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 상장 유지 결정, 기업 계속성·재무안정성 고려
재벌 봐주기 논란 솔솔 “대마불사 논리 통해”

사진=연합뉴스

바이오 대장주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상장폐지라는 최악의 상황을 면하면서 거래가 재개됐지만 거래소의 결정이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11일 삼성바이오는 거래 중단 19거래일 만에 거래가 재개됐다. 이날 주가는 장 초반부터 급등세를 보였고 전 거래일보다 17.79% 오른 39만40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전날 한국거래소는 삼성바이오에 대해 상장 유지를 결정했다. 거래소는 기업심사위원회 심의를 거쳐 삼성바이오의 기업 계속성, 재무안정성 등을 고려해 상장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기심위는 삼성바이오 경영 투명성에서 증선위가 분식회계로 조치하는 등 일부 미흡한 점이 발생했다고 결론을 냈다. 다만 현재 진행 중인 행정소송 결과와 무관하게 감사 기능 및 내부회계관리제도 강화 등을 내용으로 하는 개선계획을 제출했다는 점을 고려해 거래 재개를 승인했다.

이어 경영 투명성 개선계획의 이행 여부에 대해 향후 3년간 점검할 방침이다.

거래 재개로 증권업계에서는 긍정적 전망을 쏟아냈다. 상장폐지 리스크가 해소되면서 투자심리가 개선되고 제약·바이오주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렸다.

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은 “이번 거래 재개로 가장 우려했던 상장폐지 불확실성이 제거됐다”며 “매매거래정지 기간이 길어지면서 우려됐던 수주 차질 부분이 해소됐고 제약 바이오 업종에 미치는 영향 또한 최소화됐다”고 분석하며 삼성바이오가 안정적인 성장을 지속할 것으로 전망했다.

개인 투자자 역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삼성바이오의 개인 소액주주는 7만8640명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3만8938명)보다 101.96% 늘었다. 개인 소액주주의 보유주식도 2016년 말 334만 주에서 지난해 말 711만 주로 크게 증가했다.

일각에서는 삼성바이오의 상장 유지 결정에 대해 봐주기가 아니냐는 논란이 제기됐다.

김은정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팀장은 “삼성바이오의 분식회계는 제일모직-삼성물산 간의 합병을 합리화하기 위해 진행된 것으로 추정되는 정황이 모두 드러나 있다”며 “거래소의 이번 결정은 분식회계의 핵심적인 원인 규명 및 범죄 혐의에 대한 후속 조치가 전무한 상황에서 섣부른 결정으로 대마불사(大馬不死)의 논리를 다시금 확인시켰다”고 비판했다.

이어 “자본시장을 교란시키는 중대 범죄인 분식회계의 재발을 방지하고 향후 자본시장 신뢰 회복에 만전을 기했어야 할 거래소가 사실상 책무를 유기했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분식회계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연관됐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등 사태가 심각함에도 기심위는 첫 회의만에 상장유지로 결론 내려 ‘재벌 감싸기’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거래 재개된 11일 오전 급등세를 보였다.사진=연합뉴스

앞서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삼성바이오와 삼성 미래전략실이 주고받는 내부 문서를 공개했다.

박 의원은 “삼성물산과 삼성바이오가 제일모직 주가의 적정성 확보를 위해 고의로 분식회계를 했으며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을 정당화하기 위한 것이다”고 주장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역시 이번 결정이 삼성에 면죄부를 준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투자자 보호를 이유로 주식 매매 재개를 결정한 것은 투자자 보호가 아닌 이재용 부회장과 삼성물산, 삼성전자 보호를 위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경실련 관계자는 “재벌 앞에서 법과 원칙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한국 자본시장의 단면을 보여줌으로써 주식시장과 자본시장의 신뢰저하를 불러올 것이다”고 우려했다.

또한 거래 재개가 지나치게 빠르다는 점도 논란이 됐다.

2012~2014년에 5조원대 분식회계로 위기를 맞은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상장의 절차적 부당성 여부 자체가 논점이 아니었음에도 주식 거래 재개 결정에 1년 이상 소요됐다. 지난해 회계부정 혐의로 6일간 거래정지된 한국항공우주도 분식회계 장부에 대한 수정 재공시가 이뤄지고 나서야 거래가 재개됐다.

반면 삼성바이오는 분식회계 장부에 대한 재무제표 수정 재공시도 이뤄지지 않았음에도 거래재개가 결정됐다.

한편 삼성바이오는 거래소의 결정에 환영의 뜻을 밝혔다. 이날 홈페이지에 입장문을 내고 “거래소가 투자자 보호를 위해 신속하게 주식매매거래 재개를 결정한 것에 대해 매우 다행스럽게 생각한다”고 입장을 표명했다.

이어 경영 투명성 강화를 위해 ▲사전 예방 및 사후 검증을 위한 내부통제 제도 강화 ▲감사위원회 모범규준 대비 미흡 사항 개선을 통한 실질적 감사 기능 강화 ▲감사위원회 중심의 내부회계관리 감독 기능 전문화 ▲법무조직 확대 및 기능 강화로 준법 감시 역량 제고 ▲내부거래위원회 기준 강화 등을 내년 1~2분기 중 실시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삼성바이오 측은 “현재 진행 중인 행정소송을 통해 회계처리 적정성을 증명하고 사업에도 더욱 매진해 투자자와 고객들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파이낸셜투데이 김민아 기자

저작권자 © 파이낸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