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발견 위폐 900장 중 58%가 농협…지역 농협, 의식 바뀌나
금융기관에 접수되면 역추적 사실상 불가능, 위폐범은 현장에서 잡아야
김경협 “은행들 위폐 감별 실태 점검, 제도 개선 필요”…주의 수준 넘어서야

농협이 위폐 발견 1위 은행이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사진=연합뉴스

농협이 한국은행에 은행권(천원~오만원권 지폐)을 맡기는 은행 중 가장 많은 위조지폐를 보내는 것으로 드러났다.

2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김경협 더불어민주당 의원(부천원미갑)은 “한국은행에서 제출 받은 ‘화폐정사(한은에 돌아온 돈의 사용 가능 여부를 판정하는 조사) 결과 위조지폐 발견 현황’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14개 시중은행이 한국은행에 보낸 은행권 933장이 위폐였던 것으로 드러났다”며 이같이 밝혔다.

위폐는 2016년 339장, 2017년 321장에 이어 올해는 9월까지 273장이 발견돼 은행들이 위폐를 거르지 못하고 한은에 보내는 일이 반복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김승주 한은 발권국 과장은 “해마다 은행권 16~18억 장을 조사하면 300여 장의 위폐가 발견된다”며 “위폐는 오천원, 만원권이 많고 오만원권은 거의 없어 금액이 크지는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중은행에서 위폐를 적발하지 못하면 위폐범 검거는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김 과장은 “위폐가 금융기관에 접수되면 역추적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금융기관에서 위폐를 발견해 즉시 경찰에 신고해도 위폐범은 현장에서 잡지 못하면 검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은행은 보유한 현금이 많으면 한은에 입금한다. 이때 은행은 자체적으로 위폐, 손상권(폐기 목적), 사용권(재유통) 등을 분류한다. 특히 위폐는 한은에 보내기 전에 반드시 걸러내야 범인 검거 가능성이 높아진다.

따라서 농협이 위폐 발견 수량이 가장 많은 은행이라는 불명예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지적이다.

농협에서 들어온 위폐는 2016년 196장, 2017년 178장이었고 올해도 168장이 발견되는 등 지난 3년 동안 모두 542장이 발견돼 은행이 한은에 보내온 전체 위폐의 58%를 차지했다.

김 과장은 “농협 입금분에서 위폐가 많은 이유는 단위농협 등에서 수작업으로 화폐정사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위변조 화폐 쉽계 확인하는 방법(만원권, 오천원권). 자료=농협상호금융

김재민 농협중앙회 상호금융 팀장은 “지역(단위) 농협은 점포 수가 4722개로 가장 많고 각 사무소당 위폐 감별기가 있지만 감별기를 거치지 않는 경우가 있다”며 “지도 문서를 보내 지속적으로 주의를 주고 방법을 알려준다”고 말했다.

농협은행에서의 감별 대행에 대해 김 팀장은 “농협은행과 한은으로 보내는 현금수송 계약을 체결했지만 농협은행에서 돈을 건드릴 수는 없고 감별 대행은 예산 문제가 있어 당장은 어렵다”며 “지역 농협은 시골에 많이 있어 한계가 있지만 오래된 위폐 감별 계수기(130~150만원)를 교체하고 각 사무소에 있는 위폐 감별기를 거치면 위폐를 거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농협 다음으로 위폐가 많은 은행은 수협이었다. 수협이 입금한 돈에서는 3년 동안 177장(18.9%)의 위폐가 발견됐다. 이어 SC제일은행(51장), 기업은행(43장)이 그 뒤를 이었다.

한국은행은 위폐 집중 관리기관으로 지정돼 있다. 하지만 은행의 위폐 감식 등에 대해 강제하거나 제재할 권한은 없다. 따라서 간담회 등을 통해 주의를 촉구하는 수준에서 은행 입금 위폐 문제에 대응하고 있는 실정이다.

김 의원은 “위폐는 유통 과정이 길어질수록 범인 검거가 어려워지므로 한은이 금융당국과 협의해 시중 은행들의 위폐 감별 체계를 점검하고 책임을 부과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파이낸셜투데이 강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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