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부동산펀드 설정액 70조원 돌파 ‘매달 최대치’ 경신
해외투자 규모, 국내투자 추월…“리스크 관리 필요”
증시 변동성이 커지면서 부동산펀드로 자금이 몰렸지만 이에 대한 리스크 관리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부동산 그림자 금융’에 대한 체계적 관리 필요성이 본격 부각된 것이다.
1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국내외 부동산펀드 설정액은 71조2670억원을 기록했다. 2015년 9월 말 33조4172억원를 기록한 이후 줄곧 상승세를 타면서 3년간 매달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이처럼 유동성 자금이 부동산펀드로 몰리는 이유에 대해 미·중 무역분쟁 악화와 미국발 금리 상승 우려와 이로 인한 신흥국 경제 우려 등 악재로 공포심리가 확산된 것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실제 지난 11일 미국 증시 급락으로 코스피와 코스닥이 맥없이 추락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98.94p(4.44%) 내린 2129.67로 지난해 4월 12일 이후 최저치를 보였다. 코스닥지수도 40.12p(5.37%) 급락한 707.38로 마감해 지난해 11월 7일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에 부동산펀드로 몰리는 자금에 투자자들의 이목이 쏠렸다.
부동산 설정액 증가율은 2015년(32조9947억원) 18%에서 2016년(45조6943억원) 30.78%, 지난해 30.88%로 매년 큰 폭으로 늘었다.
부동산펀드는 다른 펀드보다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지난해 부동산펀드 설정액 증가율은 주식형펀드(5.68%)와 채권형펀드(-8.31%)를 크게 따돌렸다.
수탁고도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장병완 민주평화당 의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6월 말 현재 부동산펀드 수탁고는 66조8000억원으로 2013년 24조3000억원을 기록한 이후 175%(42조5000억원) 급증했다.
해외투자 규모도 늘어났다. 장 의원에 따르면 부동산펀드 해외투자 규모는 343조3000억원으로 전체 수탁고의 절반 이상인 51.3%를 차지했다. 국내투자 규모인 32조5000억원(48.7)%을 추월한 것이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금리 상승과 미국 주식시장이 급락한 것의 영향으로 채권과 주식시장 상황이 안 좋기 때문에 투자할 수 있는 대체자산을 찾고 있고 부동산이 특히 인기가 좋다”며 “국내보다 물건이 많고 변동성이 떨어지는 선진국 오피스 빌딩 위주 부동산펀드 투자가 많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에 따른 리스크 관리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장 의원은 “최근 급증하고 있는 부동산펀드에 대해 장기투자상품(평균 5~7년)으로 펀드 만기에 부동산가치가 하락할 경우 손실이 발생할 수 있고 해외부동산의 경우 환율 급락에 따른 위험이 있어 리스크 관리 감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펀드 운용 규모가 커지면서 자산운용사의 미흡한 관리 체계로 발생할 수 있는 투자자 피해에도 우려감도 드러냈다.
장 의원은 “펀드 운용 규모가 급증하고 있는 것에 비해 펀드 운용 전문 인력이 부족하다는 현장 의견이 많았다”며 “자산운용사가 전문 인력을 배출할 수 있는 체계가 갖춰진 것도 아니라 관리 체계가 미흡해 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를 금감원이 인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금융당국도 ‘부동산 그림자 금융’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를 주문했다.
지난달 열린 간부 회의에서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최근 주택가격 상승 등 부동산 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일반적인 주택담보대출은 가계부채 종합대책으로 관리하고 있으나 자본시장 부문을 포함한 소위 ‘부동산 그림자 금융’은 상대적으로 관리가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앞으로 전 금융권 부동산 그림자 금융을 거시적 관점에서 체계적으로 관리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부동산 그림자 금융’은 주택담보대출이 아닌 부동산펀드·신탁·유동화증권 등 기타 부동산 금융을 의미한다.
파이낸셜투데이 김민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