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반부패컨트롤타워 설립 지시·반부패정책협의회 개최
국민들, 불공정·부조리 국민청원으로 문제 제기·반부패 정책 미비점 보완 요구
불평등, 우월 지위 남용, 권력유착, 사익편취 근절…총 9127명 단속, 243명 구속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제3차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9대 생활적폐 과제’를 선정하고 권력적폐에 이은 생활적폐 청산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7월 반부패컨트롤타워 설립을 지시했고 9월에 처음 반부패정책협의회(이하 협의회)를 진행했으며 올해 신년사에서는 ‘생활적폐근절’을 강조한 바 있다.

이어 문 대통령은 올해 11월 20일 청와대에서 국민권익위원장을 비롯한 부패 방지 관련 기관장과 관계 장관 등 총 36명이 참석한 가운데 제3차 협의회를 주재하고 ‘생활적폐근절’에 대한 추진 상황과 성과를 점검했다.

또한 법률 시행 2년을 맞은 청탁금지법(김영란법)의 향후 중점 운영 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협의회는 정부의 반부패 정책이 원활하게 실시되고 있는지 여부와 미비점이 있다는 국민들의 지적 그리고 일상에서 느끼는 작은 불공정, 부조리까지도 국민청원 게시판을 통해 문제 제기를 하는 현실을 정책에 반영하기 위해 열렸다.

정부는 반칙과 특권이 없는 공정한 사회를 만들도록 노력하자는 데 의견을 모아 국민권익위원회가 주관하는 ‘생활적폐대책협의회’를 구성·운영하고 생활적폐근절을 체계적이고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 또 청탁금지법이 생활 곳곳에 숨은 부정청탁과 금품수수 관행을 해소하는 정책 수단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각급 기관의 법 집행 책임성 제고, 청탁금지법 사각지대의 근원적 개선, 청탁 없는 문화 정착들의 보완 대책을 범정부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그동안 정부는 채용 비리, 재개발·재건축 비리 등 총 9127명을 단속했고 243명을 구속했다. 검찰과 경찰은 부정채용, 차별채용을 저지른 6개 은행에서 40명을 기소하는 등 채용 비리 관련자 총 1288명을 단속해 45명을 구속했다.

검찰의 지역토착 비리 집중 단속으로 건설업 관련 금품수수 등 200명 기소, 72명이 구속됐고 경찰은 3173명을 입건해 71명을 구속 송치했다. 국무조정실은 위법사항 54건, 예산낭비 59억원을 적발했고 행정안전부는 중징계 243명, 5억2600만원 환수에 성공했다.

경찰과 보건복지부는 요양병원 비리와 관련해 사무장 병원을 운영하며 59억원 상당의 요양급여 편취한 관계자 162명 형사입건, 11명 구속, 1968억원 환수에 이어 국고보조금 부정수급 총 296억원 전액 환수, 174건 수사 의뢰, 안전예산을 부정 사용한 부패 행위도 적발해 41억원 회수하고 425건을 고발했다. 국세청은 편법·변칙 탈세와 관련해 역외탈세, 고액체납자, 해외은닉재산 등을 포함해 총 4조1036억원을 환수했다.

최근 유치원 비리 적발을 담당한 교육부는 자기소개서 대필·허위 작성 등 다양한 학사 비리 관련자 17명을 적발해 입학 취소, 모집 정지 처분의 성과를 올렸다. 또 공공기관 채용 비리로 인한 피해자 3224명 중 240명을 재시험으로 다시 채용했다.

지난 17일 시민단체들이 자유한국당 앞에서 유치원 비리 근절 3법을 통과시키라고 촉구했다. 사진=연합뉴스

이처럼 20일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세 번째를 맞은 협의회는 우리 사회에 널리 퍼진 반칙과 특권을 일소하고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애썼다는 평을 받았다.

하지만 최근 사립유치원 비리 파동, 학사 비리, 채용 비리 그리고 갑질 문화에 대한 국민의 분노는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또한 부정청탁과 금품수수 관행 등은 변칙적으로 존재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관련 제도와 정책이 국민의 눈높이에 미치지 못한 탓이라는 지적과 과거의 관행이었다는 이유로 눈감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비판이 뼈아픈 상황이다.

문 대통령은 “제3차 반부패정책협의회는 이 같은 반성에서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국민들 일상에서 부딪히는 다양한 부패 문제들인 생활적폐가 논의됐다. 공공 부문과 공적 영역을 비롯해 재정보조금이 지원되는 분야의 부정부패부터 먼저 없애야 한다는 의지를 강하게 다지자는 취지였다.

이에 생애주기와 생애주기 관련 적폐들을 연동시켜 관리 주체를 정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생애주기별 생활적폐 9개 과제이다.

생활적폐는 유형별로 유아·청소년기의 ‘출발선의 불평등’, 청년기의 ‘우월적 지위 남용’, 성년기의 ‘권력유착’과 ‘사익편취’로 분류된다.

‘출발선의 불평등’에서는 학사·유치원 비리, ‘우월적 지위 남용’에서는 채용 비리와 갑질 관행을 해결 과제로 정하고 뿌리 뽑겠다는 방침이다. 이어 ‘권력유착’과 ‘사익편취’에서는 보조금 부정수급, 요양병원 보험수급 비리, 지역 토착 비리, 안전 분야 부패, 재건축·재개발 비리, 탈세 관행 개혁 등이 해결 과제로 선정됐다.

문 대통령은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강력한 반부패 정책을 시행하고 반부패 국가, 청렴한 대한민국을 유산으로 남기자는 각오가 필요합니다”라며 “잠시 방심하면 부패는 다시 살아납니다. 반부패 대책을 세우면 그것을 회피하는 부패 수법이 발전하고 또 새로운 부패들이 생겨납니다”라고 강조했다.

