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 혼란에도 양호 “실적 전망 긍정적”
세컨더리 보이콧 풍문에 반등 속 하락 “금리 인상 시 유동성↓”

여의도 금융가.사진=연합뉴스

폭락장에도 선방한 은행주가 엉뚱한 루머에 흔들리면서 이에 대한 전망이 엇갈렸다.

은행주는 최근 시장에서 주식시장을 버티는 종목 중 하나로 지목됐다. 증시가 폭락했지만 은행주는 비교적 양호한 흐름을 보였기 때문이다.

코스피가 2000 아래로 떨어진 지난달 29일 은행 주가지수는 0.48% 하락하는 데 그쳤다. 0.26% 떨어진 통신업에 이어 두 번째로 낙폭이 적었다.

기관들도 은행종목을 사들이고 있다. 거래소에 따르면 기관은 10월 1일부터 지난 1일까지 한 달간 국내 5대 은행(KB금융·신한지주·하나금융·기업은행·우리은행) 주식을 1987억원 순매수했다. 가장 많이 순매수 한 종목은 신한지주로 총 967억원을 사들였다. 이어 KB금융 426억원, 기업은행 329억원, 하나금융 318억원 순이었다. 우리은행은 53억원 순매도했다.

3분기 시중 은행들이 만족할 만한 성적표를 받은 것이 매수 이유 중 하나로 꼽혔다.

국민은행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이 전년동기 대비 12.9% 늘어난 2조793억원으로 집계됐다. 우리은행은 전년동기(1조3785억원) 대비 38.0% 늘어난 1조9034억원으로 2015년 은행 통합 이후 3분기 누적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신한은행은 1조9165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3.0% 증가했고 하나은행은 순이익 5655억원, 누적 순이익 1조7576억원을, 기업은행은 연결기준 순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8% 증가한 1조4603억원을 기록했다.

실적에 비해 저평가됐다는 점도 매수에 영향을 미쳤다.

2일 주요 은행·금융지주의 평균 PBR(주가순자산비율)은 0.55배다. PBR은 주가와 1주당 순자산을 비교한 수치로 1배 미만이면 회사가 가진 자산을 다 팔고 사업을 청산했을 때 가치보다 주가가 낮다는 의미다. 이 역시 상장 모멘텀으로 작용된다.

신한지주가 0.62배로 가장 높았고 KB금융 0.6배, 우리은행 0.53배, 기업은행 0.5배, 하나금융 0.49배 순이었다.

하지만 최근 엉뚱한 루머가 발목을 잡으면서 기세가 꺾였다.

지난달 30일 시장에는 ‘미국이 다음주 국내 일부 은행에 세컨더리 보이콧(Secondary Boycott)을 취할 것’이라는 소문이 퍼졌다. ‘세컨더리 보이콧’은 미국이 제재하는 국가와 거래하는 제3국의 기업이나 금융기관에 대해 경제적 제재를 하는 것을 말한다.

풍문은 은행주 하락에 영향을 줬다. 30일 신한지주는 전일 종가 4만4300원보다 4.4% 하락한 4만2350원을 기록했다. KB금융도 전일(5만1600원)보다 5.52% 내린 4만8750원으로 집계됐다. 기업은행(-3.36%), 하나금융(-4.81%), 우리은행(-4.35%)도 모두 내렸다.

이날 코스피가 기관투자자의 매수세에 힘입어 엿새 만에 반등에 성공한 것과 대조되는 모습이다.

이튿날 금융위는 ‘세컨더리 보이콧’ 풍문을 일축하며 수습에 나섰다.

금융위는 "미국 정부가 북한 송금과 연관된 은행에 세컨더리 보이콧을 추진하며 미국 재무부에서 12일 한국의 은행들에 관련 내용을 전달했다는 풍문과 관련한 내용을 국내 은행들에 문의한 결과 사실이 아님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풍문 유포 과정을 즉각 조사해 위법 행위 적발 시 관련 절차를 거쳐 엄중 제재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은행주가 휘청이면서 전문가들의 전망도 엇갈렸다. 비중 확대를 권고하는 목소리와 금리 인상이 리스크를 일으킬 수 있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강혜승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은행업종 종목 대부분은 은행을 주요 자회사로 두고 비은행 자회사도 보유하는 금융지주사로 포트폴리오 다변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중장기·그룹 관점에서 성장동력 확보, 금리에 대한 이익 변동성 축소, 자본시장 발전과 고령화 추세 등 변화하는 투자 수요·자금 흐름을 흡수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하는 셈이다”고 분석했다.

이어 “올해와 내년 모두 은행 실적이 견조할 것이다”며 “순이익 성장률이 올해 17%, 내년 5.7%로 예상되고 최근 주가 하락으로 업종 저평가 매력이 더욱 높아졌다”고 전망했다.

강 연구원은 “2019년에도 이익 증가와 보통주자본비율 상승이 이어질 것으로 은행업종에 대한 비중 확대를 권고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이 예상되는 11월 말 이후 은행업종 주가는 시장 예상과 달리 약세를 보일 수 있다”며 “기준금리 인상으로 은행의 원화 및 외화 유동성이 축소되는 과정에서 가계부채 구조조정 이슈가 수면 위로 올라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이어 “저원가성 예금 이탈 반전, 외국인 투자자의 채권 매도 반전 상황에서 기준금리가 인상될 경우 은행의 유동성은 크게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며 “비중 확대는 가계부채 구조조정 이후로 미루고 우량종목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길 권한다”고 조언했다.

파이낸셜투데이 김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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