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 분쟁 격화로 중국 화학제품 수요 둔화 ‘실적 직격탄’
미·중 관계 청신호·유가 하락, 외국인·기관 순매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사진=연합뉴스

미국과 중국의 냉온 분위기에 화학주가 요동치고 있다. 양국 간 무역 분쟁이 심화되면서 부진한 모습을 보이던 주가는 화해 제스처를 보이면서 순매수가 이어졌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주요 화학주는 등락폭을 키웠다. 하반기가 시작된 7월부터 지난 6일까지 LG화학은 31만7500원에서 35만원으로 10.24% 상승했다. 반면 같은 기간 롯데케미칼은 15%, 한화케미칼 13.59%, SKC 20.98% 각각 하락했다.

하반기 중 최고점과 최저점의 차이도 컸다. LG화학은 주가 최고점을 기록했던 8월 3일(39만1000원)과 최저점인 지난달 11일(30만7000원)의 차이는 21.48%로 집계됐다. 롯데케미칼은 29.35%, 한화케미칼 29.66%, SKC 31.89% 각각 차이가 났다.

화학주가 롤러코스터를 탄 것은 미·중 무역 분쟁이 원인으로 꼽혔다.

앞서 지난 6월 미국은 중국의 지적재산권 침해와 외국기업에 대한 기술이전 강요 등을 문제 삼아 500억달러 규모의 중국제품에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이에 중국도 같은 방식으로 보복관세를 부과하면서 분쟁은 심화됐다.

화학산업 인적자원개발위원회는 ‘미·중 무역 전쟁에 따른 화학업계의 영향과 대응’ 보고서를 통해 미·중 무역 분쟁이 국내 화학산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한국, 미국, 중국 3국 간의 화학제품 무역 규모를 보면 중국은 미국과 한국에 각각 275억달러와 73억달러 규모의 화학제품을 수출했다. 미국은 중국과 한국에 각각 176억달러, 74억달러를 수출했고 한국은 미국, 중국에 각각 약 69억달러 300억달러를 수출했다.

미국은 중국으로부터 화학 분야에서 약 174억달러의 무역적자를 기록했지만 한국으로부터는 무역적자가 약 3억달러에 불과했다. 한국은 중국으로부터 약 182억달러의 흑자를 냈다.

한·미·중 3국 간 국제분업구조를 보면 한국은 중국에 중간재를 수출하고 중국은 이를 가공해 최종제품으로 제조해 미국에 수출하고 있다.

보고서는 단기적으로는 중국제품의 대미 수출가격경쟁력이 저하돼 한국제품의 가격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높아져 직접 미국시장으로의 수출 확대가 이뤄질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대미 수출이 막힌 중국의 최종제품들은 국제시장으로 유입돼 국제가격에 충격을 가하거나 생산이 감소해 중간재인 화학제품에 대한 수요가 감소해 화학제품의 국제가격이 하락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시장의 우려대로 3분기 화학 업종 실적은 부진했다. LG화학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3.7% 감소한 6024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당기순이익도 3466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36.5% 줄었다.

LG화학과 함께 업계 빅3로 꼽히는 롯데케미칼과 한화케미칼도 상황은 비슷했다. 롯데케미칼은 34.3% 내린 5036억원이었다. 오는 13일 실적발표를 앞둔 한화케미칼은 전년보다 영업이익이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하지만 지난 1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6개월 만에 전화통화를 나누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무역 관세로 악화한 양국 관계가 긍정적으로 변할지 시선이 몰린 것이다.

지난달 29일부터 6일까지 외국인·기관 순매수 상위 종목에 화학주가 이름을 올렸다.

이 기간 외국인은 LG화학 359억6586만원, 롯데케미칼 197억1526만원, 한화케미칼 88억5285만원 어치를 순매수했다. 기관 역시 LG화학을 565억558만원, 롯데케미칼 287억5066만원, OCI를 578억9109만원을 순매수했다.

국제유가가 하락하면서 원료비 부담이 줄어든 것도 일부 작용했다. 8일 뉴욕거래소에서 다음달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는 1배럴에 0.9%, 0.54달러 떨어진 61.67달러를 기록해 지난 3월 중순 이후 8개월 만에 가장 낮았다.

화학주에 대한 전문가들의 전망은 엇갈렸다. 무역 분쟁이 해소되지 않으면서 제품가격이 하락해 4분기 실적도 급락할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지만 일각에서는 약세장을 저점 매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손지우 SK증권 연구원은 “환율이 상승한 것을 고려하더라도 제품가격이 크게 떨어지고 1개월 거래 지연(래깅·lagging)된 원재료 나프타(naphtha)의 압박으로 스프레드가 크게 하락 중이다”며 “4분기 실적 우려감은 시간이 갈수록 높아질 것이다”고 분석했다.

이어 “11~12월 가격 반등을 기대하기에는 비수기와 미·중 무역 분쟁 격화 등이 여전히 부담된다”고 덧붙였다.

반면 이응주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비중확대 의견을 유지했다. 이 연구원은 “올해 들어 유가 급등, 중국 수요 부진, 북미 공급 증가 등으로 하강 국면에 접어들었다”며 “무역 분쟁 우려로 핵심 시장인 중국의 수요가 부진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약세장을 성장성과 저평가 매력을 갖춘 저점 매수 기회로 삼아야 한다”며 “순수 유화주의 경우 이달 중순 이후 ‘시황 반등 조건’이 충족되면 단기 반등이 가능하다”고 조언했다.

파이낸셜투데이 김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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