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사 제품 임의장착 시 전자계통 보증 불가
충격 가해져도 작동 안 돼…소비자, 울며 겨자 먹기
차주, 블랙박스 이중 장착‧CCTV 있는 장소 찾아 주차

카네비컴 뷰게라 스타뷰S(MB-900SB). 사진=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메르세데스-벤츠 신차에 장착되는 블랙박스와 관련해 소비자들의 불만이 가중돼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 신차 출고 시 설치할 수 있는 블랙박스는 자사 엠블럼이 각인된 제품뿐이다. 해당 블랙박스가 아닌 타사 블랙박스를 임의로 장착할 경우 전자계통 보증(보증기간 3년‧10만km)이 불가능하다.

메르세데스-벤츠 신차 구매 시 영업사원(딜러)이 권하는 블랙박스는 메르세데스-벤츠가 특정 블랙박스 제조사와 계약을 통해 특별 제작된 것이다. 그러나 이 블랙박스는 차량 시동을 끌 경우 녹화가 일체 되지 않는다. 충격이 가해지더라도 녹화는 진행되지 않는다. 때문에 메르세데스-벤츠를 구매하는 많은 차주들은 타사 제품 설치를 고민하지만 그 마저도 전자계통 보증 때문에 여의치 않다.

소비자들이 선택권을 박탈당한 채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딜러가 권하는 제품을 설치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해당 블랙박스는 카네비컴의 ‘뷰게라 스타뷰S(MB-900SB)’로 시중에 판매되는 제품이 아닌 메르세데스-벤츠의 주문에 의해 특별 제작해 납품하는 것이다.

뷰게라 스타뷰S 블랙박스는 카네비컴이 올해 2월부터 메르세데스-벤츠에 납품하고 있다.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는 아이나비가 ‘스타뷰(MB STARVIEW)’ 제품을 메르세데스-벤츠에 납품했다. 아이나비 스타뷰 역시 차량 시동이 꺼질 경우 녹화가 되지 않는다.

메르세데스-벤츠 차주들은 주차 상태일 때 뺑소니나 주차 테러를 우려해 자비를 들여 주차‧이벤트 녹화가 가능한 블랙박스와 보조배터리를 이중 설치하고 있는 상황이다. 블랙박스 추가 장착이 전자계통 서비스에 영향을 미칠까 우려하는 차주들은 매번 폐쇄회로카메라(CCTV)가 비추고 있는 위치를 찾아 주차하거나, 주차녹화가 가능한 블랙박스를 설치한 차량 전방에 주차를 한다.

이와 관련해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딜러들은 “현재 차량 출고 시 장착되는 순정 블랙박스 뷰게라가 차량 시동이 꺼진 상태에서 녹화가 불가능한 제품임을 인지하고 있지만 벤츠코리아의 방침이 이러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며 “주차녹화가 가능한 타 사 제품을 설치할 경우 배터리 방전이나 화재위험 등의 문제로 인해 전자계통 보증이 불가능해 딜러들도 순정 블랙박스 뷰게라만 설치해 차량을 운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수입차 업계 추세가 자체 블랙박스를 주문 제작해 설치하는 것이다”며 “이렇게 제작되는 블랙박스는 거의 다 시동이 꺼진 주차상태일 경우 녹화가 불가능한 제품이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다수의 블랙박스 제조사 관계자들은 “블랙박스로 인한 배터리 방전과 화재는 극히 드문 경우다”며 “블랙박스로 인해 배터리가 방전되는 경우는 운행거리가 지극히 짧은 차량, 배터리 용량이 작은 경차, 일주일 이상 장기간 차량을 운행하지 않는 경우 나타날 수 있는 현상이다”고 반박했다.

또 “요즘 출시되는 블랙박스 제품들은 대부분이 주차녹화가 되는 것이다”며 “주차녹화로 인해 배터리 방전이나 화재가 발생하지 않도록 저전압일 경우 자동으로 전원을 차단하도록 설계돼 있다”고 덧붙였다.

익명을 요구한 수입차 업계 관계자들은 “차량이 출고된 이후 어떠한 액세서리를 설치할 지를 비롯한 모든 선택권은 차주에게 있다”며 “전자계통 오류가 발생할 경우 오류 원인이 블랙박스라고 단정하기는 힘든데, 단순히 주차녹화 블랙박스를 설치했다는 이유만으로 전자계통 보증 자체를 해주지 않는 것은 갑질로 보일 수 있다”고 비판했다.

뿐만 아니라 메르세데스-벤츠를 제외한 다수의 수입차 브랜드는 특정 블랙박스 제조업체와 제조‧납품 관련 계약을 하지 않으며, 딜러가 특정 제품을 권하는 경우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관계자는 “차량 내 배터리와 각종 전자기기를 보호하기 위해 시동이 꺼진 상태에서는 블랙박스의 상시녹화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아이나비 관계자는 “지난해까지 납품한 스타뷰 제품은 기획 당시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측에서 주차모드 사용 시 차량 배터리 방전의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하면서 주차모드를 사용하지 않는 옵션 사양으로 제작 요청이 있었다”며 “당사에서는 해당 요청사항을 반영해 차량 시동이 켜져 있는 상태의 녹화 모드인 상시녹화만 가능하도록 제품(스타뷰)을 제작해 납품했었다”고 말했다.

파이낸셜투데이 제갈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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