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주주 J&W파트너스로 변경…1100억원 규모 증자 결정
상반기 증시호황에도 순이익 감소 ‘유일’·신용등급 하락까지

사진=연합뉴스

상반기 아쉬운 실적을 보인 SK증권이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분주하지만 업계 반응은 시큰둥하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SK증권은 상반기 기대 이하의 실적을 기록했다. 영업이익 104억원, 순이익 107억원으로 각각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2.32%, 50.00% 줄었다. 상반기 증시 활황으로 대부분의 증권사가 2007년 이후 최대 실적을 냈지만 SK증권은 유일하게 순이익이 감소했다.

자기매매부문과 IB부문이 부진했다. 상반기 자기매매부문의 순이익은 148억원으로 지난해 271억원보다 45.39% 감소했다. IB부문은 지난해 같은 기간 179억원의 이익을 냈지만 14억원 손실로 전환됐다.

NCR(순자본비율)도 225.68%로 전체 평균(552.9%)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NCR은 영업용순자본을 총위험액으로 나눈 값으로 금융투자회사의 재무건전성을 나타내는 지표다.

SK증권은 분위기 반전에 나섰다. 최대주주가 변경되면서 공격적인 사업망 확대를 위한 자금조달에 돌입했다.

앞서 SK는 지난 3월 5일 보유하고 있던 SK증권의 지분 전량(10%)을 J&W파트너스에 매각한다고 공시했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8조의 2에 따른 지주회사 행위 제한 위반 해소를 위해 보유 중인 SK증권 주식을 전량 매각하는 것이다.

이어 지난 7월 금융위원회는 SK증권 인수 주체인 J&W파트너스에 대한 대주주 적격성 심사 안건을 최종 의결했다. 지분 매각 계약을 체결한 지 약 4개월 만에 J&W파트너스를 새 주인으로 맞이한 것이다. 이번 결정으로 SK증권은 26년 만에 SK그룹 계열사에서 제외됐다.

SK증권은 지난 12일 제3자배정 방식의 유상증자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최대주주인 J&W파트너스가 보통주 3636만3000주를 주당 825원에 배정받을 예정이다.

같은 날 운영자금 약 800억원을 확보하기 위해 신주 1억1611만주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으로 유상증자한다고 공시했다. 주당 발행 예정가는 689원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유상증자로 연내 1100억원의 자금을 조달해 순자본비율 제고와 운영자금 확보에 활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SK증권이 자본 확충으로 재도약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음에도 업계의 반응은 미온적이다.

대주주 변경이 결정된 7월 한국신용평가, 나이스신용평가, 한국기업평가는 일제히 SK증권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대주주 변경이 승인되면서 기존에 소속됐던 SK 계열로부터의 회사에 대한 지원 가능성이 소멸됐기 때문이다”며 등급 하향 이유를 설명했다.

한국신용평가는 장기신용등급을 A/하향검토(후순위)에서 A-/안정적(후순위)로, 나이스신용평가는 장기신용등급을 각각 A+↓에서 A/Stable, A2+↓에서 A2로 하향 조정하고 등급하향검토 대상에서 제외했다.

한국기업평가도 기업신용등급, 무보증사채 및 파생결합사채 신용등급을 A(안정적)로, 전자단기사채 및 기업어음 신용등급을 A2로 하향 조정했다.

주가도 주춤했다. 유상증자가 발표 직후 거래일인 15일 SK증권은 장 초반 791원까지 떨어져 신저가를 기록했다. 이날 종가는 전 거래일(897원)보다 12.15% 하락한 788원으로 52주 신저가를 갈아치웠다.

이번 증자에 대해 김영훈 한국신용평가원 선임애널리스트는 “영업기반 확대 및 재무구조 개선에 긍정적. 순자본비율은 6월 말 225.7%에서 281.6%로 개선될 것으로 확보한 운영자금으로 공격적인 영업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평가했다.

다만 타 증권사에 비해 자본규모가 열위하고 주주 변경 이후 사업전략에 대한 검토 필요 등을 이유로 유상증자 계획이 신용도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고 판단했다.

김 애널리스트는 “이번 유상증자로 인한 자본증가를 반영하면 자본성장률은 29.2%로 업계 평균 수준의 자본확충을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대형사와 중소형사 간 자본 및 수익창출 능력 격차가 확대되는 상황에서 A급 증권사와 유사한 수준의 증자 규모는 수익기반 확대 여지가 크지 않다”고 분석했다.

또 “SK증권의 사업 안정성에는 SK그룹과 영업 거래가 긍정적으로 작용했지만 최대주주가 변경되면서 계열물량 축소·SK그룹 명성에 기반한 영업력 약화로 사업 안정성에 변동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SK증권 관계자는 “유상증자 발표 이후 주가가 하락한 것은 최근 국내 증시가 좋지 않았던 영향도 일부 받은 일시적 현상으로 본다”며 “장기적인 관점으로 바라봐야 한다. 유상증자를 통해 기존 진행하고 있던 사업에 자금을 투자하고 수익이 발생하면 상황이 개선될 것이다”고 말했다.

파이낸셜투데이 김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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