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건당 진료비 10년 동안 연평균 4.3% 증가
문재인 케어 일환 ‘신포괄수가제’ 확대에 기대

이국종 아주대병원 중증외상센터장 교수(왼쪽)와 의료진이 응급환자를 수술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의료기술의 발전으로 수술환자의 입원일수는 줄었지만 수술건당 진료비는 오히려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연구원은 최근 ‘수술입원일수 감소와 보험회사의 대응’ 보고서에서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수술 빈도가 높은 33개 주요 수술 항목 기준의 수술통계 연보를 통해 인구 10만 명당 수술 건수는 2006년 2786건에서 2016년 3431건으로 연평균 2.1% 증가했다고 밝혔다.

2016년 기준 인구 10만 명당 수술건수는 백내장수술이 992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는 최근 인구 고령화 추세와 2013년부터 시행 중인 7대 질병군에 대한 포괄수가제(DRG) 적용 등의 여파로 높은 증가율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7대 질병군 포괄수가제는 입원부터 퇴원까지 발생하는 진료에 대해 사전에 정한 금액을 내는 제도로 안과·이비인후과·외과·산부인과 등 4개 진료과 7개 질병군을 대상으로 한다.

의료기술 발전에 따라 수술환자의 평균입원일수는 감소 추세를 보인 반면 수술건당 진료비는 환자 부담이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의 수술관련 주요지표. 자료=국민건강보험공단

수술 입원일수는 2006년 6.55일에서 2016년 5.93일로 지속적으로 감소했지만 수술건당 진료비는 2006년 180만원에서 2016년 275만원으로 과거 10년 동안 연평균 4.3% 증가한 것이다.

김동겸 보험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수술입원일수 감소는 의료기술 발달로 개복수술보다 몸에 부담이 적은 복강경수술 등의 새로운 수술법 등장과 통원 수술센터의 확산 등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수술입원일수 변화 추이. 자료=국민건강보험공단

수술건당 진료비에 대해서는 “과거 10년(2006~2016년) 동안 수술건수 증가율(2.7%)보다 진료비 증가율(7.1%)이 더 높은 것을 볼 때 고가 수술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는 전 세계적으로도 수가 체계 개선, 의료기술 발전에 따른 당일수술 증가 등으로 단기입원이 증가하는 추세라고 김 연구원은 설명했다.

실제로 미국과 영국 등에서도 포괄수가제 등 조기퇴원을 유도하는 수가정책의 시행과 당일수술(Day-Care Surgery)이 가능한 외래수술센터의 확산 등으로 입원일수가 감소하고 있다.

김 연구원은 “의료기술 발전과 통증 완화를 위한 마취 영역의 발전 등으로 미국에서는 과거 수술실에서 시행하는 수술 중 상당수가 1980년대 이후 병원 내에 설치된 통원수술센터 등에서 이뤄지는 경우가 빈번해졌다”고 말했다.

특히 OECD 국가 중 입원일수가 가장 긴 일본은 의료비적정화 계획 시행 등으로 평균입원일수가 지난 15년(1999~2014년)간 10.4일로 단축됐으며 입원자 중 29%가 4일 이내 퇴원하는 등 단기입원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 일본은 입원일수·치료 행위가 많을수록 진료비가 커지는 구조였으나 장기입원 억제를 위해 입원 기간별로 수가를 차등하는 제도를 2003년부터 시행해 재원일수가 큰 폭으로 감소하게 됐다.

평균재원일수 추이. 자료=건강보험심사평가원

우리나라는 이 같은 전 세계적인 추세에도 지금껏 대책이 신통치 못했지만 늦게나마 문재인케어 일환으로 신포괄수가제를 단계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신포괄수가제란 포괄수가와 행위별수가를 혼합한 수가제도로 기본 진료는 포괄수가로 하되 의사가 제공하는 수술과 시술·고가의료서비스 등은 행위별 수가로 별도 보상하는 진료비 지불제도다. 이를 통해 환자는 표준화된 진료를 받게 돼 과잉진료를 예방할 수 있고 비급여 항목이 포괄수가금액에 포함돼 진료비 부담도 줄게 된다. 결국 환자의 비용부담을 줄이고 의료서비스의 질은 높이는 것이 핵심 취지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자료에 따르면 2009년 경기 고양시 소재 일산병원에서 시작된 신포괄수가제는 연차적으로 대상 기관과 질병군을 확대해 올해 8월 현재 56개 기관(민간병원 12개 기관 포함)에서 559개 질병군을 대상으로 시행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신포괄수가제 시범사업에 대한 평가 결과도 고무적이다.

심평원의 ‘신포괄수가제 실시 현황’ 자료에 따르면 신포괄수가제 시범사업에 대한 평가 결과 비급여 진료비 비중이 일산병원의 경우 2012년 16.1%에서 2016년 10.4%로, 공공병원의 경우 2012년 13.4%에서 2016년 8.5% 수준으로 감소된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지난달 19일 심평원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남인순 민주당 의원은 “신포괄수가제 시범사업 평가 결과 비급여 진료비가 감소하고 보장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난 만큼 의학적 필요성이 입증된 비급여의 급여화 추진과 함께 신포괄수가제를 확대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험연구원은 이처럼 우리나라에서도 단기입원 환자 증가, 건당 수술비 증가로 보험회사는 상품개발 시 의료이용 행태와 소비자의 진료비 부담 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파이낸셜투데이 이진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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