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대목 옛말…주요 분양일정 줄줄이 연기
“무주택자 외 1주택자까지 흡수, 세부적 지침 마련 필요”

서울 강남 일대 아파트 전경. 사진=연합뉴스

올가을 예정된 주요 단지 분양일정이 연기되면서 청약제도 개편 전 일명 ‘막차’를 노리던 1주택자들의 볼멘소리가 새나오고 있다. 그동안 최대 성수기로 불리던 분양시장 가을 대목은 옛말이 됐다는 평가다.

국토교통부는 9·13 부동산대책의 후속 조치로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 일부 개정안’을 12일 입법 예고했다. 무주택 실수요자에게 신규 주택이 우선 공급되도록 하고 분양권 등 소유자도 유주택자로 간주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분양시장 내 투기수요를 차단하고 실수요자 보호를 위해 가을 분양 성수기 전에 서둘러 후속 조치를 취한 셈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추첨제 대상 주택의 75% 이상은 무주택자에게 우선 공급된다. 남은 분양물량은 무주택자와 1주택 실수요자(1주택 실수요자는 기존 주택 처분 조건)에게 우선 공급되며 잔여주택을 유주택자에게 돌아가도록 했다.

현행 제도로는 추첨제 공급시 유주택자도 1순위로 청약할 수 있다. 규제지역 내 전용 85㎡ 초과 중대형 평형에 대해서는 전체 물량의 50%를 무주택자와 1주택자에 제공된다.

내달 개편안이 시행되면 1주택자는 자칫 청약할 기회조차 사라지게 될 수 있다. 이에 일부 투자수요자들은 이달 공급 예정된 분양물량이 청약에 도전할 마지막 기회라고 해석하기도 했다.

하지만 분양보증을 해주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내달 말 이후로 분양일정을 조정해 달라고 각 건설사에 주문하면서 1주택자의 청약기회는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주요 건설사가 짓는 브랜드 단지는 이르면 올 연말, 길게는 내년 초까지 일정이 연기됐다.

한 1주택 보유자는 “주택공급을 늘리겠다고 약속한 정부가 분양도 제때 못하게 막고 무주택 실수요자가 아니면 모두 투기세력으로 싸잡아 보는 것 같아 불편하다”며 “집 한 채 마련하려고 몇 년에 걸쳐 계획을 세우고 실천하는 사람이 대부분일 텐데 실수요자에게 돌아갈 혜택도 중요하지만 기존 주택 소유주에 대한 배려도 필요하다”고 하소연했다.

HUG는 복수 단지가 분양되는 위례·판교·과천 등 3곳을 제외한 개별단지에 대해서는 청약제도 개편과 무관하게 보증심사를 진행하겠다고 전했다. 그러나 일부 단지들은 조합과 HUG 간 분양가 협의가 늦어지고 있어 분양 시기가 예정대로 이뤄질 가능성은 적다.

서울 강남구 개포주공 4단지 재건축 공사현장 전경. 사진=연합뉴스

현대건설이 짓는 서울 서초구 삼호가든 3차 재건축 ‘서초구 디에이치반포’와 대림산업이 서울 동대문구 용두5구역을 재개발한 ‘동대문구 e편한세상 청계센트럴포레’는 내달 중으로 분양일정이 미뤄졌다.

GS건설이 공급하는 서울 서초구 서초그랑자이(무지개 재건축), 서초구 방배그랑자이(방배경남 재건축), 강남구 개포그랑자이(개포주공 4단지 재건축) 등 단지들은 모두 내년 초로 분양 시기가 조정됐다.

분양일정이 연기될 것으로 예상했던 삼성물산 ‘래미안 리더스원(서초우성1차 재건축)’은 예정대로 이달 말 분양에 나선다. 지난 16일 HUG는 3.3㎡당 4489만원으로 해당 단지 일반분양 물량에 대한 분양 보증서를 발급했다.

잇따라 서울의 주요 단지 분양일정이 미뤄진 가운데 래미안 리더스원은 강남권에서 분양되는 올해 마지막 ‘로또아파트’가 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청약제도 개편 전에 래미안 리더스원이 입주자 모집에 들어가면서 무주택자는 물론 1주택자 청약수요가 대거 몰릴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청약제도 개편 및 분양일정 조율 등으로 일부 청약시장의 과열을 막을 수는 있지만 실효성을 거두기 위해서는 세부적인 지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 랩장은 “공급시기가 미뤄진 것뿐이지 물량이 없어진 건 아니기 때문에 시장 안정화를 꾀하기는 어렵다”며 “온전한 무주택자에 돌아갈 기회는 늘었지만 정부가 주택 소유 여부에 따라 정책적으로 시장을 판가름 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함 랩장은 “소득이나 자산기준에 대한 가점 항목을 추가하는 등 세부적인 지침이 마련돼야 한다”며 “무주택자에게 골고루 공급한다는 것 외에도 교체수요나 가구원수 증가 등의 수요도 있으니 1주택자까지는 분양시장에 대한 문호를 열어주는 것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파이낸셜투데이 배수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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