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ICT 융합, 핀테크의 종합판…금융 혁신, 패러다임 변화
‘은산분리’ 완화로 사금고화 우려,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은 원칙적 제외
K뱅크 등 사업자 선정 당시 ‘짜맞추기’ 의혹, 제3의 사업자 선정에 기대

인터넷전문은행법이 지난 9월 20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사진=연합뉴스

금융과 정보통신기술(ICT)이 융합된 인터넷전문은행은 핀테크(Fintech)의 종합판으로 불린다.

빅데이터 기반 신용평가, 중금리 대출 등 ICT 기반의 차별화된 금융서비스 제공이 가능하다. 이는 금융시장의 발전, 금융소비자의 편익 제고, 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 등 산업 전반의 발전과 국가 경쟁력에 긍정적인 효과로 이어질 것이란 전망으로 이어졌다.

여기에 금융 혁신과 패러다임 변화가 더해져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특례법(이하 인터넷전문은행법)이 발의됐다.

인터넷전문은행법은 강석진 의원과 김용태 의원(이상 자유한국당)이 각각 대표발의한 2건의 은행법 일부개정법률안과 정재호 의원, 박영선 의원(이상 더불어민주당), 유의동 의원, 김관영 의원(이상 바른미래당)이 각각 대표발의한 4건의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특례법안 등 총 6건의 법률안을 통합 조정한 법안이다.

2016년 6월 첫 법안발의 이유는 세계적으로 금융과 ICT부문 간 융합을 통한 금융서비스 혁신이 급격히 진전됨에 따라 계좌개설, 대출, 결제, 자산관리서비스 등 금융서비스 전반에 핀테크가 접목된 인터넷전문은행이 활발히 도입 운영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또한 전통적인 오프라인 방식의 금융서비스가 제공해 온 대출, 결제, 자산관리서비스 등이 모바일 등 온라인으로 제공되면서 한층 더 편리해지고 개인화되고 있다는 점과 몇몇 국가에서 성공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는 점이 강조됐다.

은행법 개정안에서 인터넷전문은행법으로 진전된 2016년 11월에는 경기침체와 소득양극화가 장기화됨에 따라 저소득층의 비중은 증가하는 반면 저신용계층을 위한 중금리 대출이 부족해 금리 양극화가 심각하다는 점과 서민금융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축소된 저신용자에 대한 금융 공급을 활성화하고 경쟁의 확대로 양질의 금융서비스가 제공될 필요가 있다는 점이 부각됐다.

하지만 인터넷전문은행법의 핵심은 ‘은산분리’였다.

당시 은행법상 ‘은산분리’는 비금융주력자(산업 자본)의 의결권이 있는 은행 주식 보유 한도를 4%로 제한하고 의결권 없는 주식 6%를 추가로 보유할 수 있어 최대 10%까지 제한하는 규제였다.

이에 한국은 우수한 금융 ICT 인프라와 높은 인터넷뱅킹 사용률, 핀테크 기술력 등 ICT 강국으로서 핀테크 산업 발전의 여건은 조성돼 있지만 ICT 기업 등 산업 자본의 은행 지분 보유 규제로 인해 핀테크 발전을 이끌 인터넷전문은행 추진에 어려움이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하지만 이 같은 은산분리 완화로 인터넷전문은행을 사금고화하는 것을 강력히 통제하는 규율 체계 마련도 필요했다.

이에 대주주 자격에 대한 완화로 산업 자본이 4~34%까지 보유 한도를 상향했지만 정보통신업이 50% 이상인 산업 자본에 대해서만 허용하는 등 대주주가 될 수 있는 자격은 엄격히 제한하는 내용의 개정안이 마련됐다.

은산분리 완화 대상은 법률에서 제한하지 않고 경제력 집중 억제, 정보통신업 자산 비중 등을 감안해 대통령령에서 규정하도록 했다. 또 부대의견으로 금융위원회가 대통령령을 정할 때 은산분리 완화 대상에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재벌)은 원칙적으로 제외하되 기업집단 내 정보통신업 영위 회사의 자산 비중이 높아 금융과 정보통신기술의 융합 촉진에 기여할 수 있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허용하도록 명시했다.

또한 법률에서 대기업대출, 대주주신용공여, 대주주발행주식 취득 금지 장치를 마련해 재벌의 은행 소유를 막고 사금고화 우려를 감안해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해서는 대주주에 대한 신용공여(자기대출) 와 대주주의 지분 취득을 전면 금지하고 대주주의 부당한 영향력 행사 규제 및 동일차주(공정거래법상 기업집단)에 대한 신용공여한도를 자기자본의 25%에서 20%까지 낮춰 현행 은행법보다 강화했다.

