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편의점 담배자판기, 성인인증장치 ‘있으나 마나’
이마트24 “법적 문제는 없지만 보완책 검토 중…자판기 철수까지 고려”
자판기 나라 ‘일본’…담배자판기, 전용카드 있어야만 구매 가능
세븐일레븐 시그니처점, 생체정보 결제 시스템 ‘핸드페이’ 도입

무인편의점 이마트24셀프. 사진=연합뉴스

최근 전 산업계에 비대면‧무인화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는 가운데 유통업계가 무인편의점을 확대하면서 설치한 담배자동판매기가 논란의 중심에 섰다. 해당 담배자판기는 ‘이마트24 셀프’ 무인편의점에 설치된 것으로 신용카드 한 장만 소지하고 있다면 청소년도 담배나 주류를 쉽개 구매할 수 있다.

담배자판기 설치와 성인인증장치는 국민건강증진법을 따르며, 이를 관리하는 부서는 보건복지부다. 그러나 복지부는 담배자판기 성인인증장치와 관련해 2010년 3월 이후 검토하지 않았으며 설치장소와 관련해서는 2012년 12월이 마지막 개정인 것으로 확인됐다.

국민건강증진법 시행규칙 제5조의2(성인인증장치)에 따르면 담배자판기에 부착해야 하는 성인인증장치에는 ▲이용자의 신분증(주민등록증‧운전면허증)을 인식하는 방법에 의해 이용자가 성인임을 인증할 수 있는 장치 ▲이용자의 신용카드‧직불카드 등을 이용해 이용자가 성인임을 인증할 수 있는 장치가 있다.

현재 무인편의점 ‘이마트24 셀프’에 설치된 담배자판기는 체크카드 이용이 불가능하며 오직 신용카드만으로 작동한다. 이는 신용카드를 발급받을 수 있는 자는 곧 성인이라는 기준을 적용한 최소한의 성인인증절차다. 이 외에 별도의 성인인증절차는 필요없다.

그러나 이러한 성인인증방식은 허술하기 짝이 없다. 해당 자판기는 본인 명의의 신용카드가 아닌 대여‧양도된 타인의 신용카드를 사용해 담배자판기 이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부모의 카드를 빌려 사용하는 청소년들은 언제든 담배를 구매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마트24 셀프에 설치된 담배자판기 외 신분증을 인식해 담배를 판매하는 자판기 역시 청소년이 부모나 습득한 타인의 신분증을 이용한다면 어렵지 않게 담배 구매가 가능하다.

이마트24 측이 도입한 신용카드만으로 작동하는 담배자판기는 국민건강증진법을 따랐기에 현행법상으로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가 불거진 만큼 이마트24 측도 내부적으로 논의를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마트24 관계자는 “최근 자사 무인편의점 담배자판기와 관련한 유튜브 영상을 보고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판단해 내부적으로 개선방안에 대해 논의를 하고 있다”며 “현재 올해 중으로 무인편의점 출입과 담배자판기 작동 방식을 이마트24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앱)으로 할 수 있도록 바꾸는 것을 검토 중이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모바일 앱 가입은 본인 휴대폰으로 사용자 인증을 거쳐야하는 만큼 이를 도입하면 어느 정도 예방효과는 있을 듯하다”며 “하지만 이러한 방법에 대해 청소년 담배 구매를 100% 방지 가능하냐고 묻는다면 청소년들이 어떠한 방법을 이용할지 몰라 확답을 주긴 힘들다”고 말했다.

이어 “일부 점포이긴 하나 이마트24 청담 본점과 성수 본점에 설치된 담배자판기는 주민등록증과 지문을 인식해야만 작동하는 방식을 채택했다”며 “이 방법을 전 무인편의점에 적용할지 고민도 했으나 금전적인 부담이 있어 쉽지 않다고 판단했고, 이러한 문제가 있는 만큼 내부에서는 청소년들의 발길이 잦은 무인점포에 담배자판기를 철수할 것인지 논의 중이다”고 설명했다.

보건복지부 건강증진과 한 사무관은 “담배자판기 성인인증장치와 관련해 2010년 이후 검토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관련 법령이 신설될 당시 신용카드가 성인인증장치로서 인정된 이유는 성인만이 발급가능하기 때문이며 본인 카드를 타인에게 양도하는 일은 없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 사무관은 “담배자판기 문제에 대해 인식은 하고 있으나, 엄밀히 따지면 일부 청소년들이 부모의 신용카드를 담배자판기에 사용하는 것이 문제가 되는 것”이라며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면서 “새로운 성인인증장치와 관련해 미성년자를 비롯한 타인이 사용하지 못 하는 것은 어떤 것이 있고 실효성이 있는지 고민이 필요한 부분이다”며 “현재 복지부 내에서 담배자판기 성인인증장치 개선과 관련해서는 논의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어 이 이상 자세한 내용을 언급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일본 담배자동판매기. 사진=연합뉴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한 나라도 있다. 자판기 나라로 불리는 일본은 담배자판기 전용 IC카드 ‘타스포(taspo)’를 발급하고 있다. 일본 거리 곳곳에 설치된 담배자판기는 타스포 카드가 있어야만 이용할 수 있다. 이는 미성년자가 담배자판기 이용을 방지하기 위해 2008년 7월부터 일본 전역에서 시행되고 있다.

타스포 카드 발급 방법은 간단하지만 미성년자는 발급이 불가능하다. 가장 먼저 타스포 홈페이지에 방문해 신청서를 내려받고 필요한 사항을 기입한 뒤 증명사진과 성인임을 증명할 수 있는 신분증 사본을 함께 첨부해 인터넷 상으로 신청을 하거나 우편으로 보내야 한다. 이후 타스포 측은 신청자의 인적사항을 확인한 후 타스포 카드를 우편으로 발송해 준다.

이렇게 발급받은 타스포 카드는 담배자판기를 이용하는 것 외 다른 곳에서는 사용이 일절 불가능하다.

한편, 세븐일레븐은 스마트편의점으로 불리는 ‘시그니처점’에 핸드페이(Hand-Pay) 결제시스템을 도입해 미성년자의 담배나 주류 구입을 원천 봉쇄했다.

핸드페이 결제 시스템을 도입한 세븐일레븐 시그니처 롯데월드타워점. 사진=세븐일레븐

세븐일레븐 시그니처점에 도입된 핸드페이 결제시스템은 롯데카드가 보유한 기술로, 손바닥을 결제 단말기에 잠시 올려놓으면 빛을 조사하고 정맥 속 헤모글로빈 성분을 식별해 결제를 진행하는 방식이다. 생체정보만으로 본인인증과 함께 신용카드 결제까지 이루어지는 바이오페이(Bio Pay·생체정보 결제) 서비스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일반 신용카드는 소득이 있는 성인만이 발급받을 수 있지만 미성년자가 부모 카드를 빌려 사용할 수 있어 100% 완벽한 성인인증 수단으로 볼 수 없는 것이다”며 “반면 핸드페이는 롯데 신용카드와 카드 명의자의 생체정보를 이용해 본인(성인)인증절차를 거쳐야하기 때문에 타인이 도용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러한 결제 시스템이 설치된 시그니처 매장에서 청소년이 담배나 주류를 구매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강조했다.

담배자판기가 청소년 담배 구매와 직결될 수 있는 문제인 만큼 복지부는 적절한 대안을 제시하고 2012년 이후 검토조차 하지 않은 국민건강증진법을 수정‧보완해야 할 것이다.

파이낸셜투데이 제갈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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