해 중저가폰으로 눈을 돌리는 소비자들이 느는 추세기 때문이다.

리처드 유 화웨이 소비자 제품부문 CEO는 최근 한 인터뷰를 통해 “2019년에는 삼성전자와 비슷한 위치에 설 것이다”며 “2020년에는 1위에 오를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중국 베이징에 위치한 화웨이 매장. 사진=연합뉴스

이에 국내 업체들도 잇달아 중저가 모델 라인업 확충에 나섰다. 프리미엄 모델에 신기술을 탑재해 소비자를 공략하던 기존 전략을 중저가폰에 혁신기술을 우선 도입하는 방식으로 수정했다. 이용자 편의 기능을 더하고 사후지원을 강화하는 등 서비스 역시 대폭 개선됐다.

이 같은 기류에도 애플은 고가전략을 고수해 눈길을 끌었다. 지난해부터 꼬리표처럼 따라붙은 ‘초고가·호갱 논란’은 올해에도 이어졌다. 새롭게 출시한 아이폰XS 시리즈(XS·XS맥스·XR)는 200만원에 육박한 출고가를 달고 시장에 등장했다.

아이폰XS 및 XS 맥스 등으로 아이폰 평균판매가격(ASP)를 793달러로 전년 동기(618달러) 대비 30% 정도 올린 애플은 3분기 사상 최고 이익을 경신했다. 순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2% 증가한 141억달러(15조9700억원)에 달했다.

그러나 소비자들의 기대감에 못 미치는 혁신으로 호응이 떨어지면서 곧 판매 부진을 초래했다. 3분기 판매량은 4690만대로 시장 기대치인 4750만대를 밑돌았다.

애플 전문가로 알려진 궈밍치 TF인터내셔널 애널리스트에 따르면 올해 아이폰 연간 판매량은 기존 2억1000만대에서 500만대 감소했다. 애플은 앞으로 아이폰을 비롯한 아이패드 등의 판매 실적을 공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한편 LG전자는 2015년 2분기 이후 올 3분기까지 14분기 연속 적자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LG전자는 3분기 기준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3%로 지난해에 이어 8위에 자리했다. 반면 판매량은 25%가량 감소했다.

삼성과 애플의 프리미엄 스마트폰과 비교해 LG 제품에 대한 소비자 호응은 떨어졌다. 가성비를 앞세우고 물밀 듯 밀려오는 중국산 중저가폰으로 LG전자만의 차별화 전략을 취하기도 어려웠다는 반응이다.

실적 부진으로 LG전자는 스마트폰 사업을 담당하는 MC사업본부 수장을 1년 만에 교체했다. 황정환 MC사업본부장이 물러난 자리는 권봉석 HE사업본부장이 겸직한다.

◆5G 상용화 첫걸음, KT화재로 빛바랜 ‘세계최초’ 타이틀

올해 국내 이통업계는 ‘세계최초 5G 전파 송출’이라는 쾌거를 이뤄냈다. 올 한해 이통3사는 ‘세계최초’ 5G 상용화를 위해 매진했다. 지난해 정부와 로드맵을 그리며 5G망 구축에 나선 지 1년 만에 맺은 결실이다.

지난 2월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성공적인 5G 시범서비스를 선보인 이통업계는 이후 6월, 총 3조6183억원 규모의 주파수를 낙찰받고 속도감 있게 5G망 구축을 추진했다.

5G 상용화 공동개시를 위해 마련된 통신 3사 최고경영자 간담회. 왼쪽부터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 황창규 KT 회장,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사진=연합뉴스

이후 무선설비 기술기준을 마련한 이통사들은 지난 10월부터 기지국 및 단말 전파 인증, 지난달 이용약관 신고 등 준비과정을 거쳐 이달 1일 0시를 기해 5G 전파를 송출했다.

SK텔레콤은 스마트팩토리와 자율주행차, KT와 LG유플러스는 인공지능 로봇과 경작용 트랙터에 5G를 적용했다. 이들 통신사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로 꼽히는 5G 상용화를 위해 다양한 부문으로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다.

5G가 상용화되면 모든 기기가 초고속으로 지연 없이 연결된다. 초고화질 동영상, 실감형 미디어 콘텐츠는 물론 홈 IoT, 인공지능, AR·VR 등 서비스가 활성화될 것으로 판단된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인프라로 꼽히는 5G의 세계최초 상용화라는 상징성에도 분위기는 뜨겁지 않았다. 5G 전파 첫 송출을 일주일 앞둔 지난달 24일 발생한 KT 아현지사 통신구 화재사고는 초연결사회를 앞둔 우리 사회에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됐다.

KT 아현지사는 단순 광케이블이 지나는 D등급 시설로 분류돼 있어 이 같은 사고가 발생했을 때 통신장애를 대체할 백업체계가 갖춰지지 않았다.

이번 화재는 서울 서대문구를 비롯한 중구, 마포구, 용산구, 은평구 및 경기도 고양시까지 일대 지역을 마비시키는 통신대란을 불러왔다. KT 통신망을 사용하는 휴대전화, 카드 단말기, 포스(POS) 등이 먹통돼 소비자는 물론 영세상인들까지 상당수 손해를 입었다.

5G 전국망이 온전히 갖춰지고 지향하는 초연결사회가 도래한 이후 KT화재와 비슷한 사고가 발생하면 심각한 인명피해까지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업계에서는 안전사고 대응체계를 속속 마련하고 있다.

KT는 이번 화재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 대상 위로금을 지급하기로 하고 유무선 회선 가입자에게는 1개월 요금 감면, 동케이블 기반 일반전화 및 인터넷 이용자에게는 각각 6개월, 3개월 이용요금 감면안을 제시했다.

이어 박정호 SKT 사장은 “ICT 생태계의 근간이 되는 통신 인프라를 운용하는 엄중한 사회적 책임을 한시도 잊지 않겠다”며 “네트워크, 생활, 사회 모두 복합성이 높아지기에 앞으로는 찰나의 흔들림도 용납되지 않을 것이다”며 안정성 확보와 사회적 책임에 기반해 관련 기술을 개발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19일 하현회 LGU+ 부회장은 송년기자간담회에서 “(KT화재와 같은 사고는) 어느 통신업체에서나 발생할 수 있다”며 “KT화재 이후 사고지원은 물론 전사차원에서 전국 LGU+ 국사 점검을 진행했다. 기존 국사 등급이 느슨하다고 판단되면 이 부분을 보완해 재정비하겠다”고 설명했다.

파이낸셜투데이 배수람 기자

저작권자 © 파이낸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