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점 경쟁에서 내실경영으로의 신호탄
시장진입 제한·기득권 보호 우려도

사진=연합뉴스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의 신규 편의점 출점 거리 제한으로 편의점주들의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공정위는 지난 4일 편의점 개점 거리를 제한하는 자율규약 제정안을 승인했다. 자율규약안에 참여한 회원사는 CU·GS25·세븐일레븐·미니스톱·씨스페이스(C·Space)와 비회원사 이마트24로 총 6개사다.

편의점 신규출점은 앞으로 기존 편의점과 50~100m 이상 떨어져야 가능하다. 3개월간 적자를 낸 가맹점을 대상으로 심야시간대(자정~오전 6시) 영업 강요를 금지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폐점 부담도 줄어든다. 그동안 매출부진·경영난을 겪는 편의점주가 계약 기간(통상 5년) 내 폐점을 원할 경우 각종 위약금을 부담해야 했다. 이번 자율규약에 따르면 경영 악화로 폐업을 원하는 편의점주에게는 위약금 감경·면제의 길을 열어준다. 편의점 출점의 문은 좁히고 폐점의 문은 넓혀 업계 상생을 마련하겠다는 취지다.

편의점 업계에는 ‘한 집 건너 한 집’이 편의점이라 불릴 만큼 과도한 출점으로 인한 심각한 경영난을 겪는 업주들이 부지기수였다. 또한 심야영업강요·과도한 위약금·최저임금 인상 여파는 가맹점주들의 어려움을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지난 6월 전국 편의점 수는 4만845개로 집계됐다. 최인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7년 사이 전국 편의점은 2만개 가까이 늘어났다. 반면 지난 10월 편의점 매출은 전년동월대비 4.7% 성장하는 데 그쳤다. 점포당 매출은 0.2% 줄어든 셈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자율규약안으로 편의점 사업이 출점 경쟁에서 내실을 강화하는 추세로 나아갈 것으로 기대한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자율규약을 통해 소상공인 보호를 위한 환경이 마련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기존에도 점포들이 부당한 위약금을 무는 일은 없었다. 다만 계약 기간 내 폐점했을 경우 시설잔존가를 부과했을 뿐이다”며 “가맹점주 보호를 위해 업계에서 입을 모은 만큼 참여사가 자율규약 협의를 어기지 않고 잘 지켜나가길 바란다”고 밝혔다.

편의점주들 역시 이번 자율규약으로 ‘출점 거리 제한 확보’의 첫발을 내디뎠다는 점에서 환영 의사를 내비쳤다.

지난 4일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이하 전편협)는 “계약 기간을 만료하지 못하고 폐점할 경우 위약금 감면이나 면제를 통해 실패한 점포들의 출구를 마련해줬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고 밝혔다.

이어 “편의점은 초기 투자비용이 저렴하고 특별한 기술이 필요하지 않아 진입장벽이 낮은 업종이다. 지금까지 부실점포 양산으로 사회적 문제가 많았다”며 “추가적 보완책이 마련돼 부실 점포가 자정된다면 영업 환경 개선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서울 마포구의 한 편의점주는 “자율규약으로 근처에 더 이상 점포가 생겨나지 않는다는 점에서 운영에 도움이 될 것 같다”며 “여기서 3분만 걸어도 동일브랜드·타브랜드 가릴 것 없이 편의점이 줄지어 있다. 그간 새로운 편의점이 우후죽순 생겨나 운영에 어려움이 많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해당 규약이 후발주자들의 시장진입 제한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미니스톱·이마트24의 신규출점을 막고 CU·GS·세븐일레븐 등 상위권 업체들의 세력을 보호하는 조치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한국편의점산업협회에 따르면 2017년 기준 편의점 점포는 ▲CU 1만2372개 ▲GS 1만2293개 ▲세븐일레븐 7568개 ▲미니스톱 2158개 ▲이마트24 1051개 순이다.

공정위 가맹거래과 관계자는 “미니스톱이나 이마트24와 같은 후발주자들은 브랜드 전환을 통해 수익성을 늘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신규출점 제한에서 브랜드 전환은 제외하고 있다. CU나 GS에서 계약 기간이 종료된 점주들이 이마트24·미니스톱으로 전환해 계약할 경우 이번 규약과 무관하게 출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각 편의점 업계는 점주와의 계약유지 혹은 브랜드 전환을 위해 가맹조건을 변화하는 등 긍정적 경쟁이 벌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파이낸셜투데이 김민희 기자

저작권자 © 파이낸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