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른 시신 수습, 날씨가 도왔다…대사관 및 네팔 당국도 적극 도움
문 대통령, 원정대 추모…애도의 마음 전해

13일 오후 아시아산악연맹이 있는 서울 청담동 킹콩 빌딩에서 히말라야 다울라기리산 구르자히말 원정 도중 사고를 당한 고 김창호 대장의 지인인 서기석 유라시아트랙 대표(오른쪽 세번째)가 사고 내용을 브리핑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히말라야 등반 도중 사망한 한국 원정대원 5명과 네팔인 가이드 4명에 대한 시신 수습이 14일(현지시간) 완료됐다. 수습된 시신들은 네팔 수도 카트만두로 이송됐다.

주네팔 한국대사관에 따르면 구조대는 이날 오전 10시 30분께 시신 3구를 먼저 수습해 인근 마을로 이송하고, 나머지 6구도 한 구씩 차례로 이송해 1시간 만에 관련 작업을 마쳤다. 다행이 이날 현장 날씨는 구름이 종종 끼었을 뿐 대체로 좋은 편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전날 오전 대사관은 소형 헬기를 띄워 해발 3500m 베이스캠스 인근에서 원정대의 시신을 발견했으나, 헬기 크기가 작아 수습이 불가능해, 다음날 중형 구조헬기를 띄워 시신 수습에 나섰다.

사고 현장 착륙이 어려워 헬기에 탑승한 구조대원이 밧줄을 타고 내려가 시신을 한 구씩 수습한 것으로 전해졌다.

네팔 당국과 현지 주민의 지원도 수습 작업에 큰 도움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구조헬기에 탑승한 조정사 1명과 4명의 구조대원, 인근 마을 주민 4명과 경찰 1명, 구조헬기 회사 현장 감독자 1명 등이 사고 현장에 투입됐다. 주네팔대사관도 네팔 당국과 현지 전문가 등과 연락하며 사태수습에 총력을 기울이는 등 컨트롤타워 노릇을 톡톡히 해냈다.

수습된 시신은 사고 현장 인근 착륙 가능한 마을에 차례로 안치됐다가 다른 대형 헬리콥터로 포카라로 이송된 뒤 이날 오후 카트만두에 있는 네팔국립대학병원으로 옮겨졌다.

김창호 대장이 이끄는 한국 원정대는 지난달 28일 신루트 개척을 위해 구르자히말 봉우리에 올랐다가 눈 폭풍을 만나면서 변을 당했다. 9구의 시신 중 8구가 계곡 아래에서 발견된 점을 감안하면 이들 대부분은 눈 폭풍에 휩쓸리며 급경사면 아래로 추락한 것으로 추정된다.

외교부 해외안전지킴센터 소속 담당자 등 3명으로 구성된 신속대응팀은 시신 수습 상황과 유족 일정 등을 고려해 15~16일 중 파견, 시신 운구, 장례절차 지원, 가족 방문시 행정 편의 제공 등을 맡게 된다.

주네팔대사관과 외교부 신속대응팀은 유족, 한국산악회 등과 상의해 향후 장례절차 등에 대해 협의해 나갈 방침이다.

한편, 프랑스 국빈방문 중 소식을 들은 문재인 대통령은 SNS를 통해 추모와 애도의 뜻을 전했다.

문 대통령은 페이스북을 통해 “구루자히말 남벽 직등, 신루트 개척 중 사고를 당한 김창호 대장과 이재훈·임일진·유영직·정준모 대원을 추모한다”며 “함께 산을 오른 네팔인 셰르파와 가이드에게도 한국 국민을 대표해 애도의 마음을 전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인간의 영역을 넓히는 일에는 어떤 영역에서도 위험이 따를 수밖에 없다”며 “눈 폭풍이 아홉명의 산악인을 영원히 산속으로 데려갔지만, 신루트를 개척하려 한 그분들의 용기와 투혼은 결코 묻힐 수 없다”고 했다.

이어 “마지막 가시는 길에 우리 마음이 모두 담길 수 있게 최선을 다하고 유가족의 슬픔에도 함께하겠다”며 “위대한 도전을 되새기며 고인들의 명복을 빈다”고 전했다.

파이낸셜투데이 한종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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