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투자증권, 12년 만에 새 얼굴로 ‘IB 전문가’ 내정
상반기 최대 실적 이끈 위탁매매↓…IB 힘 싣는 증권가

정일문(왼쪽) 한국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장 내정자와 김상태 미래에셋대우 IB 총괄사장.사진=각 사

3분기 거래대금 감소로 증권사 실적이 주춤하면서 투자은행(IB) 출신에게 지휘봉이 넘어가고 있다.

지난달 23일 한국투자증권은 정일문 부사장을 신임 대표이사 사장으로 내정했다고 밝혔다.

정 부사장은 광주진흥고와 단국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서강대 대학원과 고려대 대학원 최고경영자 과정을 밟았다. 1988년 한국투자증권 전신인 동원증권에 입사했고 주식발행시장(ECM)부 상무, IB 본부장, 퇴직연금 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2016년부터 개인고객그룹장 겸 부사장 직을 맡아왔다.

특히 정 부사장은 퇴직연금 본부장 당시 국내 기업공개(IPO) 시장 최대 규모였던 삼성생명 IPO를 이끄는 등 IB 전문가로 명성이 높다.

업계에서는 한국투자증권이 인가 1호 초대형 IB로 순항하자 유상호 대표의 최장수 CEO 타이틀이 이번에도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유 대표는 일선에서 물러나고 새 얼굴을 맞이했다.

이에 증권업계는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떠오른 IB 부문에 힘을 쏟기 시작했다.

상반기 증권업계는 거래대금 급등으로 인해 호황을 맞았다. 1분기 843조5088억원, 2분기 836조768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82.71%, 57.32% 늘었다.

이로 인해 증권업계 브로커리지 수익은 크게 늘었다. 주요 10개 증권사의 상반기 수탁수수료 수익은 1조7591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1194억원)보다 57.14% 증가했다. 증권사들은 반기 기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하지만 3분기 들어 거래대금은 573조2731억원으로 급감하면서 브로커리지 수익이 줄어들었다. 증권사 순이익도 전분기 대비 23.1% 감소했다.

거래대금 감소 속에서도 브로커리지 비중이 적은 메리츠종금증권은 전분기보다 20.2% 늘어난 순이익을 내면서 분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메리츠종금은 수수료 수익 중 수탁수수료 비중이 18.2%에 불과해 전체 증권사 평균(42.2%)을 한참 밑돌았다.

미래에셋대우도 조직개편을 통해 IB 전문가를 요직에 앉혔다. 지난달 21일 조직개편을 단행하면서 총괄직제를 신설했다. IB 총괄을 신설하고 IB1 부문 대표였던 김상태 사장을 임명했다.

미래에셋대우 관계자는 “조직개편은 IB와 트레이딩 경쟁력을 높이는 한편 리스크와 내부통제기능 강화에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내년에도 거래대금 감소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백두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2019년 일평균 거래대금은 9조1000억원으로 예상한다”며 “올해 연간 예상치인 11조5000억원 대비 21%, 상반기 거래대금 13조9000억원 대비로는 34% 감소하는 셈이다”고 분석했다.

이어 “어려운 환경이 지속되면서 상대적으로 변동성에 적게 노출된 IB나 자산관리(WM) 사업으로의 확대전략을 계속될 것이다”고 덧붙였다.

이에 CEO 임기 만료를 앞둔 증권사가 IB 출신 CEO를 대표 자리에 임명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임기 만료를 앞둔 CEO는 윤경은·전병조 KB증권 사장, 권희백 한화투자증권 사장, 최희문 메리츠종금증권 대표이사 부회장, 김형진 신한금융투자 사장, 이진국 하나금융투자 사장이다.

파이낸셜투데이 김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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