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신형 아이폰’ 초고가로 판매 부진…신모델 생산량 감축
부품 공급업체, 주가 하락·실적 전망치 하향 조정

사진=연합뉴스

애플이 아이폰 시리즈 신제품을 출시했지만 예상보다 저조한 판매로 국내 부품주가 울상을 짓고 있다.

아이폰에 부품을 납품하는 국내 기업의 주가는 대부분 주춤했다. 듀얼 카메라 모듈과 3D 센싱 모듈 등 광학솔루션을 공급하는 LG이노텍은 7월 2일 14만2000원에서 지난 3일 10만3000원으로 27.46% 떨어졌다.

스마트폰 부품회사인 비에이치도 같은 기간 2만4050원에서 1만7000원으로 29.31% 내렸다. 와이엠티는 3만1250원에서 1만8200원으로 41.76% 급락했다. 와이엠티는 아이폰용 연성인쇄회로기판(FPCB) 등을 생산한다.

이 업체들은 애플이 지난달 2일 4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아이폰 판매량을 공개하지 않겠다고 선언하자 판매량 급감이 의심된다는 이유로 하락세가 가속화됐다. LG이노텍은 5일부터 8거래일 연속 하락해 총 20.63% 떨어졌고 와이엠티는 3거래일 연속 내렸다.

애플 신제품의 판매가 예상보다 부진한 것이 악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4일 이동통신업계에 따르면 애플의 신형 아이폰XS·XS맥스·XR 등 3종의 판매량은 지난해 11월 국내에 출시된 아이폰8·X보다 감소했다.

출시 첫날만 보면 아이폰XS와 XR의 개통량은 약 10만대로 아이폰8·X의 첫날(17만대)과 비교하면 판매가 부진했다.

애플의 무리한 고가 정책이 판매량에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아이폰XS의 공식 출고가는 64GB 136만4000원, 256GB 156만2000원 512GB 181만5000원이다. XS맥스는 64GB 151만8000원, 256GB 171만6000원, 512GB 196만9000원이다. 보급형인 XR은 64GB 99만원, 128GB 105만6000원, 256GB 118만8000원으로 책정됐다.

XS와 XS맥스(256GB 기준)의 평균 출고가는 163만9000원으로 2년 전 출시된 아이폰7·7플러스(256GB)의 평균 출고가(120만7250원)보다 약 43만원 비싸졌다.

애플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회계연도 2018년 애플 자체 4분기(7~9월) 아이폰 판매량은 4690만대로 전년 동기보다 0.4% 늘었지만 시장 기대치인 4750만대에 못 미쳤다. 4분기 매출 전망도 910억달러 전후로 월가 전망치인 930억달러를 밑돌았다.

가격은 올랐지만 혁신을 찾아보기 힘들다는 지적도 나왔다. 전 시리즈보다 화면이 커지고 부품 사양이 높아졌지만 디자인이나 기능 측면에서 눈에 띄는 변화는 거의 없었다는 주장이다.

판매 부진이 이어지자 애플이 생산주문을 대폭 축소했다는 사실이 전해졌다.

지난달 1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애플이 최근 들어 신형 아이폰 3종에 대한 부품 생산주문을 대폭 줄였다. 지난 9월부터 내년 2월까지 신형 아이폰 3종을 7000만대 생산주문했지만 3분의 1 수준인 2330만대로 감축한다는 것이다.

또 일본의 아이폰 판매업체들이 아이폰XR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할인 판매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두고 아이폰 판매 부진 때문에 할인 정책을 펼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부품주에 대한 목표주가도 줄줄이 하향 조정됐다.

하나금융투자는 LG이노텍에 대해 올해 4분기 매출액이 전년 동기보다 10% 감소한 2조5754억원, 영업이익은 2% 줄어든 1379억원을 기록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광학솔루션 부문 매출 전망치를 기존 2조원에서 1조8000억원으로 11% 낮추고 영업이익 전망치도 10% 내렸다.

DB금융투자도 LG이노텍에 대해 목표주가를 낮췄다. 광학솔루션이 매출의 65%를 차지하고 이 부문에서 해외전략고객의 비중은 90%로 절대적인 위치를 차지한다. 하지만 해외전략고객의 최신 스마트폰 시장 반응이 좋지 않고 판매량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부정적인 영향이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비에이치의 목표주가도 하향 조정됐다. 고의영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북미거래선의 스마트폰 수요부진으로 최근 3개월간 주가가 크게 하락했고 내년 기준 P/E(주가수익비율)는 5.0배에 불과하다”며 “목표주가를 기존 3만500원에서 2만4000원으로 하향한다”고 밝혔다.

반면 아이폰 주문 축소에 대한 국내 부품주 우려가 과도하다는 분석도 나왔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애플이 아이폰 부품 공급업체에 주문량을 축소했다고 전해졌는데 이는 대만, 중국 부품업체의 아이폰 액정표시장치(LCD) 모델(XR) 주문 감소를 근거로 확대 해석한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아이폰 수요 둔화 보도는 XR에 국한되는 만큼 대만, 중국, 일본의 아이폰 부품업체에 직접 영향이 있다”며 “OLED 모델(XS, XS맥스)에 집중하는 한국 아이폰 부품업체에 대한 영향은 제한적이다”고 분석했다.

파이낸셜투데이 김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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