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미혁 “흡연자 알권리‧비흡연자 건강권 보장”…담배사업법 일부개정안 대표발의
현행법, 연기 성분만 표기 대상…증기는 포함 안 돼
식약처 실험, 증발 수분 측정 힘들어…타르 수치 부풀릴 가능성 있어
궐련형 전자담배 유해성 검사, 국제 기준 없어 표기 어려울 수도

사진=연합뉴스

궐련형 전자담배에 호주와 뉴질랜드, 일본 등 다수의 국가들은 현재 타르와 니코틴을 표기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최근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와 국회의원들 사이에서는 궐련형 전자담배 담뱃갑에도 타르와 니코틴을 표기해야한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권미혁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는 흡연자의 알권리와 비흡연자의 건강권을 보장하기 위해 궐련형 전자담배 담뱃갑에도 니코틴‧타르 등 인체에 유해한 주요 성분‧함량을 표시하도록 하는 담배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지난 2월 대표발의 했다.

그들이 발의한 담배사업법 일부개정안은 “궐련형 전자담배도 엄연히 현행법상 규제대상이지만, 시판된 지 얼마 안 된 탓에 유해성분 함량표시 의무화 대상에서 빠져 있다”며 “담배사업법 제25조의2제1항 담배 한 개비의 ‘연기’ 또는 ‘증기’에 포함된 주요 성분과 그 함유량을 표시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그들 주장대로 궐련형 전자담배 갑에 타르와 니코틴을 표기할 경우 흡연자들에게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

타르는 담배 속 니코틴과 수분을 제외한 나머지 유해성분의 양을 의미하며, 벤조피렌 같은 유해 성분과 글리세린처럼 인체에 해롭지 않은 무해 성분이 뒤섞여있다.

타르 수치를 정확히 분석하기 위해서는 궐련형 전자담배 증기 속에 포함된 수분의 함량을 측정할 수 있어야한다. 하지만 식약처가 이용한 일반 담배 분석 방식은 80% 이상이 증기인 궐련형 전자담배의 증발하는 수분을 측정할 수 없다.

이는 곧 타르 수치를 부풀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궐련형 전자담배 증기에서 10이라는 입자가 나왔을 때, 니코틴이 1, 수분이 6인 경우 이를 뺀 나머지인 3의 입자가 타르다.

하지만 식약처 기준 실험방식으로 분석하면 수분 6 중 일부가 증발해 6보다 적게 측정된다. 결국 수분이 5 또는 4로 측정되고, 타르 수치는 4~5로 둔갑한다.

기존 일반 담배 분석 방식으로는 수분 증발이 많은 궐련형 전자담배에서 타르 수치가 높게 나올 수밖에 없는 셈이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타르를 위해성 지표로 삼는 것은 과학적으로 적절치 않다는 것이 담배 업계의 중론이다.

국제기관들 역시 타르를 유해성 수준과 연관시키면 안 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15년 ‘담배 제품 규제의 과학적 근거에 관한 보고서’를 발간했다. WHO는 여기서 “타르는 담배규제에 대한 확실한 근거가 아니기 때문에 측정할 필요가 없다”며 “타르는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고 명시했다.

유럽연합(EU)은 ‘2014년 담배제품지침’에서 “타르 수치가 담배 유해성 수준을 확인하는 데 있어 잘못된 기준이다”고 밝혔다.

또 독일 연방위해평가원(BfR)을 비롯한 해외 보건기관들은 “궐련형 전자담배의 증기는 일반담배 연기와 질적으로 매우 다르다”며 “타르를 비교 대상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국내 궐련형 전자담배 시험분석평가위원으로 참가한 전문가들도 실험 방법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으며, 현재 어느 방법이 옳다고 단정 짓기는 힘들다고 밝혔다.

당시 자문회의에 참석한 표희수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분자인식연구센터 책임연구원은 “당시 분석 방법을 확인했을 때 증기 포집장치는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으며, 궐련형 전자담배 분석은 일반 궐련형 담배와 같이 캐나다 보건부 방식인 헬스 캐나다(HC)와 국제표준화기구(ISO) 방식으로 진행됐다”며 “이러한 시험방식을 이용한 것은 궐련형 전자담배를 분석하는 방법과 장치가 아직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담배 제조업체에서는 자체적인 분석방법을 마련해 실험을 진행하는데 결과가 HC나 ISO와 많이 달라 이견이 있다”며 “이는 곧 실험 방법에 따라 오차가 많이 생길 수 있고, 어느 방법이 옳다고 말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궐련형 전자담배의 유해성 측정 방법은 국제적으로 공인된 것이 없어 현재 HC와 ISO 방식으로 진행할 수밖에 없다”며 “국제공인 실험방법이 없는 궐련형 전자담배는 현재 발의된 개정입법이 통과된다하더라도 타르와 니코틴 표기가 어렵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한국필립모리스 관계자는 “타르 수치를 사용해 궐련형 전자담배와 일반담배의 유해성을 비교하여 결론을 낸 것은 잘못됐다”며 “식약처는 궐련형 전자담배에서 나오는 유해물질이 일반담배 대비 90% 이상 감소된 점은 배제하고, 유해물질이 검출된 점만을 강조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러한 결론은 흡연자들을 오도해, 가장 해로운 담배제품인 태우는 일반담배를 다시 사용하도록 권장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 외에도 업계 관계자들은 “국제적으로 정립된 실험 방법과 타르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는 상태에서 궐련형 전자담배와 일반 담배를 단순 비교하는 것은 흡연자들에게 부정확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며 “기준 정립이 우선시 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각각의 담배 업계마다 궐련형 전자담배 디바이스가 다른 만큼 작동 방식도 차이가 있는데, 실험 방식을 통일하는 것 자체가 힘들지 않을까”라고 지적했다.

파이낸셜투데이 제갈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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