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허준구 뜻 이어 재단 설립…허창수, 남다른 애정
탄탄한 재정 기반, 의료·문화 등 사회공헌 지속

공정거래법이 38년 만에 전면 개편되면서 대기업집단이 설립한 공익법인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일부 대기업이 재단을 설립 목적과 다른 총수일가 지배력 강화 및 사익편취 등으로 악용할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판단했다. 지난 8월 발표한 ‘공정거래법 전부개정안’에 따르면 앞으로 상호출자제한집단 소속 공익법인이 보유한 계열사 주식에 의결권 행사는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공정위의 이 같은 규제에 따라 공익재단이 보다 투명하게 운영될 것으로 기대되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공익법인 전체를 잠재적인 범법단체로 간주해 되레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을 위축시키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공정위에 이어 국세청에서도 대기업이 출연한 200여개 공익재단을 대상으로 탈세 여부를 가리겠다고 나서고 있어 재계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GS건설 사옥. 사진=연합뉴스

GS그룹은 의료·문화를 비롯해 교육 등 사회공헌활동을 지속하는 기업으로 알려져 있다. GS는 현재 남촌재단을 비롯해 GS칼텍스재단·동행복지재단 등 총 3개의 공익법인을 운영 중이다.

이 중 남촌재단과 동행복지재단은 지주사 및 계열사 지분을 일부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6월 기준 ▲남촌재단은 GS건설 76만6160주(1.05%) ▲동행복지재단은 지주자 지분 150만5000주(1.62%)를 각각 들고 있다.

남촌재단은 고(故) 허준구 명예회장의 호 ‘남촌’을 따와 2006년 12월 허창수 GS그룹 회장이 설립했다. 허 회장은 나눔을 강조하던 선친의 뜻을 잇기 위해 GS건설 주식 100억원 상당을 출연했다. 당시 GS건설 역시 재단 설립에 100억원을 보탠 것으로 알려졌다.

재단은 사회 소외계층의 자립기반 조성을 목적으로 ▲의료 지원 사업 ▲교육·장학사업 ▲문화·복지 지원 ▲학술·연구 지원 등 사업을 주로 한다.

특히 질병과 경제적 어려움 등 이중 고통을 겪고 있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의료 지원 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남촌재단은 외래 고액 검사비 및 입원치료비 등 의료비 지원과 환자의 의료 재활을 돕는 의료서비스 지원, 의료 장비 및 보장구 등 의료 제반 기구 지원, 무료병원 지원 사업 등을 진행 중이다.

재단에서 정기적으로 지원하는 병원은 서울대학병원, 고려대 구로병원, 세브란스병원, 서울성모병원, 안산빈센트의원, 요셉의원 등으로 총 8곳에 이른다.

허창수 GS그룹 회장. 사진=연합뉴스

교육사업도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재단은 남촌장학금 지원을 통한 인재 육성, 인성 교육, 학교시설 개·보수, PC 및 사무용품 지원 등을 집행 중이다. 2010년 이후부터는 국내를 넘어 아이티·네팔·캄보디아·터키·필리핀 등 해외에서도 공익사업을 펼친다.

이처럼 활발한 사회공헌활동이 가능한 이유는 재단 이사장인 허 회장의 탄탄한 재정 지원이 뒷받침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2007년부터 허창수 회장은 매년 GS건설 주식을 남촌재단에 증여했다. 올해도 예외 없이 허 회장은 GS건설 주식 일부를 남촌재단에 넘겼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허 회장은 지난달 11일 GS건설 주식 12만2000주(주당 처분단가 52600원)를 재단에 증여했다. 이 때문에 GS건설에 대한 허 회장의 지분율은 기존 10.51%에서 9.41%로 줄었고 남촌재단의 GS건설 지분율은 1.12%(87만8160주)로 늘었다.

허 회장의 남다른 애정으로 출범 초 200억원 정도였던 재단 자산은 전월 기준 464억원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허 회장이 매년 재단에 주식 일부를 증여하는 것이 공정위 규제를 피하기 위한 편법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허 회장은 이미 재단 설립 초부터 일정 부분 GS건설 주식을 증여해왔기 때문에 선친 뜻을 이어 재단을 운영하려는 의지가 드러난 행보였다는 해석에 더 무게가 실린다.

다만 공정위가 대기업 규제대상 기준을 총수일가 지분 30% 초과에서 20%로 낮추는 방안을 추진 중인 가운데 향후 공정위 규제에서 제외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지금처럼 남촌재단에 주식 증여가 이어진다면 GS건설 지분이 20% 미만으로 낮아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파이낸셜투데이 배수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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