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전국 37만여가구 집들이…서울, 올해比 19.8% 증가
세입자 부담 가중, 전세반환보증 문의 30% 늘어

서울시 일대 부동산 전경. 사진=연합뉴스

정부의 9·13부동산대책 여파로 집값·전셋값 하락이 가시화된 가운데 새해 입주물량까지 대거 몰리면서 깡통전세 공포가 확산하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이달 넷째 주(26일 기준) 전국 주간아파트 전셋값은 0.07% 떨어져 전주(-0.06%) 대비 하락폭이 커졌다. 수도권과 서울은 각각 –0.07%, –0.06%로 집계됐고 지방은 –0.06%를 나타냈다.

서울은 일부 상승한 지역도 있으나 전반적으로 계절적 비수기, 풍부한 전세공급 등으로 계약 체결이 잘 이뤄지지 않는 분위기다.

서초구와 강동구, 송파구는 다가오는 겨울방학에 따른 이사수요에도 불구하고 신규입주단지의 전세공급 영향으로 각각 –0.28%, -0.24%, -0.14%로 하락세를 나타냈다. 신규입주단지와 노후·재건축단지 수요 감소 등으로 서대문구(-0.26%)와 용산구(-0.17%) 낙폭도 커졌다.

강동구 고덕시영 재건축 ‘고덕래미안힐스테이트’ 전용 84㎡는 최근 5억7000만원에 전세거래가 이뤄졌다. 앞서 8월 같은 평형이 7억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1억원 이상 전세금이 빠졌다.

미니신도시급 대단지 아파트인 송파구 가락시영 재건축 ‘헬리오시티’ 입주를 앞둔 송파구 일대 전셋값도 하향조정되고 있다. 현재 헬리오시티 전셋값은 전용 84㎡가 7억원 안팎에 거래되고 있다. 두 달 전 최고 8억원에 거래됐던 이곳 단지는 최근 5000만~1억원 가량 호가가 떨어졌다.

서울 송파구 소재 공인중개사 전경. 사진=연합뉴스

송파구 소재 한 공인중개사는 “전용 84㎡는 컨디션에 따라 6억원대 전세매물도 나온다”며 “다음 달 입주가 불투명해졌지만 내년 초 본격 입주가 시작되면 급매물도 등장할 수 있어 실제 거래가는 이보다 더 낮게 책정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인포에 따르면 내년 전국에 37만1594가구가 집들이를 한다. 이는 올해 입주물량(45만6681가구) 대비 18.6% 감소한 수준이다. 하지만 최근 3년간 평균 40만가구 기록을 감안하면 내년에도 적잖은 물량이 입주하는 셈이다.

서울에서는 올해(3만6120가구)보다 19.8% 증가한 4만3255가구가 입주한다. 지역별로는 ▲강동구가 1만896가구로 가장 많았고 ▲성북구 6343가구 ▲강남구 3277가구 ▲은평구 2694가구 ▲마포구 2539가구 ▲구로구 2087가구 ▲송파구 966가구 ▲서초구 773가구 등이 뒤를 이었다.

강남, 서초, 송파, 강동 등 강남4구에서는 총 1만5912가구가 입주한다. 송파구 헬리오시티 입주가 연기되면 새해 공급되는 물량은 이보다 9510가구 더 늘어난다.

이처럼 입주물량이 대거 몰리면서 일각에서는 임차인이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깡통전세가 현실화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실제 전셋값 하락에 따라 부담을 느낀 임차인들의 전세금반환보증 문의도 대폭 늘었다.

법도종합법률사무소에 따르면 지난달 전세금반환소송센터의 신규소송 상담 건수는 104건으로 전월(66건) 대비 30% 가량 증가했다.

엄정숙 부동산전문변호사는 “9·13대책 이전에는 임대인들이 대출을 받아서라도 전세금을 돌려주는 게 가능했는데 규제가 시작된 이후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전세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경우가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갭투자자 등의 자금 여력이 약한 집주인의 경우 집값과 전셋값이 하락하면 돌파구를 찾지 못한다”며 “이에 집값이 떨어지면 전세금반환소송 신규상담도 늘어나는 양상을 보인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전세시장 하향기조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깡통전세가 현실화되기는 어렵다는 견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입주물량이 많기 때문에 내년에도 전셋값은 계속해서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하지만 당장 깡통전세를 걱정할 정도는 아니다”고 설명했다.

권 교수는 “전세가격이 급락하면 문제가 되겠지만 아직은 안정세를 보이는 정도다”며 “문제는 미국이 내년에 3번에 걸쳐 금리를 인상하겠다고 예고했기 때문에 국내 금리가 덩달아 오르게 되면 향후에는 우려가 될 수 있는 부분이다”고 덧붙였다.

파이낸셜투데이 배수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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