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좌·금액 1위 농협 ‘26,394개’, 신한 ‘4278억원’, 억대 계좌 1위 국민 ‘254개’
KEB하나, 우리, SC제일, 시티은행 順…‘금수저·흙수저’ 극심한 빈부 격차 단면
불법 아니지만 악용 가능성, 주식·부동산 구입 시 자금출처추적 등 절차 거쳐야

농협·신한·국민은행이 미성년자 계좌 '71%'를 차지했다. 사진=연합뉴스

예금주가 미성년자(0~18세)인 국내 계좌가 총 10만 개가 넘고 금액은 2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확인돼 충격을 주고 있다.

17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성남 분당을)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 받은 국정감사 자료 ‘미성년자 보유 예적금 현황’에 따르면 올해 8월 말 기준 신한, 우리, 국민, KEB하나, 농협, 씨티, SC제일은행 등에 최저 1000~5000만원 미만 계좌를 포함해 최고 10억원 이상 계좌까지 총 107,754개였고 계좌 잔액은 총 1조9079억원이었다.

은행별로 보면 계좌 수는 농협이 26,394개로 가장 많았다. 이어 국민은행 25,615개, 신한은행 25,247개, KEB하나은행 16,550개, 우리은행 10,211개, SC제일은행 3,024개, 시티은행 713개 순이었다.

계좌 잔액은 신한이 4278억8700만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농협 4277억4300만원, 국민 3877억8800만원, KEB하나 3511억1000만원, 우리 2224억2700만원, SC제일 721억8700만원, 씨티 188억2100만원 순이었다.

예금주인 미성년자의 나이별로 보면 계좌는 18세가 12,068개로 가장 많았고 17세 11,212개16세 9006개 등으로 연령이 높을수록 계좌가 많았다. 하지만 0세 344개, 1세 1358개, 2세 2292개, 3세 3015개부터 9세 5691개까지 한 자릿수 연령대도 수천 개의 계좌 수로 집계됐다.

계좌 잔액 역시 18세가 2203억1546만원으로 가장 많았고 17세 1977억825만원, 16세 1629억6962만원 등 10세 이상은 모두 1000억원이 넘었다. 또한 0세 69억2794만원, 1세 219억3068만원, 2세 354억280만원, 3세 474억8933만원부터 9세 965억7463만원까지 수백억 원이 이들 계좌에 남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미성년자 보유 예적금 현황(농협, 신한은행). 자료=금감원, 김병욱 의원실
미성년자 보유 계좌 현황(국민, 하나은행). 자료=금감원, 김병욱 의원실

이에 김 의원은 “이번 통계는 금수저, 흙수저로 표현되는 극심한 빈부 격차의 단면”이라고 지적했다.

미성년자 계좌 중 1000만~5000만원 미만 계좌가 104,521개, 잔액 1조5881억원이었다. 이어 5000만원~1억 미만 계좌는 2257개·잔액 1230억원, 1억~5억 미만은 계좌 879개·1273억원, 5억~10억 미만은 계좌 74개·381억원, 10억 이상은 계좌 23개·313억원으로 나타났다.

10억원 이상 계좌는 국민(9개·82억8400만원), 하나(7개·105억1300만원), 신한(4개·50억4700만원), 우리(3개·75억1500만원)이었고 5억~10억 미만 계좌는 국민(30개·108억1900만원), 우리(17개·110억200만원), 신한(11개·59억1400만원), 하나(8개·55억2500만원), SC제일(7개·42억900만원), 씨티(1개·6억4200만원)로 밝혀졌다.

또한 1억~5억 미만 계좌는 하나(228개·362억7100만원), 국민(215개·193억4600만원), 우리(150개·240억8200만원), 신한(116개·198억8700만원), 농협(81개·117억6600만원), SC제일(65개·120억2600만원), 씨티(24개·39억6800만원)로 확인됐다.

김 의원은 “특별한 경제 활동 없이 대물림되는 부에 대해서는 합법적 증여나 상속이 이뤄지는지 점검해야 한다”며 “땀 흘려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 대접받을 수 있는 희망적인 사회를 만들기 위한 종합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농협 관계자는 계좌가 가장 많은 이유에 대해 “지점 수(1150개)가 가장 많고 지역 농협을 포함시키면 4000개가 넘는다”며 “나쁜 의도보다는 자녀 적금과 용돈 목적으로 만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은행 관계자 역시 “고객 수(1300만 명)가 가장 많아 수신 규모가 크다”며 “미성년자 계좌 개설을 거절할 수 없고 법상으로도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이어 국민은행 관계자는 “편법 증여나 절세를 위해 세법의 틈을 이용하거나 탈법에 악용할지는 알 수 없다”면서도 “어린이 계좌는 자산가들도 만들지만 일반 사람들도 많이 만드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미성년자 보유 계좌 현황(씨티, SC제일은행). 자료=금감원, 김병욱 의원실
미성년자 보유 계좌 현황(우리은행), 총 계좌 수와 잔액(오른쪽). 자료=금감원, 김병욱 의원실

하지만 미성년자 계좌가 10만 개가 넘고 잔액이 2조원을 넘는 것에 대한 설명으로는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계좌 수 1, 2위인 농협과 국민은행의 어린이적금 상품을 보면 농협은 연 1.5%, 우대금리 0.6~1%, 최고금리 2.1~2.5%이고 국민은행은 연 1.6%, 우대금리(최대) 1.3%, 최고 2.9%이다. 금리를 놓고 보면 농협보다는 국민은행이 더 많은 가입자를 확보해야 하는 것이 상식이다. 따라서 다른 목적으로 만들어지는 계좌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이에 국세청 관계자는 “미성년자 계좌를 만드는 것 자체로 증여세 대상이 되지 않고 증여 대상이라해도 본인들이 신고를 하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면서 “그 계좌에 넣은 돈으로 주식이나 부동산을 사면 증여가 된다. 하지만 신고를 안 하면 1년 정도 지나야 자금출처를 조사해서 과세 대상인지를 파악할 수 있다”고 말했다.

모든 미성년자 계좌가 불법은 아니지만 그 돈으로 주식이나 부동산을 사면 상당한 기간과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과세를 할 수 있고 불법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는 설명이었다.

김 의원 측은 “불법에 대한 문제 제기보다는 국민의 알권리와 국민 정서와 맞지 않는 이 같은 현상으로 불법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경각심을 일으키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파이낸셜투데이 강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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