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0월 경제개혁연대, 한겨레21 녹취록 분석 후 조사 요청
지난해 하반기 두 번째 제보 ‘1999년 조사 당시 자료 조작·은폐 정황’
삼성의 위장계열사 삼우와 서영…이 회장, 2개사 고의로 누락한 행위 적발

공정위는 14일 이건희 회장을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공정거래위원회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검찰에 고발하기 위한 절차를 밟고 있는 가운데 두 번의 제보가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홍영주 공정위 기업집단국 내부거래감시과장은 14일 “2016년 10월 경제개혁연대가 처음으로 제보해 2년 동안 조사를 진행했다”며 “미편입 계열사(위장계열사)라는 사실을 밝혀내기 어려웠지만 2017년 하반기 두 번째 제보가 있었다. 그 제보가 결정적이었다”고 밝혔다.

홍 과장은 “삼성의 위장계열사 관련 조사는 1999년 시작됐지만 당시에는 증거자료가 없어서 밝혀내지 못했다”며 “두 번째 제보자가 1999년 당시 공정위 조사에 대비해 자료를 조작하고 은폐한 정황에 대해 제보했다. 제보자는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첫 제보자인 경제개혁연대는 김상조 현 공정위 위원장이 소장으로 있던 2016년 10월에 ‘삼성 위장계열사 의혹 조사 요청’ 자료를 통해 “삼성그룹이 2014년 8월까지 구 삼우종합건축사사무소(이하 ‘삼우’)를 위장계열사로 운영해왔다는 의혹에 대해 조사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밝힌 바 있다.

경제개혁연대는 “‘한겨레 21’로부터 2013~2014년에 걸쳐 복수의 삼우 고위 임직원들이 ‘삼우의 원소유주는 삼성이고 삼우의 현 주주들은 삼성을 대리하는 주식명의자’라고 말한 내용의 삼우 내부 회의를 녹음한 녹취록을 받아 공시자료 등과 비교·검토한 결과 녹취록의 내용이 객관적으로 확인되는 사실에 부합하고 녹취록에 등장하는 임원들의 발언이 일관된다는 점에서 삼우의 주주들이 삼성의 차명주주였다는 의혹이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또한 경제개혁연대는 “1997년과 1999년 공정위가 삼우의 위장계열사 여부를 조사했지만 무혐의로 처리된 바 있다”며 “이번에 삼성종합건축 내부 회의록을 통해 새로운 증거 정황이 제시된 만큼 공정위가 삼성의 위장계열사 운영 의혹을 철저히 조사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에 공정위는 2년 동안의 조사를 마치고 14일 “기업집단 ‘삼성’의 이 회장이 2014년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지정을 위한 자료를 제출하면서 ‘삼성’이 차명으로 보유하던 삼우와 ㈜서영엔지니어링(이하 서영) 2개사를 고의로 누락한 행위를 적발하고 이 회장을 고발하기로 결정(9일, 제1소위원회)했다”고 말했다.

삼우의 형식적·실질적 소유 관계. 자료=공정위
분할 이후 삼우와 삼우씨엠 현황(2017. 12. 31 기준, 단위 : 백만 원). 자료=공정위

공정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삼우는 임원 명의로 위장돼 있었지만 1979년 법인 설립 당시부터 2014년 8월까지 삼성종합건설(주)(現 삼성물산)가 실질적 소유주였음이 밝혀졌으며 서영은 삼우의 100% 자회사였다. 또 삼우와 ‘삼성’ 계열사 간 인사교류가 활발히 이뤄졌고 삼우는 전체 매출의 절반가량(2005~2013년 연평균 45.9%)을 ‘삼성’ 계열사와의 내부거래에서 얻으며 높은 이익률(2011~2013년 매출이익율 19∼25%)도 누렸다.

공정위는 “공정거래법상 후속 조치와 함께 삼우와 서영이 ‘삼성’ 소속회사에서 제외된 기간 동안 부당하게 받았던 혜택을 환수할 수 있도록 국세청 등 관련 기관에 통보하는 한편 향후에도 대기업집단의 위장계열사를 철저히 조사하고 적발 시 엄정하게 제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삼우는 1979년 3월 법인 설립 당시부터 2014년 8월 분할 전까지 ‘삼성’ 소속회사인 삼성종합건설(주)가 실질 소유주였지만 외형상으로는 차명주주인 삼우 임원 소유로 위장돼 왔다. 이후 1995년 구 삼성물산에 흡수합병됐고 2015년 제일모직이 구 삼성물산을 흡수합병한 후 삼성물산으로 사명을 변경함에 따라 현재는 삼성물산 건설 부문으로 존속하고 있다.

공정위는 “삼우 내부자료 등에 삼성종합건설이 실질 소유주로 명기돼 있다”며 “차명주주들은 ‘삼성’의 결정에 따라 삼우 지분의 명의자가 됐고 지분매입 자금도 ‘삼성’에서 지원받았으며 주식증서를 소유하지도 않고 배당도 요구하지 않는 등 실질 주주로서 재산권을 인식하거나 행사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2014년 8월부터 10월까지는 삼우를 설계 부문(新삼우)과 감리 부문(삼우CM)으로 분할(8월)한 후 삼성물산이 설계 부문만 인수해 新삼우가 ‘삼성’에 계열편입(10월)되는 전 과정을 삼성물산이 주도적으로 결정했다. 이 과정에서 차명주주들은 삼우 주식가치(약 168억원)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배당금(69억원)만 받고 자신들의 지분 전량을 우리사주조합에 무상 양도했다.

또한 삼우는 장기간 삼성의 대형 유명 건축물(타워팰리스, 서초동 삼성사옥 등)과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등의 설계를 전담했다.

서영은 1994년 9월부터 2014년 8월까지 삼우가 지분 100%를 보유했다.

삼우의 내부거래 현황(단위 : 십억 원). 자료=공정위
삼우의 내부거래 매출, 원가, 매출이익(일반 설계 부문, 하이테크 제외)(단위 : 백만 원). 자료=공정위

이 회장의 허위 지정자료 제출 행위에 대해 공정위는 “형사소송법상 공소시효(5년)와 2014년 10월 新삼우가 ‘삼성’에 계열편입된 점을 감안해 2014년 3월 허위 지정자료 제출 행위만을 조치 대상으로 한다”고 말했다.

법조는 공정거래법 제14조(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등의 지정 등), 제68조 제4호(허위 지정자료 제출행위자에 대해 1억원 이하의 벌금 부과) 등이 적용되고 법 위반 행위 발생 시점이 2014년 3월이므로 당시 법(허위 지정자료 제출 행위에 대한 벌칙규정이 제68조 제4호에서 제67조 제7호로 옮겨진 2017년 4월 이전의 법)이 적용된다.

공정위는 고발 결정에 대해 “과거 허위 지정자료 제출로 공정위로부터 수차례(2000년, 2009년, 2013년) 제재를 받았으면서도 동일한 법 위반을 반복한 점, 삼우와 서영이 ‘삼성’ 소속회사에서 제외됨으로써 공정거래법상 각종 의무를 면탈하고 다른 법령상 혜택을 누려온 점 등이다”고 강조했다.

공정위의 이번 조치는 차명주주 명의로 은밀하게 은폐돼 온 대기업집단의 위장계열사를 적발해 엄중히 제재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홍 과장은 “현재 고발에 필요한 판결문을 담당 부서에서 작성 중”이라며 “검찰에 자료를 보낼 절차만 남았을 뿐 고발은 정해진 것”이라고 밝혔다.

파이낸셜투데이 강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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