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김민희 기자

음란물사이트에서 공유되는 ‘몰카’는 더이상 특별한 누군가의 사건이 아니다. 영상 속 피해자는 나를 비롯한 모든 여성의 문제가 됐다.

몰카 범죄에 공포를 느끼는 여성들은 늘고 있지만 불법 촬영물의 수요는 꾸준하다. 통계청이 13일 발표한 ‘한국의 사회동향 2018’에 따르면 전체 성범죄 중 몰카 범죄는 2007년 3.9%에서 약 10년 만인 2016년 17.9%로 증가했다.

촬영방법도 다양하다. 안경·시계·볼펜을 이용한 초소형카메라는 온라인쇼핑몰에서 판매 베스트 목록에 오르기도 했다. 이 같은 초소형카메라로 촬영된 불법 촬영물은 이른바 ‘국산야동’으로 둔갑해 범죄의식 없이 음란물사이트에 버젓이 공유된다.

한국은 ‘몰카 영상 제국’이라는 수식어가 붙을 정도로 불법 촬영물이 잘 팔리는 곳이다. 최근 ‘웹하드 카르텔’로 사회적 공분을 사게 한 양진호 회장은 웹하드 업체 위디스크, 파일노리 등에서 퍼나르기 식으로 공유되는 불법 촬영물 헤비업로더를 체계적으로 관리해 회사의 주 수익원으로 삼았다.

이면에서는 영상 삭제를 원하는 여성들의 불안감을 타깃으로 한 필터링 업체도 운영했다. 양 회장이 소유한 업체의 최근 1년간 매출액은 550억원에 달한다.

이 같은 불법 영상 촬영 및 유통이 사회문제로 대두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999년부터 운영되던 음란물사이트 ‘소라넷’은 2016년 전면 폐쇄됐다. 100만명의 회원을 보유한 이 거대한 사이트는 불법 촬영물 유통뿐만 아니라 성폭행 모의가 이뤄지기도 했다.

소라넷 폐쇄 이후 사회적 인식 변화를 기대했으나 핵심 서버만 사라졌을 뿐 불법음란물 유통은 근절되지 않았다. 제2, 제3의 소라넷은 계속해서 등장했다.

여성들은 성범죄의 경각심을 높이고 사회 전체가 공유할 수 있도록 스스로 목소리를 높이는 방법을 택했다. 2016년 강남역 살인사건 이후 여성범죄에 관한 움직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시작한 셈이다. 지난 8월 열린 ‘불법촬영 편파 수사’ 규탄 4차 시위에는 7만명이 모여 한목소리를 냈다.

20년 가까이 지속돼 온 불법 촬영물 유통은 성폭력관련법으로는 구속하기 힘든 범죄에 속했다. 성인음란물을 내려받는 것은 개인의 자유에 속한다는 주장이 거세기 때문이다. 그러나 불법 촬영은 심각한 범죄에 속하며 해당 영상을 시청·공유하는 것 역시 피해자의 고통에 가담하는 것임을 깨달아야 한다.

법무부는 셀프촬영물을 제3자가 유포해도 처벌할 수 있도록 관련 법을 개정했다. 그러나 터지는 둑을 한 두 개의 손가락만으로 막을 순 없다.

일반 여성들의 일상을 포르노로 바라보는 시각이 사라지기 전까지 디지털성범죄는 절대로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아무런 죄의식 없이 시청하는 불법 촬영물에 한 사람의 인생이 망가질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

파이낸셜투데이 김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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