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신성분·사상 등 고려한 대입 추천권 부여
‘재수’ 불가능해…불법 과외 유행하기도

김일성종합대학 전경. 사진=연합뉴스

대학수학능력시험 이후 본격적인 대학입시를 위한 수험생들의 발걸음이 분주해지고 있다. 수험생들은 입시설명회를 통해 내년 1월까지 이어지는 정시전형 합격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전략 짜기에 돌입한다. 좁은 대입의 문을 통과하기 위한 이같은 풍경은 북한도 별반 다르지 않다. 매년 12월이면 북한에서도 평양소재 명문대 입학을 위한 치열한 경쟁이 펼쳐진다.

북한에는 매년 한국의 수능처럼 치르는 ‘국가시험’이 있다. 국가시험은 우리나라와 다르게 예비시험과 본시험 두 단계의 절차를 가진다.

우리나라는 수능을 치른 후 일정 기간 원하는 대학에 원서를 접수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북한의 대입은 넘어야 할 관문이 더 많다. 예비시험에 통과한 수험생들만이 본시험에 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비시험에 합격하는 학생들은 매해 평균 20~30%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12월 치러지는 예비시험에는 김일성·김정일 혁명역사 과목이 대입 시험 과목에 포함돼 눈길을 끈다. 단 하루의 시험으로 몇십 년간의 노력이 결정되는 한국 수능과 달리 북한의 예비시험은 하루 3개 과목(각 45분)을 이틀 동안 치른다는 점이 특징이다. 통상 예비시험은 주관식으로 치러져 왔으나 객관적 채점이 어려워 2015년 이후 객관식·자동 채점 시스템으로 변경됐다.

예비시험의 관문을 통과한 수험생들은 대학의 본고사를 치르게 된다. 본고사를 치를 대학은 국가에서 지정해 통보한다. 일명 ‘폰트제’라 불리는 대학추천제도는 예비시험 순위에 따라 정부가 수험생들에게 대학 입학 추천권(폰트)을 부여하는 것이다.

폰트를 받기 위해서는 출신 성분이 가장 중요하다. 이외에도 ‘김일성청년동맹’(교내 정치조직)에서 활동한 경력이 추천서를 받는데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집안에 정치범 수용소에 복역한 사람이 없는 것 또한 추천권을 받는데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

‘바늘구멍’ 같은 대입의 문을 통과하기 위한 불법 과외도 성행한다.

북한은 사교육을 법으로 금지하고 있으나 부유층을 중심으로 암암리에 이뤄져 교원들의 외화벌이 수단으로 이용된다. 특히 평양제일중학교와 같은 영재학교를 졸업할 경우 대학 진학이 한층 수월해진다. 이에 일부는 중학교 입시부터 불법 과외를 받으며 일찍이 대입에 유리한 위치를 점하기도 한다.

불법 과외 중 ‘예술영재’를 위한 악기 교육이 주요 과목으로 등장한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북한에서 음악은 중요한 정치수단으로 이용돼 악기를 다룰 줄 아는 학생들은 향후 예술단으로 활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정은 집권 이후에는 과학기술을 강조한 ‘전민과학기술인재화’ 정책으로 예술이외에도 수학·과학이 중요 과목으로 꼽힌다.

북한에서는 ‘재수’를 할 수 없다는 점이 불법 과외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첫 대입에 불합격할 경우 직장에 취직하거나 군대에 입대해야 하기 때문이다. 직장 내 일정 기간 근속 시 추천을 통해 대입에 재도전할 수 있으나 그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통일교육원의 한 연구원은 “북한 대입 경쟁을 한국과 수평적으로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교육의 과학화·현대화·정보화가 이뤄져 과거에 비해 대입 열기가 뜨거워진 것은 사실이다”고 말했다.

그는 “김정은 집권 이후 (비정상적으로) 과열된 교육열을 제재하기 위한 노력도 있다”며 “직장 내 사이버 강의를 진행하거나 학교 밖 과학기술보급소에서 강의·연구·실습을 함께 하는 풍경도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파이낸셜투데이 김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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