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상에 카드사 조달비용 상승…업계, 수익성 악화 우려
신용평가사들, 2020년 이후 영업이익 회복 예상

지난달 2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최종구 금융위원장을 만난 카드업계 노조위원장들. 사진=연합뉴스

카드업계가 기준금리 인상으로 카드수수료 인하에 이어 자금조달비용 인상이라는 이중고를 피할 수 없게 됐다고 우려했다.

지난달 30일 한국은행은 서울 중구 태평로 본부에서 이주열 총재 주재로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를 개최하고 1년 만에 기준금리를 연 1.50%에서 연 1.75%로 0.25%p 인상했다.

카드업계는 금리 인상이 카드사 조달 비용을 높이고 신용위험을 증가시켜 건전성 지표를 악화시킨다고 울상을 지었다.

여신금융연구소의 ‘최근 미국 기준금리 인상과 여신전문업 영향 점검’ 보고서는 미국 기준금리 인상이 국내 금리 인상으로 이어지면 카드사의 자금조달 비용이 연간 1700억 원에서 최대 3500억원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카드사의 조달금리가 시장금리 인상에 따라 25~50bp(1bp=0.01%) 오를 때를 가정한 전망치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자금을 조달해 서비스를 하는 여신업은 금리가 인상되면 비용 부담이 커진다”면서 “카드사는 기본적으로 카드채를 발행하거나 은행 등에서 돈을 빌린 후 이 돈을 가지고 고객이 카드를 사용하면 가맹점에 고객 대신 돈을 내주는 구조이기 때문에 금리가 오르면 조달비용이 오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카드사는 제2금융권이기 때문에 제1금융권보다 신용도가 좋지 않아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건전성도 악화되는 위험이 있다. 금리가 인상되면 개인 신용대출자의 이자 부담을 증가시켜 카드사 대손비용 부담 증가로 이어진다.

지난해 말 기준 카드대출은 약 88조원이었고 올해도 평균 2.6% 이상 대출이 증가할 전망이다. 카드사는 건전성 악화에 대비해 추가충당금을 적립하는 등 추가 비용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예상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금리 인상은 재무적 유동성이 부족한 차주의 빚 부담을 가중시켜 카드사 자산건전성에 위험 요인으로 작용할 우려가 크다”고 설명했다.

가계대출 규제로 법정최고금리가 연 27.9%에서 연 24%로 낮아졌기 때문에 카드사는 전보다 비싼 값에 돈을 빌리고 더 낮은 금리로 돈을 빌려줘야 한다. 건전성 지표가 악화되는 이유다.

신용평가사 역시 금리 인상으로 인해 카드사의 수익성이 떨어질 것으로 예측했지만 카드업계의 우려와는 결을 달리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지난달 27일 당정의 카드수수료 개편안 발표에 따른 보고서에서 장기적으로 카드이용액 성장 추세는 지속되고 카드사들의 비용효율화 작업도 가속화될 전망으로 2020년 이후로는 줄어들었던 영업이익이 다소 회복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금리 상승 추세와 IFRS9 적용에 따른 대손 부담 확대, 경기침체에 따른 연체율 상승 추세 등 기타 외부환경도 과거에 비해 비우호적이라며 카드사의 단기 수익성 저하는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반면 기업전문 신용평가사인 한국기업평가의 보고서는 현 수준의 카드대출 성장세가 지속되고 업계 전반의 비용절감 노력과 당국의 부가서비스 의무유지기간 완화로 유의미한 수준의 마케팅비용 감축이 이뤄진다면 단기적으로 카드사의 신용도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일정 수준 통제될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다만 금리 상승·카드대출 확대 등에 따라 조달금리와 대손비용률이 점차 상승한다는 것을 전제로 했을 때 수익성을 비롯한 카드사의 전반적인 재무지표가 저하될 것으로 전망했다.

서울 명동의 한 은행 외벽에 대출 상품 관련 현수막이 부착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편 이번 한은의 금리인상으로 보험사와 은행권은 표정관리에 들어갔다.

보험사들은 주로 투자하는 채권금리가 오를 것으로 전망되면서 보험사가 예상하는 투자 수익률이 올라가 예정이율 상승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예정이율이 높아지면 보험료가 싸지고 예정이율이 낮으면 보험료가 비싸지는데 이번 기준금리 인상으로 보험료가 싸져 고객 유인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다.

은행권도 기준금리 인상으로 이익을 볼 것으로 기대했다. 대출금리는 금리가 오를 때 바로바로 오르지만 예금금리는 천천히 올라 은행들이 예대금리차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파이낸셜투데이 이진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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