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 거래정지에 상승세 탄 제약·바이오주
대차잔액 늘자 공매도 불안↑ “국내 증시 악영향 가능성 有”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이사가 지난 1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혐의 재감리 안건 논의를 위한 증권선물위원회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청사로 들어서며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사태에 대한 결론이 나왔지만 제약·바이오주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지난 11일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14일 예정된 정례회의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에 대한 결론을 내린다고 발표했다. 이튿날 셀트리온(-11.98%), 셀트리온헬스케어(-10.3%)가 하락했고 코스피 의약품 지수와 코스닥 제약 지수도 각각 11.73%, 4.26% 내렸다.

이어 14일 증선위는 분식회계 사태에 대해 잠정 결론을 내렸다. 증선위는 제시된 증거자료와 회사 정황 등을 고려했을 때 삼성바이오로직스가 회계 원칙에 맞지 않게 회계처리기준을 자의적으로 해석·적용하면서 고의로 위반했다고 결론 내렸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거래 정지됐다.

하지만 증선위의 결론이 제약·바이오주에 미친 영향은 미미했다.

코스피와 코스닥의 제약·바이오주로 구성된 KRX헬스케어 지수는 14일부터 19일까지 4거래일 연속 올랐다. 코스닥150 종목 중 제약·바이오 업종을 추린 코스닥150생명기술 지수도 같은 기간 상승했다.

최근에도 상승 흐름을 이어갔다. 대장주로 꼽히는 셀트리온은 14일부터 19일까지 4거래일 연속 올랐다. 셀트리온 3형제로 함께 꼽히는 셀트리온헬스케어와 셀트리온제약도 13일부터 19일까지 5거래일 연속 상승했다.

다른 제약·바이오주도 올랐다. 20일 코오롱생명과학(2.66%), 제일파마홀딩스(19.39%), 현대약품(19.48%), 국제약품(4.4%), 한올바이오파마(0.66%), 인트론바이오(1.74%) 등 다른 종목들도 상승하면서 제약·바이오주에 제기된 시장의 우려와 반대 흐름을 보였다.

이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사태가 결론이 나면서 불확실성이 해소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선민정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과거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관련 이슈가 터질 때마다 제약·바이오 섹터 전체가 영향을 받았다”며 “9월 19일 금감원이 R&D 자산화와 관련된 관리지침 발표하면서 업계의 회계감리 이슈가 완전히 해소됐다”고 말했다.

이어 “삼성바이오로직스와 관련된 일정을 살펴보면 아직 많은 단계가 남아있지만 삼성바이오만의 문제다”며 “증선위의 이번 결정은 제약·바이오 섹터 및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불확실성을 해소한다는 차원에서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제약·바이오 업체의 기술수출 및 제품출시 등이 이어진 것도 주가 상승에 영향을 줬다.

코오롱생명과학이 글로벌 제약사 ‘먼디파마’와 관절염 세포유전자 치료제를 기술수출하는 계약을 체결했고 셀트리온은 미 식품의약국으로부터 에이즈 개량신약 ‘테믹시스’의 시판허가를 받았다. 인트론바이오도 계약 규모 총 6억6750만달러에 달하는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반면 업종 투자심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전망도 제기됐다.

구완성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국내 회계기준을 중대하게 위반’한 것으로 결론지어지면서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으로 넘어갔다”며 “이번 이슈는 단기적으로 제약·바이오 업종에 대한 투자심리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주가가 상승세로 돌아섰지만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대차잔액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대차잔액은 투자자가 금융투자회사로부터 주식을 빌려 상환하지 않고 남아있는 물량이다. 이때 빌려준 주식이 공매도에 이용할 수 있어 공매도의 선행 지표로 여겨진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19일 기준 대차잔고금액 상위 10종목에는 셀트리온·셀트리온헬스케어·신라젠·삼성바이오로직스 등 제약·바이오주 4개가 이름을 올렸다. 1년 전인 지난해에는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2개에 불과했다.

규모도 커졌다. 지난해 11월 20일 셀트리온의 대차잔고금액은 2조4426억원이었지만 올해에는 4조6504억원으로 불어났다. 셀트리온헬스케어 역시 1853억원에서 1조5275억원으로 1조원을 넘겼다.

일부 전문가들은 제약·바이오주를 넘어 주식시장 전체에 부정적인 영향이 미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 본부장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거래정지 명령은 굮내 증시 투자심리를 냉각시킬 여지가 있다”며 “산업에 대한 불신이 자칫 국내 증시 전체를 비관하는 상황으로 변질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증선위는 이르면 오는 28일 제약·바이오 기업 테마감리 결과에 따른 조치를 확정한다. 테마감리 결과가 부정적으로 나온다면 업계에 큰 타격이 예상돼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한편 증선위는 20일 삼성바이오로직스를 분식회계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삼바 측은 행정소송 및 집행정지 신청을 진행할 예정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회계처리 논란이 장기전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면서 제약·바이오주에 대한 신중한 투자가 요구된다.

파이낸셜투데이 김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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