다만 대주주와의 거래 제한과 관련해서는 예외 규정이 마련됐다. 권리행사에 필요해 대주주가 발행한 지분증권을 취득한 경우, 대물변제에 의해 대주주가 발행한 지분증권을 수령한 경우, 기업 간 합병 등 소유하고 있는 지분증권이 대주주가 발행한 지분증권인 경우가 예외 규정이다.

인터넷전문은행의 업무 범위와 영업 방식과 관련해서는 중소기업 외의 법인에 대한 대출을 금지하고 비대면영업을 원칙으로 하되 취약계층 보호를 위해 불가피한 경우만 대면영업을 허용토록 했다. 기타 감독·검사, 과징금, 벌칙 등의 부분은 현행 은행법과 일관성을 유지하면서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규제의 특수성을 반영해 일부 제재 조치를 신설했다.

지난 8월 문재인 대통령은 “은산분리라는 대원칙을 지키면서 인터넷전문은행이 운신할 폭을 넓혀 줘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인터넷전문은행 K뱅크. 사진=연합뉴스

개정안은 지난 9월 20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자본금 250억원으로 설립을 추진할 수 있는 인터넷전문은행은 금융산업에 있어 IT 기술을 활용해 소비자들에게 혜택을 주기 위한 것이 가장 큰 목적이다. 또 24시간 거래, 공인인증서 없이 거래 가능한 편의성, 점포에 투자할 필요가 없어 금리나 수수료 등 비용적인 측면에서 강점이 있고 국민들의 금융 부담을 경감시킬 수 있다.

아울러 인터넷전문은행은 4등급 이하 중저 신용자들에게 중금리 대출을 많이 하는 등 소비자 계층도 확대해 중저신용자들도 은행을 쉽게 이용하도록 할 예정이다. 이 역시 소비자 혜택에 포함된다.

정부는 인터넷전문은행이 핀테크 산업 발전의 구심점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인터넷전문은행과 협업하는 은행들은 1년 만에 70% 성장했고 직원이 2배 증가했다. 카카오뱅크, K뱅크 등 인터넷은행의 경우 5년간 직접 고용은 1000명, 간접 고용은 4200명으로 전망했다.

시장 규모는 9월 말 기준 764만 명, 예금액 11조1000억원, 대출액 9조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체 은행들의 총 수신 2008조원, 여신 1776조원 대비 0.5%의 시장 점유율이다.

우리나라보다 먼저 시작한 외국의 경우 3~4%를 점유하고 있고 인공지능,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등 ICT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사업을 넓혀 나갈 수 있어 앞으로 더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인터넷전문은행법은 10월 8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 이후 금융위는 16일 “인터넷전문은행에 한해 비금융주력자(산업자본)의 지분 보유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의 인터넷전문은행법이 공포됨에 따라 시행령 제정안을 입법예고한다”고 밝혔다.

이로써 인터넷전문은행법은 26일까지 입법예고 한 뒤 규제개혁위원회와 법제처의 심사를 거쳐 내년 1월 17일부터 시행된다.

그동안 은행법상 은행이었던 K뱅크와 카카오뱅크가 인터넷전문은행법 시행에 처음으로 적용되는 인터넷전문은행이 될 전망이다.

하지만 18일 국정감사에서 2015년 11월 29일 사업자 선정 당시 K뱅크 등에 대한 ‘짜맞추기 결과’ 의혹이 불거져 논란이 되고 있다.

11월 29일 심사 결과 발표 9일 전인 20일 안종범 수첩에 ‘카카오 86, KT·우리 83’ 등이 적혀 있던 것으로 밝혀졌다. 안종범 수첩에 적힌 숫자는 심사 결과 점수와 동일한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위는 내년 상반기에 제3의 인터넷전문은행 인가를 추진할 계획이다. ICT 업계 등은 유력한 후보로 네이버를 거론하고 있다. 네이버는 자금력을 비롯해 네이버페이 등의 경험이 있어 차기 인터넷전문은행 0순위로 꼽힌다.

인터넷전문은행법 시행 후 처음 인가되는 제3의 인터넷전문은행은 과거와 다르게 투명한 과정이 요구될 전망이다.

파이낸셜투데이 강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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