생활적폐는 한두 번 노력해서 끝나는 문제가 아니고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것처럼 지칠 수도 있다는 입장이었다.

문 대통령은 “반부패 정책은 인내심을 갖고 강력하고 꾸준히 시행해 반드시 효과를 거둬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국민으로부터 그 정부가 그 정부라는 비판을 받기가 십상입니다”라고 말했다.

과거 한국 정부는 2001년 중앙행정기관인 부패방지위원회를 신설해 범정부적인 반부패 대책 협의회를 운영했고 부패인식지수와 국제 순위를 높였었다. 부패방지위원회는 2005년 국가청렴위원회로 개편되면서 폐지됐다.

문 대통령은 “우리 정부의 목표는 그 이상입니다. 절대 부패에서 벗어나 우리 사회가 전반적으로 투명해지고 공정해져야 합니다”라며 “문제는 방법”이라고 밝혔다.

공직자의 청렴을 강조한 다산 정약용 선생은 ‘타이르고 감싸주면 바로 잡아줄 수 있다. 그러나 타일러도 깨우치지 않고 또 가르쳐도 고치지 않으면 형벌로 다스려야 한다’고 했다.

이를 언급한 문 대통령은 반부패 정책의 핵심은 동일하다며 가장 먼저 부패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인프라와 감시 체계 구축을 주문했다.

이어 피해자가 주저 없이 신고하고 피해를 구제받을 수 있는 법과 제도 마련, 모든 국민이 부패를 감시할 수 있도록 부패 신고에 대한 보상 제도 확대, 부패로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도록 하는 강력한 처벌을 거듭 주문했다.

청렴한 사람이 존중받고 청렴이 자연스러운 문화가 되는 사회와 청렴을 바탕으로 한 신뢰가 사회적 자본이 되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반부패 정책의 핵심 목표였다.

이에 국민들은 공정한 사회를 기대하며 정부의 권력형 적폐 청산 수사를 믿고 지지했다. 반부패를 위한 개혁은 과감해야 하고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는 요구가 끊이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입법 여건의 핑계를 댈 수도 없습니다. 법령 개정 없이도 개선할 수 있는 부분부터 속도감 있게 추진해야 합니다. 그와 함께 순차적으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라고 밝혔다.

역대 정부가 추진한 반부패 정책은 정부의 부패가 드러나면서 매번 실패했다. 정부의 부패는 결국 고위공무원들의 부패였다.

문 대통령은 “부패와 맞서기 위해서는 정부부터 깨끗해져야 합니다. 대부분의 공무원들이 성실하고 청렴하게 자신의 소명을 다하고 있지만 윗물부터 맑아야 한다는 다짐으로 늘 자신부터 돌아보는 자세를 가져야 할 것입니다”라며 “우리 사회의 부패일소야말로 문재인 정부가 국민에게 한 엄중한 약속임을 거듭 명심해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당부했다.

20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제3차 반부패정책협의회.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정부의 생활적폐 청산 의지에 대해 여야는 다른 입장을 내놓았다.

더불어민주당은 “문재인 정부의 생활적폐 청산은 공정사회로 가는 첫걸음”이라며 환영했다.

이 같은 정부의 정책 방향은 과거 국민의 삶 속 곳곳에 쌓인 생활적폐의 청산을 통해 국민 모두가 더불어 잘사는 국가와 공정한 사회를 실현하기 위한 첫 발걸음이라 할 수 있다는 입장이었다. 또 정부 각 부처가 확실한 의미와 성과를 기록했다고 평가했다.

민주당은 “오래된 관행과 문화로 정착된 질서를 바꾼다는 것은 대한민국 사회 모든 분야의 협력과 노력이 필요한 일”이라며 “국민과 함께, 문재인 정부와 함께 권력형 적폐에 이어 생활적폐 청산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 공정사회 건설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바른미래당은 “청와대 적폐는 패스, 상대방의 적폐만 청산인가”라며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바른미래당은 “문 대통령이 권력적폐를 넘어 생활적폐를 청산하겠다고 밝힌 데 따른 조치로 정부가 ‘생활적폐 9대 과제’를 선정하고 종합대책 마련에 나섰다”며 “청와대가 적폐를 양산하고 있다는 사실은 모르는가? 이미 세상에 드러난 ‘청와대 적폐’나 빨리 청산하라”고 비판했다.

바른미래당이 밝힌 청와대 적폐 과제는 특활비, 환경부 장관 임명 강행, 복지부 국장과 과장의 휴대폰 조사, 선택적 소통, 낙하산 인사 등이었다.

등잔 밑이 어둡다는 말처럼 청와대 등잔 밑부터 살피라는 지적이었다.

자유한국당은 공식 입장을 내놓지는 않았지만 친박 핵심인 윤상현 의원은 SNS를 통해 “문재인 정부가 ‘생활적폐’ 청산 드라이브를 걸고 나섰습니다. 또 적폐청산입니다”라며 “그러나 여권 주요 인사들이 줄줄이 사정당국의 수사를 받게 되면서 정국전환용으로 ‘반부패’ 이슈를 들고 나왔다는 관측이 많습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윤 의원은 “국민의 관심을 적폐 이슈로 돌려보겠다는 얕은 꼼수”라며 “생활적폐는 민폐이고, 청산할 절대가치인 것은 모두가 공감합니다. 그러나 민생이란 순수영역에 정치적 수사가 앞서니 저도 지치고, 국민들도 피로감을 느끼는 것입니다”라고 강조했다.

파이낸셜투데이 강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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