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규제 및 경기불황 여파, 매수심리 전·월세로 돌아서
저렴한 임대료, 안정적 주거 가능 이점 ‘톡톡’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연합뉴스

정부의 부동산대책과 경기침체, 금리 인상 등 여파로 주택구매심리가 위축된 가운데 공공임대아파트가 주목받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량(5일 기준)은 3586건으로 전월 거래량(1만184건) 대비 6598건 줄었다. 이는 전년 동월(6404건)보다도 2818건 적은 수준이다.

같은 기간 전세 거래량은 1만2013건으로 집계됐다. 전월 거래량(1만3760건) 대비 소폭 줄었으나 매매거래량과 비교하면 현저히 많다. 전년 동월(9293건)과 비교하면 2720건 늘었다. 지난달 월세 거래량 역시 매매거래량보다 많은 4467건으로 파악됐다.

이는 9·13대책으로 대출규제가 강화되면서 치솟던 집값이 점차 하락세를 나타내자 수요자들 중심으로 지금보다 집값이 더 떨어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당장 매수에 나서기보다 전월세로 시장 상황을 좀 더 지켜보겠다는 관망세가 확산한 셈이다.

이에 주변 시세보다 저렴한 임대료로 안정적인 주거가 가능한 공공임대아파트 인기도 덩달아 상승하는 추세다.

정부와 각 지자체는 서민들의 내 집 마련 기회를 지원하기 위해 공공주택 공급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서울시는 LH 한국토지주택공사·SH 서울주택도시공사와 함께 ‘서울행복주택’을, 경기도는 경기도시공사와 ‘경기행복주택’을 공급하며 지역민들의 주거안정을 꾀하고 있다.

지난 10월 진행한 서울 ‘신림3단지 50년 공공임대아파트’는 전용 39.82㎡ 예비 입주자 10가구 모집에 2772명이 몰려 평균 28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앞서 7월 입주자를 모집한 ‘서울공릉 행복주택’은 100가구 모집에 9936명이 청약해 99.4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한 바 있다. 8월 실시한 ‘서울등촌6 50년 공공임대주택’ 입주자 모집에는 30가구 모집에 698명이 청약 접수해 23.2대 1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민간건설사가 공급하는 공공지원 민간임대아파트 역시 실수요자들을 중심으로 선호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민간임대아파트는 최대 10년 동안 장기 거주가 가능한 데다 초기 임대료는 주변 시세 대비 약 90~95% 수준으로 책정돼 있다. 임대료 인상은 연 5% 이내로 제한돼 안정적인 주거가 가능하다는 점이 특징이다.

서울시 구로구 소재 행복주택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올 1월 위례신도시에 들어선 민간임대아파트 ‘위례호반가든하임’은 699가구 모집에 4303명이 몰려 평균 6.16대 1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같은 달 서울 구로구 개봉동 일원 ‘개봉역 센트레빌 레우스’는 761가구 모집에 2452명이 신청해 평균 3.22대 1로 전 가구가 마감됐다.

이 같은 공공 및 민간임대아파트의 인기는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다. 임대아파트는 거주하는 동안 취득세를 비롯한 재산세, 양도소득세, 종합부동산세 등 세금부담이 없다. 게다가 불편한 입지, 저품질 등 고정관념을 깨기 위해 상품성을 높인 임대아파트 공급도 늘어나는 추세다.

5일 서울시와 SH공사는 거주자 맞춤 특화설계 및 커뮤니티시설 등을 적용한 임대주택 브랜드 ‘청신호’를 공급한다고 밝혔다. 해당 브랜드는 청년과 신혼부부, 집을 뜻하는 ‘호’에서 한 글자씩 따서 만들어졌다.

청년을 위한 청신호 아파트는 거실·침실 분리형, 거실 확장형 등 3가지 유형을 제공한다. 주방과 욕실도 취사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청년주택에는 악기연주, 공동작업 등을 할 수 있는 커뮤니티시설이 제공된다.

신혼부부용 청신호 아파트는 자녀가 없는 부부를 고려해 가변형 설계를 채택했다. 가족 구성원에 따라 자기계발형, 자녀계획형, 자녀양육형 등으로 구분된다. 단지 내부에는 어린이집 설치가 의무화되고 미세먼지를 차단한 실내놀이터, 키즈카페 등도 마련된다.

LH공사도 가전·통신·건설사 공동으로 2022년까지 총 1만가구 규모의 스마트홈 시범사업을 추진한다. LH공사는 내년 시흥은계지구 A-2블록 등 5000가구에 IoT 기반 스마트홈을 구축한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임대아파트가 예전과 달리 도심형생활주택 등 다양한 형태로 공급되고 편의성을 추구하는 쪽으로 갖춰지면서 수요자들의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며 “여전히 부동산이 자산 증식의 주단이라는 인식은 달라지지 않겠지만 시장이 과열되다 보니 사고파는 게 아니라 산다는 의미가 강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공공임대아파트는 부동산시장을 진정시키고 시장 가격을 안정화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늘려나가야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파이낸셜투데이 배수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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