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보건환경연구원 실험 결과, 유해물질 검출…인체발암가능물질 포함
PS 용기 내열성 약해…고온의 경우 VOCs 상대적 다량 검출
식약처 “인체 무해, 식품용기 사용 문제없으며 규제도 없다”

폴리스티렌(PS) 재질의 용기에 대해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으나 일부 식품업체들은 여전히 컵라면 용기를 PS 재질로 생산‧사용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폴리스티렌(PS) 용기는 가볍고 저렴하며 편리하다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성형과정에서 첨가되는 가공보조제들의 안전성 문제가 수년째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그럼에도 일부 식품업체는 PS 용기를 여전히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PS 소재가 쓰이는 제품은 컵라면과 테이크아웃용 컵 뚜껑, 편의점 도시락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 도시락의 경우 따뜻하게 섭취하기 위해 전자레인지를 사용하는데, 이 과정에서 유해물질이 발생할 수 있다는 문제점이 지적돼 최근 폴리프로필렌(PP) 소재로 바뀌는 추세다.

하지만 고온의 물이나 증기가 직접적으로 닿는 컵라면 용기와 테이크아웃용 컵 뚜껑은 여전히 PS 소재가 사용되고 있다.

PS 소재가 문제가 되는 이유는 내열성이 70~90˚C로 PP 소재에 비해 약하다는 것이다. 이는 고온에 노출될 경우 변형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 과정에서 내분비 교란 원인 물질로 지목되는 비스페놀A와 스티렌다이머 등 환경호르몬을 발생시킨다.

컵라면 용기에서 검출되는 스티렌다이머나 스티렌트리머 등은 내분비선에서 호르몬 합성과 체내 세포까지 호르몬 운반 과정을 교란시키는 물질로 알려져 있다. 환경호르몬이 유발하는 부작용으로는 생식 기능의 이상과 호르몬 분비의 불균형이 있다. 또 면역 기능을 떨어뜨려 질병에 감염될 확률과 유방암·전립선암 등 질병 발병 가능성을 높인다.

전문가들은 플라스틱 재질의 제품에서 환경호르몬이 많이 용출되기 때문에 천연소재인 유리·도자기 등의 용기와 제품을 쓰도록 권장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가 지속적으로 지적됨에도 식품업계가 PS 소재로 된 용기를 생산‧사용하는 것은 가공성이 뛰어나 전천후로 사용할 수 있으며, 비용이 PP에 비해 훨씬 저렴하기 때문이다.

2010년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에서 총 42개의 PS 용기를 준비해 21개 PS 용기에 60˚C 물을, 나머지 21개 PS 용기에 95˚C 물을 담아 휘발성 유기화합물(VOCs) 검출 실험을 진행했다.

당시 실험결과 60˚C 물을 담은 PS 용기보다 95˚C 물을 담은 PS 용기 대부분에서 유해물질이 상대적으로 다량 검출됐다. 가장 큰 차이를 보인 휘발성 유기화합물로는 스티렌(Styrene‧스타이렌)으로 평균치가 10배 이상 차이를 보였으며, 특정 PS 용기는 60˚C 물을 담았을 때 보다 95˚C 물을 담았을 때 스티렌이 최대 33배 더 많이 용출됐다.

이어 에틸벤젠(Ethyl benzene)이 60˚C 보다 95˚C에서 평균 7배 이상 더 용출됐다.

스티렌과 에틸벤젠은 모두 독성물질이다. 높은 농도의 스티렌에 잠시라도 노출되면 신경계에 이상이 생겨 근육 이완이나 피로, 구역질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는 동물실험을 통해 입증됐으며 오랜 시간 스티렌 증기를 쐰 동물은 간에 이상이 생겼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또한 발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으며, 특히 백혈병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 동물실험에서 밝혀졌다. 이러한 문제점으로 인해 국제암연구기관은 스티렌을 인체발암가능물질로 분류했다.

에틸벤젠은 현기증과 무기력증을 유발할 수 있으며, 피부 유해성 물질로 지정된 물질이다. 이 외 소량이지만 톨루엔과 이소프로필벤젠, n-프로필벤젠 등 유해물질도 함께 용출됐다.

이러한 인체 유해물질이 검출됐음에도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는 “과거 환경호르몬이 검출돼 문제점이 지적됐으나, 일본에서 추가 연구를 통해 그것은 환경호르몬이 아니고 인체 안전성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며 “뜨거운 물을 붓더라도 환경호르몬은 검출되지 않았으며 이러한 과학적 근거를 토대로 인체에 지장이 없는 것으로 확인돼 PS 재질 용기를 규제하고 있지 않고 음식 용기로 사용할 수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식약처는 해명의 근거로 제시한 일본 연구 결과에 대한 자료는 내놓지 못했다.

이와 관련 PS 재질의 용기를 사용하는 식품업계 관계자들은 “PS 용기 생산‧사용과 관련해서는 식약처에서 관리감독을 하는데 큰 문제점이 발견되지 않아 사용을 할 수 있도록 허가를 내 준 제품이다”며 “식약처 측에서 PS 용기에 대해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면 즉각 대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파이낸셜투데이 제갈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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