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헌의 보험이야기] 종신보험을 연금으로 판매하지 마시라
[오세헌의 보험이야기] 종신보험을 연금으로 판매하지 마시라
  • 파이낸셜투데이
  • 승인 2018.12.11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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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세헌 금융소비자원 국장.
                            오세헌 금융소비자원 국장.

종신보험은 사망을 종신토록 보장해 준다고 해서 종신보험이다. 주로 40대 이후의 가장이 사고나 질병으로 사망할 경우 유가족의 생활 보장을 목적으로 가입하는 보장성보험이다. 종신보험은 생명보험의 본질에 가장 부합되는 보험이므로 선진국에서는 옛날부터 소비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보험으로 자리 잡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선진국들과 달리 종신보험을 사망 보장이 아닌 연금이나 저축보험으로 변칙 판매해서 많은 가입자들이 낭패를 보고 있다. 필자가 일하는 금융소비자원에도 종신보험 관련 상담이 부쩍 늘었다. 보험 상담건의 60~70% 정도가 종신보험 불완전판매 관련 건이다.

급기야 일부 가입자는 “‘연금을 종신토록 받는 보험이 종신보험’이라고 잘못 알고 있어 깜짝 놀란 경우도 있다. 이처럼 종신보험이 변칙 판매되다 보니 금융감독원에 접수된 보험 민원 중 상당수도 종신보험 관련 민원이다. 지난 6월에는 GA(보험대리점)를 통해 연금 받는 보험으로 알고 가입한 경찰관 148명이 잘못 알고 가입했다며 금감원에 민원을 대거 제기해서 물의를 빚기도 했다.

연금 받는다는 종신보험은 민원 과다로 금감원이 지난 2014년 8월 9개 생보사에 대해 판매를 중지시킨 바 있다. 그런데 불과 6개월 만에 금융위원회가 ‘사적연금 활성화’를 명분으로 보험사들에게 같은 상품을 이름만 바꿔 ‘사망보험금 선지급형 종신보험’으로 판매하도록 허용했다.

소비자를 위한 금융위라면 노후 연금을 받으려는 고객에게 마땅히 연금보험을 판매하도록 조치 했어야 하는데, 이를 외면한 채 종신보험을 연금 받는다고 포장, 판매하도록 해서 가입자들이 뒤늦게 낭패를 보고 있는 것이다.

보험사들이 연금보험 대신 종신보험을 연금으로 굳이 판매하는 이유는 4가지로 생각된다.

첫째, 종신보험은 사망만 보장하므로 소비자들이 기피하기 때문에 판매가 어렵다.

그래서 종신보험에 연금 전환특약을 부가해서 사망을 보장 받고 연금도 타는 것처럼 과대 포장해서 판매하는 것이다.

둘째, 연금보험 보다 돈벌이가 좋기 때문이다.

종신보험의 사업비는 평균 20~30%(최대 35%)로 연금 보험(10~15%)의 2배가 넘는다. 일반 저축성보험 8~15%, 자동차보험 18%에 비해 월등히 많다. 사업비가 많을수록 보험사 돈벌이는 좋지만, 가입자에겐 독이다. 종신보험의 저축보험료가 적어지므로 연금수령액이 적어지고, 설령 연금을 받더라도 연금보험의 75% 정도에 불과하다. 종신보험은 사업비를 많이 떼므로 적립금이 납입한 원금에 도달하는 시기가 오래 걸려 중도 해지하면 해지환급금도 연금보험에 비해 크게 적다.

셋째, 보험사의 빚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다.

오는 2022년부터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이 시행되면 보험사들은 연금보험과 같은 저축성 상품보다 종신보험 같은 보장성 상품을 많이 팔아야 유리하다.

종신보험 판매에 계속 매달려야 하는 이유다.

넷째, 종신보험은 유지율이 낮으므로 보험사들은 장래 지급할 사망보험금에 대한 부담이 없다.

즉, 종신보험을 아무리 많이 팔더라도 중도에 대부분 탈락해서 남는 계약이 적기 때문이다. 종신보험은 가입 후 5년 지나면 반 토막, 10년 지나면 36%만 남는다. 64%의 가입자들이 이미 중도에 포기한 것이다. 20년, 30년이 지나면 종신보험이란 말이 무색해 진다.

문제는 이런 사실을 보험사들이 절대로 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보험사들은 종신보험 사업비를 영업비밀이라며 감추고, 이것도 모자라 ‘진화된 종신보험’이니 ‘하이브리드 보험’이라며 설레발 치며 판매해 오고 있으니 겉과 속이 다르다. 보장도 받고 연금도 받는 1석 2조의 상품이란 것은 팔아먹기 위한 상술에 불과하다. 더구나 종신보험의 공시이율이 은행보다 2배 이상 높다는 것은 거짓이다. 은행 금리는 낸 돈 모두가 원금으로 이자가 붙지만, 보험은 낸 돈에서 보장보험료와 사업비를 뺀 저축(적립)보험료만 이자가 발생되기 때문이다. 종신보험은 당초부터 저축보험료가 적으므로 공시이율이 높고 보험료를 추가 납입하더라도 소용이 없다.

사정이 이런데 보험사들은 ‘고객만족’이니 ‘고객만족 경영’을 외치고 있고, 소비자를 보호해야 할 금감원은 태화탕이다. 마지못해 보험사들에게 안내장에 “종신보험은 노후자금 마련에 적합한 상품이 아니다’라는 문구를 넣으라”고 지시했고, 최근에는 금융꿀팁을 발표해서 소비자들에게 주의하라고 당부한 것이 전부다.

이래서야 되겠는가? 금감원이 이름값을 하려면 민원이 발생되지 않도록 보험사들에게 실효성 있는 조치를 선제적으로 했어야 마땅한데 맹탕 대책뿐이고, ‘금융꿀팁’은 유명무실하다. 도둑이 창궐해서 세상이 흉흉한데 경찰이 도둑 잡을 생각은 하지 않고 집주인들에게만 문단속 잘하라고 외치는 것과 같은 형국이다. ‘소비자 권익보호’는 입으로 외치고, 민원인에게 “억울하면 소송 하라”고 하니 민원인이 기댈 곳은 어디에도 없다. 각자도생해야 하는 상황이다.

잘못은 고치라고 있는 것이니 당장 고쳐야 한다. 연금 받는다는 종신보험은 소비자를 위한 것이 아니라 보험사 돈벌이 상품으로 판단되므로 금감원과 금융위가 판매를 중지시켜야 한다. 소비자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종신보험 사업방법서의 연금전환특약을 삭제하도록 보험사에게 권고하면 될 일이다. 이것이 어려우면 종신보험 사업비를 대폭 줄이거나 소비자가 명확히 알 수 있도록 공개해야 한다. 해괴하고 난해한 보험가격지수로 소비자를 우롱하지 말라는 말이다.

종신보험을 연금으로 둔갑시켜 판매하는 나라가 선진국에 있다는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다.

보험사들이 종신보험을 연금으로 판매하는 것은 종신보험을 모독하고 소비자를 기만하는 것이다. 정직하게 사망 보장으로 판매하시라. 행여 이를 부정하거나 반박하는 보험사라면 돈벌이를 위해서 소비자 희생을 계속 강요하겠다는 것이므로 더 이상 존재할 이유가 없다.

오세헌 금융소비자원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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