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료 적시 반영되지 않을 시 회사 재무건전성 악화
보험금 누수 억제, 사업비 방만 사용 점검 등 선행돼야

대전천변고속화도로 정체 모습. 사진=연합뉴스

자동차 보험료 인상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보험료 인상을 소비자에게 100% 부담시키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보험연구원은 보험금 원가 상승요인이 자동차 보험료에 적시에 반영되지 못할 경우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안정될 수 있지만 보험회사의 재무건전성 악화와 소비자와의 갈등 확대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금융감독원은 보험료 인상이 우선이 아니라 보험금 누수와 사업비의 방만운영 등 자체점검을 선행하고 인상은 최소화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맞섰다.

보험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보험금 원가변동과 자동차보험료 조정’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266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던 자동차보험은 올해 상반기 116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2017년 보험영업이익 흑자로 인해 대형 보험회사 3사는 2016년 12월 31일, 2017년 8월 6일과 16일, 2017년 6월 1일 최소 0.8%에서 최대 2.7%의 보험료를 내렸고 다른 보험회사들도 경쟁적으로 보험료를 인하했다.

자동차보험료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지만 한방진료비가 2016년 28.5%에서 지난해 33.5%, 국산차 평균 부품가격 증감률은 2016년 2.9%에서 지난해 3.3%, 평균 공임비 증감률은 2016년 0.6%에서 지난해 3.2%로 오르는 등 보험금 원가로 생각할 수 있는 비용들의 상승으로 손해율 상승 폭이 확대될 것이라고 보험연구원은 예상했다.

전용식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일반적으로 보험금 원가상승 혹은 사고 건수 증가로 인한 지급 보험금 증가가 발생한 후 자동차보험료가 그에 상응하게 조정돼야 손해율과 보험회사의 경영성과가 안정된다”면서 “2019년에도 자동차보험 원가 상승세는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보험금의 원가 상승에도 자동차보험료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3년 1월부터 2018년 5월까지의 자료를 토대로 손해율과 자동차보험료 상승률 간의 관계를 분석한 결과 과거 1년간 손해율 상승 폭의 20% 내외만이 보험료에 반영됐기 때문이다.

전 연구위원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자동차보험료에 반영되는 폭이 적을 경우 자동차보험의 경영성과는 악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우리나라의 자동차보험 경영성과가 가장 좋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로 우리나라와 주요국을 비교한 결과 자동차 보험료 상승률에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차감한 실질 자동차보험료 상승률은 우리나라가 –1.33%, 합산비율은 106.08%로 자동차보험 경영성과가 가장 좋지 않았다.

합산비율은 손해율과 사업비율(사업비/보험료)을 합한 비율로 100% 이상일 경우 경영성과가 악화됨을 의미한다.

또 자동차 보험료 상승률이 소비자물가 상승률보다 낮은 우리나라, 프랑스, 독일의 자동차보험 합산비율은 100%를 초과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주요국 자동차 보험료와 물가 상승률. 자료=보험연구원

보험연구원은 보험금 원가 상승 반영이 제한적일 경우 자동차보험 경영성과는 악화될 수 있고 결과적으로 보험회사의 재무건전성 악화와 민원 증가의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소비자원도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상승하면 일부 보험회사는 계약인수 조건을 강화할 수 있어 민원 발생 건수가 증가할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전 연구위원은 “1984년부터 합산비율이 100%를 초과했던 이탈리아는 80년대 후반 손해보험회사들의 파산이 있었고 이 때문에 자동차보험료가 급격히 상승했던 경험이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 물가지수에 자동차보험료가 포함돼 있어 자동차보험료의 변동은 소비자물가에 영향을 미치지만 보험금 원가 상승 반영이 제한적일 경우에는 80년대 후반의 이탈리아처럼 손해율 악화가 지속돼 손해보험사들의 파산과 자동차 보험료의 급격한 상승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자동차보험료가 소비자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면 보험료 인상은 최소화할 필요가 있으며 이를 위해서는 배상·보상제도 개선을 통한 불필요한 보험금 누수를 억제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고 보험연구원은 강조했다.

전 연구위원은 “이탈리아와 스페인은 보험사기로 의심되는 경상환자에 대한 보험금 지급기준 강화로 보험료가 하락했다”면서 “스페인은 2016년 경상사고에 대한 보험금 지급을 엄격히 규제하는 제도개선으로 경영 성과가 개선됐고 자동차 보험료도 0.8% 상승에 그쳤다”고 설명했다.

금감원 관계자도 “원칙적으로 보험료 인상 요인 발생 시 보험료를 올리는 것은 맞다”면서도 “다만 보험회사가 원가 인상 요인을 100%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보험금에서 누수되는 것은 없는지, 사업비를 방만하게 쓰는 것은 없는지 등 자체적인 점검 후 보험료 인상 반영은 소비자 부담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보험업계에서는 올해 중으로 자동차 보험료가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상승폭이 어느 정도일지는 불투명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자동차 보험료 인상없이 내년으로 또 넘어가지는 않을 것 같다”면서 “다만 인상률은 보험업계에서 6~7%를 얘기하고 있지만 당국은 2% 정도로 접점을 찾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파이낸셜투데이 이진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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