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선위, 14일 삼바 분식회계 의혹 결론 ‘고의성 여부’ 핵심
박용진 의원 폭로 영향 미치나…상장폐지설에 주가 불안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이사가 14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혐의 재감리 안건 논의를 위한 증권선물위원회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청사로 들어서며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운명의 날이 밝았다.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해 최종 결론이 날 것으로 전망되면서 업계와 투자자들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14일 열리는 정례회의에서 분식회계 의혹에 대한 결론을 낸다.

증선위는 지난달 31일 오전 10시부터 삼성바이오로직스 안건에 대한 심의를 진행했다. 이날 열린 심의는 조사 부서인 금감원과 제재 대상자인 삼성바이오로직스 측이 동시에 출석해 의견 진술을 하는 대심제로 열렸다.

회의는 오후 11시까지 이어지는 마라톤 회의였다. 양측의 입장이 극명하게 대립하면서 회의가 길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금감원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고의로 분식회계를 했다는 주장을 유지하고 있고 삼성바이오로직스 측은 무혐의라는 입장 고수했기 때문이다.

증선위는 안건에 대해 최종 결론을 내려면 논의와 검토가 더 필요하다고 판단해 이 자리에서 결론을 내지 못하고 14일 정례회의에서 해당 안건을 상정하기로 했다. 이번 회의에서 고의 분식회계 혐의가 인정되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상장폐지 실질심사 대상에 오를 가능성이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논란은 지난 5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금감원이 특별감리를 실시한 결과 분식회계를 저질렀다고 잠정 결론을 내렸기 때문이다. 이후 조치사전통지서를 회사와 감사인인 삼성·안진회계법인에 통보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삼성바이오로직스 측은 즉각 반박했다. 이날 홈페이지에 입장문을 올리고 외부 감사인으로부터 적정하다는 의견을 받았다고 해명했다.

이후 5월 17일, 25일 감리위원회에 출석해 회사 입장을 밝혔고 같은 달 31일 개최된 회의에서 관련 심의가 종료됐다. 감리 결과는 6월 7일 개최되는 증선위에 안건으로 올라간 이후 현재까지 결론나지 않았다.

쟁점은 고의성 여부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015년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바꾸면서 지분가치를 공정가액(시장가)으로 변경했다. 이 과정에서 자산 부풀리기가 있었다는 의혹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측은 자산을 부풀렸다는 의혹을 줄곧 부인해왔지만 최근 고의 분식회계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7일 국회 예산결산위원회에서 삼성 내부문건을 공개하고 옛 삼성물산과 옛 제일모직 간 합병을 위한 과정 중 하나였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박 의원은 “삼성 내부문서를 보면 삼정회계법인과 안진회계법인이 제일모직이 보유하고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가치를 자체평가금액 3조원보다 거의 3배인 8조원 이상으로 평가했다”며 “이는 삼성물산과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제일모직 주가의 적정성 확보를 위해 고의로 분식회계를 한 것이다”고 주장했다.

분식회계 의혹 최종 결론을 눈앞에 두면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주가는 요동쳤다. 12일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22.42% 떨어진 28만5500원에 장을 마감했다. 2016년 코스피에 상장한 이후 가장 큰 하락폭이다. 시가총액은 전 거래일 24조3000억원에서 18조9000억원으로 떨어지면서 5조원 넘게 증발했다.

이어 13일에는 전날 종가보다 0.52% 내린 28만4000원에 장을 시작했지만 급등하면서 장 중 한 때 전날보다 15% 넘게 오르기도 했다. 이후 주춤하면서 9.81% 오른 31만35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반면 증권가에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분식회계를 저지른 것으로 결론이 나더라도 쉽게 상장폐지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대부분이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분식회계로 결론이 나면 상장폐지 실질심사 대상으로 오르겠지만 실제로 상장폐지 될 가능성은 현저히 낮다”며 “개미투자자들이 이미 손실을 본 상황인데 상장폐지를 하겠다고 하면 그 피해가 더 커지고 소송까지 번질 수 있어 쉽게 결정하기는 어려울 것이다”고 내다봤다.

전문가들도 이와 비슷한 분석을 내놨다. 이들은 2015년 있었던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 사태를 사례로 들었다.

대우조선해양은 2014년 대기업 조선 업체들이 영업손실을 기록하는 동안 실적이 성장한 것처럼 회계장부를 조작했다.

이후 2016년 7월 14일 거래소에서 검찰 기소설에 대한 조회공시를 요구받고 거래정지됐다. 검찰기소 사실 공시 후 상장적격성 심사대상인지 여부 결정에 1개월 반, 상장적격성 심사결과 발표까지 총 2개월 반이 소요되면서 이 기간 중 거래정지가 지속됐다.

강송철 신한금융투자 연구원도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분식회계로 결론 나더라도 관리종목이나 상장폐지 종목으로 지정되지 않는다면 코스피200지수에서 곧바로 제외될 일도 없다”며 “과거 대우조선해양이나 한국항공우주는 모두 분식회계로 결론이 났지만 지수에서 제외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분식회계 의혹이 제기되고 난 후 현재까지 주가가 40% 이상 떨어지는 등 이미 개인투자자들의 피해는 막심하다.

또한 대우조선해양은 상장폐지는 되지 않았지만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이에 버금가는 피해를 봤다. 실제로 대우조선해양의 주가는 2014년 1월 3만5000원대였다. 2015년에는 수조원대의 천문학적 적자를 기록하면서 채권단 자율협약 상태에 들어갔다. 2015년 말에는 주가가 5000원대로 폭락했다.

대우조선해양은 분식회계를 받고도 상장폐지는 되지 않았다. 다만 주식가치는 이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하락했다. 상장폐지 여부만 두고 대우조선해양을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파이낸셜투데이 김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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