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일향 첨가 탁주, 세금‧유통 면에서 많은 제약점 있어
국순당 쌀 바나나, 주세법상 ‘탁주’ 아닌 ‘기타주류’…주세 6배 높아
“맥주만 손 볼 경우 ‘절름발이’ 주세법 될 수도”

국순당 쌀 바나나. 사진=국순당

현행 주세법이 탁주업계의 성장을 옥죄는 원인 중 하나로 지적되고 있다. 그러나 탁주와 관련된 주세법은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으며, 최근 주류업계의 뜨거운 감자로 급부상한 ‘맥주 종량세 개정’에 관해서만 다뤄지고 있어 안타까움을 더한다.

현행 주세법상 주정 외 주류에 대한 주세 과세표준은 주류 제조장에서 출고가격을 기준으로 하며, 막걸리나 동동주와 같은 ‘탁주’에는 5%의 주세를 부과한다. 그러나 인공적으로 과일맛이나 향을 내기위해 탁주에 인공감미료 등 첨가물을 혼합할 시 주세가 30%로 훌쩍 뛰어오른다.

탁주이긴 하나 30%에 달하는 주세가 부과되는 대표적인 제품으로는 국순당의 ‘쌀 바나나(바나나에 반하나)’와 ‘쌀 복숭아(피치로 피치올려)’, ‘아이싱’ 등이 있다. 해당 주류는 소비자들의 시각에 일반적인 ‘탁주(막걸리)’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이렇게 주세가 훌쩍 뛰어버리는 이유는 맛과 향을 내기 위해 탁주에 인공감미료를 첨가할 경우 해당 주류는 주세법상 더 이상 ‘탁주’가 아닌 ‘기타주류’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주세가 상승하면 이는 곧 소비자들이 구매하는 소매가 인상으로 이어진다.

예를 들어 ‘일반 막걸리’와 ‘쌀 바나나’ 제품의 출고가격이 1000원으로 동일한 경우 일반 막걸리는 5%에 해당하는 50원의 세금이 추가로 더해지지만, 쌀 바나나 제품에는 300원의 세금이 부과된다.

유통과정도 달라진다. 주류판매업 면허는 ▲종합주류도매업 ▲특정주류도매업 ▲주정도매업 ▲주류수출입업 등으로 나뉜다.

탁주를 취급할 수 있는 도매업자들은 ▲특정주류도매업 면허를 보유한 이들이다. 그러나 이들은 기타주류를 취급할 수 없다. 이들이 취급할 수 있는 주류로는 ▲발효주류 중 탁주‧약주‧청주 ▲전통주 ▲소규모주류제조자가 제조한 맥주로 한정돼 있다.

이는 ‘쌀 바나나’와 같이 탁주이지만 기타주류로 둔갑된 제품은 취급할 수 없음을 의미한다.

‘쌀 바나나’와 같이 기타주류로 둔갑된 탁주 제품들의 경우 기존에 탁주를 주점에 납품하는 업자들이 아닌, 종합주류도매업자들이 취급‧납품하게 된다.

이 경우에도 문제점이 발생한다. 종합주류도매업자들이 운행하는 주류납품차량의 경우 냉장기능이 구비돼 있는 경우가 드물다. 이 때문에 온도에 민감한 탁주나 발효주 제품을 취급할 경우 맛이 변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으며, 냉장기능이 탑재된 차량이 적은 탓에 납품되는 식당이나 주점이 한정적일 수밖에 없다.

유통과정이 달라지고 종합주류도매업자들이 냉장기능이 탑재된 차량을 준비해야 하는 문제가 생겨 유통과정에서 유통비용이 증가할 수 있으며, 결국 소매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러한 주세법으로 인해 탁주업계는 탁주의 다양화를 꾀하기 힘든 상황이다. 이는 곧 탁주업계의 다양한 시도와 발전을 저해하는 꼴이 될 수 있다.

국순당 관계자는 “최근 수입맥주를 놓고 주세법 개정이 한창 논의되고 있으나, 수입맥주만을 놓고 주세법 개정을 할 경우 한쪽에만 치우치는 결과를 초래해 절름발이 주세법이 될 수 있다”며 “주세법 개정을 다룰 때 수입맥주뿐만 아니라 탁주도 함께 논의가 돼야 전체적으로 균형이 맞지 않을까”라고 피력했다.

또 한 탁주업계 관계자는 “시대가 달라짐에 따라 다양한 맛의 전통주를 생산하는 시도가 있어야 탁주업계도 지금보다 발전할 수 있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탁주와 관련된 유통구조나 과세 부분이 조금 개정돼야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파이낸셜투데이 제갈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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