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권과 책임감 모두 내려놓는다”
사장단 협의체 ‘원앤온리 위원회’가 경영 현안 조율
아들 이규호 전무 승진 패션부문 총괄

이웅렬 코오롱그룹 회장. 사진=연합뉴스

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이 내년에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겠다고 전격 선언했다.

코오롱그룹은 28일 보도자료를 내고 이 회장이 내년 1월 1일부터 그룹 회장직을 비롯해 지주회사인 ㈜코오롱과 코오롱인더스트리㈜ 등 계열사의 모든 직책에서 물러난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이날 오전 서울 마곡동 코오롱원앤온리 타워에서 열린 임직원 행사에서 “내년부터 그동안 몸담았던 회사를 떠난다”며 “앞으로 그룹 경영에는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의 이날 발언은 예고에 없던 일이었다.

이 회장은 사내 인트라넷에 ‘임직원에서 보내는 서신’이라는 글에서도 퇴임을 공식화했다.

그는 “이제 저는 ‘청년 이웅열’로 돌아가 새롭게 창업의 길을 가겠다”며 “그동안 쌓은 경험과 지식을 코오롱 밖에서 펼쳐보려 한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덕분에 다른 사람들보다 특별하게 살아왔지만 그만큼 책임감의 무게도 느꼈다”며 “그동안 금수저를 물고 있느라 이가 다 금이 간 듯한데 이제 그 특권도, 책임감도 다 내려놓는다”고 덧붙였다.

이 회장은 코오롱그룹 창업주 이원만 회장의 아들 이동찬 명예회장의 1남 5녀 중 외아들로 태어났다.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그는 미국 조지워싱턴대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받고 1977년 ㈜코오롱에 입사했다. 12년만인 1985년 임원으로 승진한 그는 1991년 부회장에 오른 뒤 1996년 회장에 취임하는 등 23년간 코오롱을 이끌어 왔다.

이 회장의 퇴임에 따라 코오롱그룹은 내년부터 주요 계열사 사장단 등이 참여하는 협의체 성격의 ‘원앤온리(One & Only) 위원회’를 두고 주요 경영 현안을 조율할 방침이다. 후임 회장 없이 지주회사 중심으로 그룹을 운영하겠다는 얘기다.

지주회사는 2019년도 그룹 정기 임원인사에서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하는 유석진 ㈜코오롱 대표이사 부사장이 이끈다. 유 사장은 신설되는 ‘원앤온리 위원회’ 위원장도 겸한다.

이 회장의 아들 이규호 ㈜코오롱 전략기획담당 상무는 전무로 승진한다. 이 전무는 코오롱 인더스트리 FnC부문 최고운영책임자(COO)에 임명돼, 그룹 패션사업 부문을 총괄 운영한다.

파이낸셜투데이 한종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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