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범 “올해 코스닥 상장 100곳 넘을 것” 자신감
기업공모 철회 늘고 대어 실종 ‘쪼그라든 IPO’

사진=연합뉴스

금융당국이 코스닥 살리기에 집중하면서 IPO(기업공개) 활성화 방안을 쏟아냈지만 기대에는 못 미친다는 지적이 나왔다.

올해 초 금융위원회는 코스닥 시장에 활력을 불어 넣기 위해 상장 요건을 전면 개편했다. 금융위는 초기 스타트업, 대규모 시설투자 기업 등이 상장을 통해 성장자금을 조달해나갈 수 있는 여건 조성이 필요하다는 것을 개편 이유로 꼽았다.

개선안에는 ▲‘계속사업이익이 있을 것’ 요건 폐지 ▲‘자본잠식이 없을 것’ 요건 폐지 ▲진입 요건 다변화 등 혁신기업 진입에 불합리한 규제를 폐지하고 다양한 진입요건이 신설됐다.

이에 지난 8월 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은 코스닥 IPO 확대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김 부위원장은 “코스닥 상장 요건 완화 등에 힘입어 올해 신규 IPO 기업 100개 이상 상장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어 “상반기 중 코스닥 IPO 실적은 27개로 저조했지만 하반기 많은 기업의 신규 상장이 이뤄질 것이다”고 예상했다.

올해 100곳(기업인수목적회사 포함)을 넘기면 2015년 102개를 달성한 이후 두 번째로 100개를 넘는다.

하지만 신규 상장 기업은 예상치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BNK투자증권에 따르면 올해 코스닥 시장에는 기업인수목적회사(SPAC)를 포함해서 총 82곳이 상장될 전망이다. 2011년 57곳에서 이듬해 21곳으로 크게 줄어든 후 2013년 37곳, 2014년 66곳, 2015년 102곳, 2016년 67곳, 지난해 74곳 등 매년 증가세를 보이는 것이다. 하지만 당초 금융위가 예상한 100곳에는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공모 규모도 감소했다. 올해 코스피·코스닥 공모시장의 규모는 391억원으로 집계됐다. 2015년 558억원, 2016년 938억원, 지난해 1266억원인 것과 비교하면 턱없이 낮다.

BNK투자증권은 “공모 규모는 최근 4년을 봐도 낮은 수준이다”며 “올 한 해 상장기업 규모가 1조원 이상인 곳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소형주에 IPO가 집중됐기 때문이다”고 분석했다.

올해 코스닥 시장만 보더라도 IPO에서 대어급 기업을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웠다. 한국거래소와 SK증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코스닥 시장에서 공모 규모 1조원을 초과하는 곳은 1곳도 없었다.

올해 코스닥 IPO 대어로 꼽히던 카카오게임즈는 코스닥 상장을 연기하기도 했다. 카카오게임즈는 지난 9월 추진하던 IPO 절차를 중단하고 거래소에 상장 철회 의사를 밝혔다.

남궁훈 카카오게임즈 대표는 “기업공개 철회는 면밀한 판단에서 내린 결론이다”며 “플랫폼, 퍼블리싱, 개발 등 게임사업의 벨류체인의 수직 계열화를 강화해 향후 기업공개 시 가치를 더욱 인정받게 될 것이다”고 설명했다.

증시 부진도 IPO 시장에 영향을 줬다. 최근 주가 폭락으로 기업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기 어렵다는 분석이었다.

건강기능식품 개발 제조기업인 노바렉스의 공모가는 희망가의 하단으로 결정됐다.

노바렉스는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지난달 30~31일 수요 예측을 진행하고 최종 공모가를 1만9000원으로 확정했다. 노바렉스의 공모 희망가는 1만9000~2만4000원이었다. 경쟁률은 48.64대 1을 기록했다. 코스닥 평균 수요 예측 경쟁률은 515대 1이다.

노바렉스는 공모 물량도 기존 120만 주에서 96만 주로 변경했다. 회사는 최근 투자 심리가 위축된 것을 공모 물량 축소 원인으로 꼽았다.

3분기까지 부진하던 IPO는 연말이 돼서야 수요 예측이 몰렸다. 소위 말하는 ‘슈퍼위크’가 발생한 셈이다. 다만 IPO 규모 증가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전망이다. 짧은 기간 내에 수요 예측 일정이 몰리면 자원 분산 효과로 결과가 약세로 이어질 수 있다.

최종경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수요 예측 결과가 약세로 이어지면 공모가는 희망가의 하단에서 확정되는 경우가 속출한다”며 “공모 철회(연기)도 발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당국에서 코스닥 IPO를 활성화하겠다고 해도 증시 침체로 IPO가 활발하게 진행되지 않는다”며 “시장이 상승세면 IPO를 하려는 기업들도 이 시기에 하려고 움직이는데 시장이 좋지 않으면 회복될 때까지 기다려보자는 입장을 취하기 때문이다”고 분석했다.

또 “기업 실적이 안 좋은 것도 일부 영향을 미쳤다”며 “미·중 무역갈등이 완화돼 시장이 회복세로 돌아서지 않는 한 더 지켜봐야 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파이낸셜투데이 김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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