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운열 의원 “‘최고위험’ 양매도ETN, ‘중위험·중수익’으로 속여 판매” 의혹 제기
하나은행 “최고위험 고지했고 자술 받거나 녹취까지 해 적법한 절차 밟았다”
최 의원 측 “직접 상담 받으면서 직원이 밑줄 그어가며 설명한 증거물 있다”

서울 중구 을지로의 KEB하나은행 신사옥. 사진=연합뉴스

KEB하나은행이 ‘최고위험’ 등급의 파생결합증권(양매도ETN)을 ‘중위험·중수익’ 상품으로 8000억원어치를 팔았다는 의혹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12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의원(비례대표)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최근 1년여간 하나은행은 양매도ETN을 최고위험 등급으로 분류해 놓고 주로 50대 이상 고객 총 8417명을 상대로 ‘중위험·중수익’ 상품으로 소개하며 전국 539개 지점을 통해 8283억원의 판매고를 올려 총 69억원의 수수료 수입을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최 의원은 “시장 급변 시 원금 손실 가능성이 큰 최고위험 등급 양매도ETN을을 특정금전신탁의 형태로 판매하면서 ‘중위험·중수익’으로 판촉에 나서고 있어 이에 대해 금융감독원이 불완전판매 점검을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최 의원은 “불완전판매 여부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입수한 KEB하나은행의 직원용 내부 자료(‘하나ETP신탁 목표지정형_양매도ETN’)를 보면 ‘중위험·중수익 투자상품’임을 투자포인트로 설명하도록 명시돼 있는 등 일반고객들이 투자위험 여부를 판단할 때 혼선을 유발케 하는 내용이 담겨져 있다”며 “실제로 이 상품을 가입하기 위해 투자 성향을 기존보다 높게 변경한 투자자가 1761명, 투자금액 기준으로 1141억원에 달해 불완전판매 우려가 높은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양매도ETN은 올해 상반기에만 연봉 22억원2998만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화제가 된 한국투자증권 김연추 팀장이 설계한 상품이다. 당시 김 팀장이 언론 인터뷰를 통해 ‘중위험·중수익’ 상품으로 여러 차례 홍보하자 금융투자업계 내에서 ‘금융투자회사 임직원 윤리준칙’에 어긋나는 행동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특정금전신탁을 통한 양매도ETN 판매 현황(단위 : 억원). 자료=최운열 의원실

‘양매도 ETN’은 풋옵션과 콜옵션을 동시에 매도하는 전략을 기초로 지수가 예상범위 내에서 움직이는 한 약간의 수익을 계속 얻지만 시장 급변으로 지수가 예상범위를 벗어날 경우 큰 손실을 보는 구조를 취하고 있다는 점에서 KIKO와 기본적 원리가 유사하다. 과거 베어링은행 파산, 투자자문사 대표의 자살 등 수많은 비극적 사건들이 이 옵션 양매도 투자로 인해 빚어졌었다.

이러한 투자위험을 고려해 국내 모든 금융투자회사들은 양매도ETN의 투자위험도를 최고위험 등급으로 설정해놓고 있지만 KEB하나은행이 1%에 달하는 선취판매수수료를 수취하면서도 8000억이 넘는 판매고를 올린 사실이 알려지며 최근 은행권을 중심으로 경쟁적으로 상품 출시를 준비 중이다.

최 의원은 “저금리 상황에서 안정적인 투자처를 고민하는 국민들에게 최고위험 등급 상품을 금융회사들과 언론이 ‘중위험·중수익’이라고 소개하는 행태가 만연하고 있다”며 “무분별한 용어 사용에 따른 불완전판매가 없도록 금융기관 내부통제시스템에 대한 금감원의 철저한 점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하나은행 관계자는 “투자자 성향 분석을 거친 소비자들에게 ‘최고위험 고지’를 했고 자술을 받거나 녹취까지 해 적법한 절차를 밟았다”며 “불완전판매를 막기 위해 신탁 상품은 투자 상품보다 더 자세하게 서류를 작성하게 했고 현재까지 불완전판매 건이나 민원이 1건도 없다”고 밝혔다.

KEB하나은행 금융투자상품 위험도 분류표 및 행내한 자료 발췌.png
KEB하나은행 금융투자상품 위험도 분류표 및 행내한 자료 발췌. 자료=최운열 의원실

하지만 최 의원 측은 “하나은행에 남아 있는 서류는 고객들에게 불리한 것만 남아 있기 때문에 서류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며 “가입시킬 때 ‘중위험’으로 설명하고 서류상에는 ‘고위험’이 고지돼 있다. 대부분의 피해자가 고령층”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 의원 측은 “여러 번 직접 상담을 받으면서 하나은행 직원이 ‘중위험’이라고 밑줄 그어가며 설명한 증거물이 있다”며 “양매도ETN은 은행 등의 신탁상품에 끼워팔기식으로 판매하며 수수료를 챙긴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하나은행 관계자는 “올해 코스피가 –15.2% 하락했지만 양매도ETN은 2.63% 수익이 났다”며 “설명이 미숙하고 부족했을 수는 있지만 가입자들이 최고위험 상품임을 모르고 가입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최 의원 측은 “과거 ELS를 못 팔게 한 결과 나온 상품이 양매도ETN이다. 상품을 눌러서 해결될 문제는 아니고 금감원 등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내놔야 한다”며 “제재보다는 국감을 통해 보완책을 마련하고 불완전판매 상품 전반에 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파이낸셜투데이 강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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