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산성·2차 피해 등 범죄 심각성 인지 필요
“공감대 형성 및 신고시스템 개선방안 마련해야”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 사진=연합뉴스

디지털성범죄가 늘어가는 가운데 처벌 수위 강화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최근 양진호 회장의 불법 음란물 유통 및 일베(일간베스트저장소)의 여자친구 사진 인증 등 디지털성범죄로 인한 여성폭력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지난 3월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디지털성범죄 발생 건수는 2012년 2400건에서 지난해 6470건으로, 5년 사이 2.7배가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불법 영상 촬영 및 유포로 인한 여성 피해는 심각한 수준에 이른다. 여성가족부가 운영하는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에 따르면 피해 여성 중 불법영상 촬영·유포·협박을 겪은 비율이 70.9%에 달했다. 그중에는 피해자의 영상이 최대 1000건까지 유포된 경우도 있었다.

불법영상물은 무한한 사이버공간의 특성상 클릭 한 번이면 빠르게 확산돼 완전한 삭제가 어렵다. 얼굴이 알려진 피해자들은 수사과정이나 일상 속 2차 피해를 경험하기도 한다. 가장 심각한 것은 피해를 겪고도 스스로 인지조차 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 경우 불법영상물 확산을 막을 방법이 없다.

디지털성범죄 비율이 갈수록 높아지는 가장 큰 요인으로는 ‘경각심 부재’를 꼽을 수 있다. 2차 피해로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는 피해자와 달리 가해자는 불법영상물 촬영과 유포에 범죄 의식을 느끼지 못한다. 성인음란물 감상은 개인의 자유라는 인식이 통용되는 사회 속에서 해당 범죄 역시 단순 영상물 시청으로 왜곡되는 것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서 피해자 고통에 관한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이수정 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한 디지털성범죄 관련 교육이 필요하다. 일반인들이 (불법 동영상 촬영·유통이) 심각한 범죄라는 공감이 먼저 이뤄져야 피해를 줄이고 법을 개선할 수 있기 때문이다”고 강조했다.

한국여성단체연합 회원들. 사진=연합뉴스

디지털성범죄의 심각성에 비해 처벌은 미약한 수준에 그친다. 형량이 낮아 처벌이 미미하고 대부분의 사건이 벌금형으로 마무리되기 때문이다.

성폭력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 14조에 따르면 피해자 의사에 반해 촬영 후 영상 유포 시 5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는다. 피해자와 합의 하에 촬영 하더라도 불법 유포를 하게 될 경우 징역 3년 혹은 500만원이하 벌금형에 처한다.

지난해 정부는 디지털성범죄 피해방지 종합대책을 국정과제 중 하나로 내세워 활발한 검거가 이뤄지고 있으나 처벌은 여의치 않다.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법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성폭력범죄자 처벌 중 절반 이상이 벌금형(55%)에 그쳤다. 이어 ▲집행유예 27.8% ▲징역·금고형 8.7% 순으로 나타났다. 디지털성범죄를 근절하기 위한 형량 상향 조절이 시급한 실정이다.

이와 관련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지난 16일 당정협의를 통해 불법 영상물 유포 시 벌금형 대신 징역형으로만 처벌할 것을 강조했다. 그는 “특정인을 알아볼 수 있는 불법 영상물 유포 시 5년 이하 징역형으로만 처벌하고, 영리형 유포의 경우 7년 이하 징역형 및 관련 수익 몰수 방안을 추진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처벌강화 내용을 담은 법안을 정기국회에서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디지털성범죄 처벌수위를 높이는 것과 함께 일반인들의 신고 시스템을 현저히 개선할 필요성이 있다”며 “현재 신고시스템은 불충분하다. 포상금 제도를 운영해서라도 신고가 활발하게 이뤄지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양진호 사건 역시 신고가 제대로 이뤄졌다면 지금까지 버티지 못했을 것이다”며 “사회적 공감대 형성부터 법 개선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 있다. 신고를 조금 더 쉽게, 더 많은 사람들이 할 수 있도록 해야 디지털성범죄 근절에 다가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파이낸셜투데이 김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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