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 “인가 과정 전반에 대한 특혜·권력 개입 여부 조사해야”
‘안종범 수첩’·‘특혜 의혹’ 등 KT, ‘최순실 게이트 적극 가담’ 의혹에 감사 제기
당시 청와대 경제정책 라인 등 사전 접촉, 평가 점수 사전 작성 여부 등
K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 사업자 선정 당시 사전에 내정됐다는 의혹에 대한 조사가 본격 시작될 전망이다.
지난달 18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15년 11월 당시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 결과가 발표 9일 전에 이미 안종범 수첩에 적혀 있었다고 폭로했다.
11월 20일 안종범 수첩에는 ‘카카오 86, KT 우리 83, 인터파크 SKT 64’가 적혀 있었고 예비인가 발표일인 29일에는 평가위원회 세부심사 결과가 동일한 점수로 발표된 것이다.
이에 권력을 감시하는 시민단체인 참여연대는 5일 “인터넷전문은행 인가 과정 전반에 대한 감사를 통해 금융당국의 특혜 또는 권력 등의 개입에 따른 외압 여부 조사해야 한다”며 인터넷전문은행 사업자 사전 내정 의혹 관련해 금융위원회 등에 대한 공익감사를 감사원에 청구했다.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관계자는 “안종범 수첩으로 다시 문제가 불거졌지만 2017년에도 금융위가 K뱅크 은행업 인가 과정에서 전례없는 특혜를 준 정황이 있었다”며 “K뱅크 최대주주인 우리은행이 재무건전성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어 참여연대 관계자는 “이 과정에서 금융위는 K뱅크 은행업 본인가에 걸림돌이 되는 은행법 시행령 일부 조문을 삭제하기까지 했다”며 “명백한 예비인가 탈락 사유가 금융위 유권해석을 통해 합법으로 둔갑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2017년 당시 정무위원회 소속으로 이 같은 의혹을 제기한 김영주 민주당 의원은 “은행법과 은행업 감독규정 등에 따르면 신설될 은행 주식의 10%를 초과해 보유하지는 않지만 4% 초과 보유한 최대주주(비금융주력자가 아닌자)는 은행법 시행령의 요건들을 충족하도록 돼 있다”며 “예비인가 당시 위의 조건에 해당한 K뱅크의 주주는 우리은행이 유일하다. 여기서 문제가 된 요건은 ‘해당 기관에 적용되는 재무건전성에 관한 기준으로서 금융위가 정하는 기준을 충족하고 해당 기관이 속하는 업종의 재무건전성에 관한 기준의 평균치 이상일 것’이다”고 말했다.
은행업감독규정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당시 분기 말 위험자산 대비 자기자본비율(이하 BIS비율) 8% 이상을 충족하고 그 BIS비율이 업종 평균치 이상이 돼야 한다. 하지만 K뱅크 예비인가 심사 때 우리은행의 최근 분기 말(2015년 6월 말) BIS비율은 14%로 8%는 넘었지만 국내 은행의 평균인 14.08%(그 당시 잠정치, 확정치는 14.09%)에 미치지 못했다.
금융당국이 2015년 9월 7일 발표한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심사 주요 평가 항목 및 배점(안)에 따르면 해당 요건은 배점의 대상이 아니고 기준에 부합하지 않으면 인가를 받을 수 없는 평가 항목이다. 결국 K뱅크는 은행업 인가 요건 중 가장 기본적인 대주주 적격성에 결격이 생겨 예비인가에서 탈락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김 의원은 “우리은행은 공시된 BIS비율을 제출하지 못하고 2014년 11월경 우리금융지주와의 합병 과정에서 발생한 효과를 임의대로 배제한 별도 BIS비율을 금융감독원에 입증서류로 제출했다(2015년 9월 30일)”며 “금감원이 입증서류의 문제를 소명할 것을 우리은행에 다시 요구하자 우리은행은 김앤장법률사무소의 법률 자문을 받아 금융위에 재무건전성 기준의 적용 기간을 최근 분기 말이 아니라 최근 3년간으로 볼 수도 있지 않느냐는 법령해석을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우리은행이 대주주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BIS비율에 대해 적용 기간을 핑계로 법 조항을 우회하고자 했고 금융위가 이 논리를 그대로 수용했다는 지적이었다. 금융위는 우리은행의 최근 3년간의 BIS비율(14.98%)이 국내 은행 3년 평균치(14.13%) 이상이니 재무건전성 요건을 충족했다고 볼 수 있다는 유권해석을 우리은행에 회신했다.(2015년 11월 24일)
이에 김 의원은 “금융위의 유권해석은 특혜를 주기 위한 억지 해석이다. 2002년 최초 해당 규정이 만들어질 때 조문은 ‘해당 기관에 적용되는 재무건전성에 관한 기준으로서 금융위가 정하는 기준을 충족하고 해당 기관이 속하는 업종의 동 기준 평균치 이상일 것’이라고 규정돼 있었다. 즉, 조문의 전단과 후단 모두 동일한 기준을 적용한다는 의미”라며 “이 조문은 여전히 현행 은행업감독업무시행세칙 별책서식 등에 같은 표현으로 남아 있고 2015년 7월 금감원이 발표한 은행업 인가 매뉴얼에도 똑같이 명시돼 있다”고 강조했다.
