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이후 이자 보전 명목, 10년간 총 393억 지원
‘황제 이자 지원’ 비판…대출금리 2.87% 이자분 현금으로 돌려줘
“농협중앙회에 빨대 꽂고 다 걷어간다” 비판 팽배, 시중은행에도 없는 특혜

서울 중구 통일로 NH농협은행 본점. 사진=연합뉴스

농협이 직원들에게 0%대의 주택구입자금 대출금리에 대한 혜택을 제공해 ‘황제 이자 지원’ 논란에 휩싸였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정운천 바른미래당 의원(전북전주시을)은 농협으로부터 받은 ‘임직원 주택구입자금 융자 및 지원현황’ 자료를 통해 15일 “농협은 소속 직원 주택구입자금 대출건에 대해 2.87%의 이자를 보전해 현금으로 지급하고 있다”며 “그에 따른 실제 이율이 2016년 기준 0.13%, 2017년 기준 0.22%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농협이 주택구입자금 대출을 해주면서 대출이자에 대한 페이백(payback 보상)을 통해 0%대 특혜 금리를 제공하고 있다는 주장이었다.

정 의원에 따르면 농협은 지난 2008년부터 이 제도를 운용해왔다. 2017년도 대출 건 기준 이자 보전 금액이 40억원 수준으로 2008년부터 현재까지 10년간 지원액이 393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까지 이렇게 혜택을 본 직원은 총 4305명에 달한다.

지급 방식은 직원이 1년 동안 납부한 대출이자를 다음 해에 현금으로 일괄 지급하는 방식이다.

이자 보전 기간은 총 10년으로 한도인 1억원 기준으로 1년 287만원, 10년 동안 2870만원의 이자를 돌려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 의원은 “농협의 존립 목적은 농업의 경쟁력 강화를 통해 농업인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있다”며 “농민들을 위한 대출이자 지원은 고사하고 농협 임직원들에게 과도한 금리 지원 혜택을 주고 있다는 점에서 비판을 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대출금리를 직접 깎아준다는 특혜 시비를 피하기 위해 정상적인 금리를 적용하고 추후 별도 예산을 통해 이자를 보전해주는 눈속임을 해왔다는 점에서 국민적 공분을 사기에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농협 이윤태 차장은 “집이 없는 직원을 상대로 ‘사내복지기금’을 활용한 것”이라며 “1인당 대출 한도는 1억이고 하위 직급만 해당된다”고 밝혔다.

0%대 금리에 대해 농협 엄태식 과장은 “기준금리가 낮아 대출이자가 0%대로 떨어진 것”이라고 말했지만 이 차장은 “대출이자가 0%대는 아니다”라고 정정했다.

이어 이 차장은 “농협 직원은 신용도 등에서 최우수 고객에 해당된다”며 “일반 대출보다 이자율이 높지만 이자 일부(2.87%)를 연말정산 때 보전해주는 방식”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오해 소지가 있어 농협 내부에서도 제도적 보완에 대해 논의 중이라는 것이 농협의 입장이었다.

제도적 보완은 노사 합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당장 개선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임직원 주택구입자금 융자 및 지원 현황(단위 : 좌, 억원, %). 자료=정운천 의원실

농협의 주장에 대해 정 의원 측은 “사내근로복지기금은 농협중앙회 자금으로 연 80~100억원대로 조성된다”며 “농민들 사이에서는 ‘빨대대로’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농협중앙회에 빨대를 꽂고 다 걷어간다는 비판이 팽배하다”고 말했다.

또한 정 의원 측은 “농협 마음대로 기금을 조성해 직원들만 혜택을 받는 것”이라며 “처음 이 기금을 조성했던 2008년에는 금리가 높았기 때문에 문제가 안 됐지만 저금리가 되면서 0%대가 됐다”고 말했다.

변동금리를 적용하지 않아 기준금리가 낮아질수록 혜택 받는 비율이 높아진다는 지적이었다.

이어 정 의원 측은 “국민은행이나 신한은행 등에도 직원들의 전세자금을 위한 주택임차자금은 있지만 주택구입자금을 지원해주지는 않는다”며 “농협이 시중은행에 없는 혜택을 만든다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에 농협의 이 차장은 “지금은 국감 기간이고 농협의 공식 입장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말하기 곤란하다”면서 “본격적으로 이 문제가 논의되면 공식 입장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농협의 공식 입장이 늦어질수록 비판의 강도는 거세질 전망이다.

정 의원은 “집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막대한 대출이자 부담으로 국민들이 고통 받고 있는 현실에서 농협 직원들이 0%대 특혜 금리 혜택을 받는 것은 심각한 모럴헤저드”라며 “농촌 경제가 매우 어려운 실정에서 농민들의 지원 조직인 농협이 농민들보다는 직원들에게만 과도한 혜택을 주는 등 방만한 경영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파이낸셜투데이 강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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