全토지 과세, 한해 15조원 세수 마련…국민 기본소득으로 지급
경기도 역점사업 부각, 지난달 도의회 조례안 통과
“부동산 불로소득 해소, 투기 아닌 주거 수단 정착 목표”
정부의 잇따른 부동산규제책에도 서울을 중심으로 집값이 폭등하는 가운데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기본소득형 국토보유세’가 히든카드로 작용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지사의 기본소득형 국토보유세는 이미 지난해 3월 대선 당시부터 언급된 바 있다. 그는 ‘국토보유세’를 신설하고 전국 토지를 대상으로 세금을 거둬 모든 시민에 기본소득으로 지급하겠다고 공약했다.
이재명 지사의 국토보유세는 부동산으로 얻게 되는 불로소득을 환수하는 데 목적이 있다. 집을 더 이상 투기 수단이 아닌 주거 수단으로 정착하도록 만들겠다는 취지다.
실제 부동산 불로소득으로 인한 불균형은 심각한 상태다.
남기업 토지+자유연구소장 ‘부동산과 불평등 그리고 국토보유세’에 따르면 2014년 기준 개인 토지 소유자 중 상위 10%가 전체 개인 소유지의 64.7%, 법인 토지 소유자 중 상위 1%가 전체 법인 소유지의 75.2%를 소유(가액 기준)하고 있다.
2008년~2014년까지 6년간 상위 1% 기업이 소유한 부동산은 546조원에서 966조원으로 77%가 증가했다. 상위 10대 기업이 소유한 부동산은 180조원에서 448조원으로 147% 대폭 늘어났다.
이 지사의 국토보유세는 현재 일정 기준 공시지가를 초과하는 토지·건물 소유주에 부과하는 종부세(종합부동산세)와 모든 토지 대상 개별 부과하는 재산세에서 토지 부분을 떼 한꺼번에 과세하는 방안이다.
지난 5일 이재명 지사는 내년도 본예산 편성안 발표 기자회견에서 국토보유세를 재차 언급하며 “정부가 OECD 가입국의 국토보유세 부과 기준의 절반 정도만 적용해도 한해 15~16조원의 추가 재원을 마련할 수 있고 이를 전 국민을 위한 기본소득에 쓸 수 있다”고 말했다.
그의 주장대로 15조원의 세수를 거둬들인다면 전국민 5000만명에 기본소득으로 지급되는 토지 배당금은 1인당 연간 30만원 수준이다.
모든 토지에 공개념을 도입하고 이처럼 동일하게 배분하면 전 국민의 95%가량이 내는 세금보다 받는 배당금이 더 많아진다는 게 이 지사의 주장이다.
이어 국토보유세를 국세가 아닌 지방세로 전환해 광역지자체에 권한을 위임하면 현행 법률 아래서도 충분히 시행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지사는 경기도에서 소액으로 시작해 국민적 동의를 얻어나가면 전국적으로 확대해나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대표·시도지사 간담회’에서 그는 “기본소득형 국토보유세 제도를 당론으로 채택해주고 입법으로 가능하게 해준다면 각 시도단위가 선별적으로 시행해보겠다”고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제안하기도 했다.
이 같은 구상을 담은 ‘경기도 기본소득위원회 설치 및 운영 조례안’은 지난달 23일 경기도의회를 통과하면서 본격적인 기틀을 마련할 수 있게 됐다.
이달 중 조례가 시행되면 경기도는 곧바로 기본소득위원회를 가동한다. 기본소득위원회는 기본소득 정책의 실행계획과 정책조정, 기본소득 관련 사업의 기획·조사·연구·평가, 도민 교육·홍보 등의 사항을 심의한다.
분양가 상한제의 표준건축비 적정성, 개발이익 규모 분석, 초과분양수익 환수 및 수분양자 시세차익 환수 제도 개선 방안 등도 함께 검토된다.
일각에서는 부동산시장에 혼란만 가중할 수 있다는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시민 A씨는 “토지공개념이 도입되고도 제대로 시행되지 못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며 “부동산이 단순 주거 수단이 아닌 자산 개념으로 인식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 지사의 국토보유세는 자본주의를 역행하는 발상이다”고 꼬집었다.
이어 “만약 경기도에서 시범적으로 시행된다면 아무도 경기도에서 살고 싶지 않을 거다”며 “차기 대권을 노린 포퓰리즘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경기도는 추진동력을 얻은 만큼 국토보유세를 밀고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도 관계자는 “이 지사가 여러 번 강조하고 의지를 피력한 만큼 지자체에서는 기본소득형 국토보유세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고 관련 논의를 지속해 중앙정부에 꾸준히 건의할 방침이다”며 “기존 제도를 개선하는 게 아닌 전혀 새로운 걸 도입하는 것이다. 아직 아이디어 단계지만 기본소득위원회를 통해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시작 발판을 잘 다져나가겠다”고 말했다.
파이낸셜투데이 배수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