재무건전성 요건을 판단하는 기간이 예비인가 신청 당시 최근 분기 말이라는 것은 K뱅크 예비인가 과정에서 K뱅크 주주로 같은 규정을 적용받은 한화생명보험이 제출한 입증서류를 보면 더욱 명확해진다. 한화생명보험은 예비인가 전 최근 분기 말인 2015년 6월 말 지급여력비율(293.2%)이 업계 평균(291.9%) 이상임을 입증하는 서류를 제출했고 금감원은 이 자료를 토대로 심사를 했다. 한화생명보험과 금감원은 이 요건이 적용되는 기간이 최근 분기 말임을 명확히 인식하고 있었던 셈이다.
우리은행은 금융위가 유권해석해 회신한 내용을 포함한 보완자료를 금감원에 제출했다.
결국 금융위가 K뱅크의 은행업 인가에 있어 명백한 탈락 사유를 유권해석을 통해 합격으로 둔갑시켜 줬고 금감독의 심사를 무력화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금융위의 K뱅크에 대한 특혜는 또 있었다.
김 의원에 따르면 우리은행의 BIS비율이 예비인가 이후로도 계속 하락해 2015년 6월 말 14%였던 BIS비율은 2016년 3월 말에는 13.55%까지 하락했다. 억지스러웠던 최근 3년간 평균이라는 요건으로도 우리은행의 BIS비율이 국내 은행 평균보다 0.85%밖에 높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본인가 과정에서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다는 지적이다.
이에 금융위는 총선 다음 날인 2016년 4월 14일 조건부 자본증권 도입 등과 관련해 은행법 시행령 개정을 입법예고하고 개정 취지와 관련도 없는 시행령의 ‘해당 기관이 속하는 업종의 재무건전성에 관한 기준의 평균치 이상’으로 규정돼 있던 요건 자체를 삭제했다.
김 의원은 “그 결과 K뱅크가 2016년 12월 은행업 본인가를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따라서 금융위는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 과정에서 3개 후보(카카오뱅크, K뱅크, I-뱅크)가 경쟁 중인 상황에서 K뱅크의 탈락 사유를 유권해석을 통해 합격으로 둔갑시켰고 본인가 과정에서는 K뱅크 인가를 위해 은행법 시행령 관련 규정 자체를 삭제해 K뱅크가 은행업 본인가를 받도록 했다는 의혹을 받게 됐다.
K뱅크는 인가 당시부터 컨소시엄을 가장 늦게 구성하고도 예비인가를 획득하면서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한 특혜 의혹을 받은 바 있다. K뱅크의 최대주주는 우리은행이지만 사실상 주인은 KT다.
김 의원은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사실상 최대 주주는 KT, 우리은행은 본의 아니게 최대주주’라고 명시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KT는 K뱅크의 사실상 주인이면서 ‘최순실 게이트’에 적극 가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최순실 게이트 당시 차은택의 측근으로 알려진 이동수 전 KT 전무를 인터넷전문은행 도입 공식발표(2015년 6월) 직전 입사(2015년 2월)시키고 조직 정기인사 이전임에도 K뱅크 예비인가 직전(2015년 11월) 단독승진시켰다. 또한 KT는 차은택의 광고회사인 플레이그라운드에 2016년 2월에서 9월 사이 방송광고 24건 중 6건을 몰아주기도 했다.
김 의원은 “최순실 게이트에 적극 협조한 KT를 위해 K뱅크 은행업 인가 과정에 박근혜 정부가 법령을 바꾸면서까지 특혜를 부여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살 수 있는 대목”이라며 “실제 K뱅크 예비인가부터 시행령 개정까지 전반을 담당한 금융위 담당 과장은 K뱅크 예비인가를 하고 시행령까지 개정(2016년 6월)된 직후인 7월 박근혜 정부 청와대 경제수석실 선임행정관으로 임명됐고 당시 본인가를 책임진 담당 국장은 청와대 경제수석실에서 금융위로 돌아온 인물이었다”고 밝혔다.
이 같은 김 의원과 참여연대의 의혹 제기를 뒷받침하는 증거가 안종범 수첩이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인터넷전문은행 외부평가위원회 평가 결과가 사전에 결정됐고 외부평가위원회라는 형식을 빌려 사전에 결정된 평가 결과를 도출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며 “안종범 수첩에 평가 점수가 사전에 기재된 경위를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참여연대 관계자는 “당시 청와대 경제정책 라인 또는 금융위 결재 라인 상에 있는 담당자들이 외부평가위원들을 접촉한 사실이 있는지 여부와 외부평가위원 또는 제3자가 평가점수를 사전에 작성한 사실 여부 등 인터넷전문은행 사업자 선정 과정의 모든 절차에서 금융당국의 특혜 또는 권력 등의 개입에 따른 외압이 없었는지 대해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감사원은 이에 대해 “아직까지 밝힐 내용이 없다”고 밝혔다.
파이낸셜투데이 강창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