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최대실적·3분기 울상 증권업계, CEO 연임 여부 주목
유상호 사장, 12연임 청신호…최희문·조웅기도 ‘긍정적’
윤경은·전병조 각자대표 유지 여부 관건 “내달 계추위서 결정”

유상호(왼쪽) 한국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장과 윤경은 KB증권 대표이사 사장.사진=한국투자증권, 연합뉴스

상반기와 하반기 상반된 성적을 거둔 증권업계 최고경영자(CEO)의 임기 만료가 다가오면서 장수 CEO가 연임에 성공할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올 한 해 증권업계는 천국과 지옥을 오갔다. 상반기에는 최대실적을 기록하면서 승승장구했지만 3분기 들어 찬바람을 맞았다.

미래에셋대우·KB증권·한국투자증권·NH투자증권·삼성증권·키움증권·메리츠종금증권·하나금융투자·신한금융투자·대신증권 등 주요 10개 증권사가 공시한 내용에 따르면 10개사의 상반기 평균 순이익 증가율은 51.54%다.

주식 거래량이 늘면서 수수료 수익이 증가한 것이 증권업계 호황을 이끌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주식 거래량 증가로 인한 상반기 수탁 수수료 수익은 전년 동기(1조8962억원)보다 45% 증가한 2조7487억원으로 나타났다.

상반기 호실적을 내면서 임기 만료를 앞둔 증권사 CEO들의 연임이 거의 확실시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미·중 무역분쟁이 본격화되면서 3분기 순이익 증가폭은 감소해 10개 증권사의 평균 증가율은 4.73%에 불과했다.

이에 증권사 CEO의 연임 여부에 관심이 쏠리기 시작했다. 특히 국내 증권사 CEO의 평균 재임 기간이 2~3년에 불과해 5년 이상 된 장수 CEO의 연임 여부에 대해 업계의 시선이 쏠렸다.

윤경은·전병조 KB증권 대표이사 사장은 다음 달 31일 임기가 만료된다. 이진국 하나금융투자 대표이사 사장은 올해 회계연도 정기주주총회까지가 임기다. 최현만 미래에셋대우 대표이사 수석부회장, 조웅기 미래에셋대우,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장, 권희백 한화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장은 내년 3월에 임기가 종료되고 김형진 신한금융투자 대표이사 사장과 최희문 메리츠종금증권 대표이사 부회장은 내년 정기 주총에서 임기가 만료될 예정이다.

재임 기간이 5년을 넘긴 CEO 중 임기 만료를 눈앞에 둔 CEO는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대표, 조웅기 미래에셋대우 대표, 윤경은 KB증권 대표, 최희문 메리츠종금증권 대표 등이다.

가장 주목받는 인물은 2007년부터 한국투자증권을 이끌어온 유상호 사장이다. 연임에 성공하면 12번째 연임이다.

실적을 보면 유 사장이 무난히 연임에 성공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지난해까지 11년 연속 흑자를 이뤄낸 기록을 이어갔다. 상반기에는 역대 최고 실적을 달성했고 3분기에도 투자은행, 위탁매매, 자산운용 부문 등 전 부문에서 고른 성과를 냈다.

3분기 연결 순이익과 자기자본을 연환산해 산출한 자기자본이익률(ROE)은 12.3%로 국내 자기자본 4조원 이상 초대형 IB 중 가장 높았다.

2010년 취임한 최희문 메리츠종금증권 대표이사 부회장도 실적으로 보면 4번째 연임에 성공할 것으로 보인다.

메리츠종금증권은 3분기 어닝 서프라이즈에 해당하는 실적을 냈다. 3분기 영업이익이 1412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3.5% 늘었다. 순이익은 올해 들어 세 분기 연속 1000억원대를 기록하면서 연임에 청신호가 켜졌다.

조웅기(왼쪽) 미래에셋대우 대표이사 부회장과 최희문 메리츠종금증권 대표이사 부회장.사진=각 사

조웅기 미래에셋대우 대표는 당초 연임이 힘들 것이라는 부정적인 전망이 제기되기도 했다. 올해 초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이 제시했던 ‘세전이익 1조원 돌파’가 증시 부진으로 어려울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미래에셋대우의 연결 기준 3분기 누적 법인세차감전 순이익은 5418억원이다. 지난해 5256억원보다 소폭 늘었지만 3분기 1062억원으로 1분기와 2분기(각각 2162억원, 2193억원)의 반토막이 났다.

하지만 지난 16일 조웅기 미래에셋대우 사장은 그룹임원인사를 통해 부회장으로 승진하면서 연임이 유력해졌다.

이처럼 대부분의 장수 CEO의 연임에 힘이 실리면서 상대적으로 거취가 불안한 윤경은·전병조 KB증권 사장에 이목이 집중된다.

윤경은·전병조 사장은 각자대표 체제로 KB증권을 이끌고 있다. 윤 대표와 전 대표는 다음 달 말에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어 내년에도 이 체제가 유지될지가 관건이다.

KB증권은 올해 상반기 순이익이 전년보다 74.53% 늘었고 3분기에도 48.29% 증가하면서 두 대표가 현대증권과의 통합 작업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는 평이다.

하지만 사업 부문별로 보면 희비가 엇갈렸다. 윤 대표는 위탁·자산관리 부문과 자산운용 부문을 전 대표는 기업금융(IB) 부문을 책임지고 있다.

3분기 KB증권은 위탁·자산관리 부문에서 1406억원의 누적 순이익을 기록했다. 지난해 3분기(522억원)보다 169.35% 늘었다. 반면 자산운용에서는 88억원으로 지난해(976억원)보다 90.98% 감소했다. 기업금융 부문 역시 올해 3분기 997억원으로 지난해보다 21.74% 줄어들었다.

KB금융은 계열사 대표이사 후보 추천위원회를 개최하고 계열사 CEO의 연임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KB금융 관계자는 “확실한 날짜는 나오지 않았지만 지난해 열린 계추위를 보면 12월 중순에 열릴 가능성이 높다”며 “후보군 구성에는 회사 실적이 당연히 반영되지만 윤 대표와 전 대표의 연임 여부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결정된 것이 없다”고 말했다.

한편 KB금융 계추위는 현직 회장과 사외이사가 아닌 이사 1명, 사외이사 3인으로 구성된다. 윤종규 회장이 계추위원장을 맡고 유석렬, 최명희, 박재하, 허인 등 5명의 이사가 참여한다.

파이낸셜투데이 김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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