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최근 4년간 12건 적발하고도 제재 안 해…은행 자율처리에 맡겨
고용진 의원 “금감원은 ‘경영유의’ 등 솜방망이 징계”, 사실상 제재 없어
2014~2015년 ‘종합검사’ 없어져 이빨 빠진 금감원, ‘종합검사제’ 하반기 부활

시중 은행들의 부당 대출금리가 방치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금융감독원이 은행의 가산금리 부당 산정 사례를 적발하고도 제재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15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고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서울 노원갑)이 금감원에서 제출 받은 ‘은행 가산금리 관련 금감원 검사결과 현황’ 자료를 보면 2014년 이후 12건의 가산금리 부당산정 사례를 적발하고도 제재 없이 그냥 넘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시중은행의 가산금리 문제는 2012년 7월 감사원의 감사 결과(‘금융권역별 감독실태’) 때 처음 드러났다. 당시 감사원은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려 저금리정책을 취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은행이 불합리한 가산금리 인상을 통해 가계에 불필요한 대출이자 부담을 가중시켰다고 지적했다.

감독기구로서 제 역할을 못했다는 비판이 일자 금감원은 그해 10월, ‘은행 대출금리 체계에 대한 감독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대출금리체계 모범규준’을 만들고 대출금리 결정 과정을 중점 검사 사항으로 운영하며 부당한 가산금리 부과 사례에 대해서는 제재를 강화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고 의원은 “금감원이 제출한 자료를 보면 6개 은행에서 12건의 가산금리 부당 산정 사례가 적발됐는데도 은행과 임직원에 대한 제재는 단 한 건도 없었다”고 비판했다.

은행법에 따르면 금감원은 검사 결과 문제가 적발되면 해당 은행에 대해서는 위반 행위의 중지 및 경고뿐만 아니라 시정명령과 영업정지의 조치를 내릴 수 있다. 또 임직원에 대해서는 면직·정직·감봉·견책·주의 등의 제재 조치를 취할 수 있다.

금감원은 지난해 12월 광주은행 검사 결과 ‘대출금리 산출체계 관리’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가산금리 항목은 시장 상황에 따라 주기적으로 조정해야 하지만 2015년 3월 이후 가산금리를 산출하면서 예상 손실, 유동성 프리미엄, 자본 비용, 업무 원가에 대해 최초 입력된 값을 계속 사용해 부당하게 가산금리를 올려 받은 것이다. 하지만 금감원의 조치는 ‘경영유의’ 통보에 그쳤다.

2014년 7월 이후 은행권 금리산정 체계 관련 적발 및 조치 현황. 자료=고용진 의원실

2014년에도 광주은행, 한국시티은행, SC제일은행에 대한 가산금리 관련 부당 산정 사례를 적발했지만 금감원은 모두 ‘경영유의’ 조치로 끝냈다.

2015년 금감원은 시티은행, 수협중앙회, 하나은행 등에 대한 검사 결과 대출 가산금리 운용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시티은행은 2011년 2월부터 2013년 10월까지 36개 영업점에서 68명 차주의 부동산담보대출 69건에 대해 약정서상 가산금리보다 높은 금리를 적용하거나 영업점장 승인 없이 가산금리를 부당하게 인상한 사례로 적발됐다. 이에 금감원은 제재 등급 중 가장 낮은 ‘자율처리 필요사항’을 통보했다.

‘자율처리 필요사항’은 은행이 자체적으로 시정하고 금감원에 보고하는 것을 말한다.

2016년에도 금감원은 SC제일은행에 대한 검사 결과 아파트 담보대출 금리산정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SC제일은행 내규를 위반하고 담보 가액을 낮게 산정해 결과적으로 높은 가산금리를 적용했다는 지적이었다.

이 밖에 은행연합회가 고시한 신규 코픽스 금리가 아닌 전월의 고시금리를 입력해 대출금리를 과다 수취한 수협중앙회(2015년), 유동성 프리미엄, 영업점장 전결가산금리 등에서 불합리하게 높은 가산금리를 적용한 하나은행(2015년), 내부이전금리 운영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된 농협은행(2015년) 등에 대해 금감원은 ‘경영유의’ 처분만 적용했다.

이에 금감원 은행검사국 상시감시팀의 이영로 부국장은 “현재 금감원 내부에서 2차에 걸쳐 심사 중이다”면서도 “제재 근거가 있는 ‘꺾기’ 등과 다르게 부당이자는 제재 근거가 법규에 명시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

또한 이 부국장은 “TF를 꾸려 제재 근거를 만들고 있다. 공시 강화, 대출금리 모범기준 개정, 금리산정내역서를 제출 받는 것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봐주기 제재에 대해 이 부국장은 “과거 사례 등을 참고해 형평성 고려는 하지만 봐주기는 없다”고 밝혔다.

최근 5년간 금융회사·임직원 제재 현황(단위 : 건, 명). 자료=고용진 의원실

하지만 고 의원 측은 “제재 근거가 없다는 건 안 하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제재를 안 하는 이유에 대해 고 의원 측은 “전 정권에서 은행에 대한 종합검사를 폐지한 뒤 은행들이 금감원을 무시하고 있다”며 “1년에 2150건에 달하던 금융회사와 임직원에 대한 금감원의 제재 건수가 종합검사 폐지 후 줄기 시작해 지난해에는 650건으로 70% 감소했다”고 말했다.

종합검사제는 2014년부터 검사·제재 업무 혁신이라는 명목으로 폐지됐고 내규 위반 사항에 대해서는 금융회사가 자율적으로 조치하는 방향으로 제재 방식으로 바뀌었다.

고 의원은 “대출금리 문제는 국민들의 실생활과 밀접하게 연관된 중요한 사안인데 그동안 금융감독당국이 솜방망이 징계로 사실상 방치했다”며 “금감원이 소비자보다는 힘이 센 은행 편을 든다는 지적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소비자보호를 중심으로 금융감독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파이낸셜투데이 강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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