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글로벌 동향 및 금융시장상황 점검회의’, 리스크 요인 점검
외환보유고 세계 8위, 경상수지 78개월 연속 흑자 등 정책 여력 있어
은행·비은행 부문 리스크 철저 대비…금융시스템 전반의 안정성 강화

김용범 부위원장(왼쪽 두 번째)이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금융시장상황 점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한국의 대내외 경제 펀더멘털은 여전히 견고하고 충분한 정책적 여력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김 부위원장은 12일 오전 ‘글로벌 동향 및 금융시장상황 점검회의’를 개최해 최근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증시 급락에 따른 동향과 전망을 살펴보고 금융시장의 리스크 요인을 점검하면 이같이 말했다.

전날 코스피는 –4.44%(-98.9p), 코스닥은 –5.37%(-40.1p) 폭락했다. 코스피는 외국인의 4867억원 순매도로 인해 최근 7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 이전 코스피 최대 낙폭은 2011년 11월 10일 유로존 재정위기 당시 이탈리아 디폴트 우려로 글로벌 증시 하락 때 –4.94% 폭락이었다.

이번 국내 증시 폭락 역시 미국 증시가 급락한 것이 원인이었다. 미 증시는 10일 넷플릭스(-8.38%), 아마존(-6.15%), 구글(-4.63%) 등 기술주 중심 폭락으로 다우(-3.15%), 나스닥(-4.08%)를 기록했다.

이에 대해 금융위는 미국 기준금리의 지속적인 인상 전망, 미중 무역분쟁에 따른 실물경제 둔화 우려, 미 증시를 이끌던 IT 기업에 대한 부정적 실적 전망 등이 겹쳐진 결과라고 평가했다.

또한 시장에서는 미국 경기의 역대 최장 기간 확장(2009년 6월 이후 113개월째)에 따른 차익실현에 나선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 부위원장은 “미 증시가 하락하면서 유럽과 아시아 등의 증시가 동반 하락했다. 특히 어제 아시아 증시(중국 –5.22%, 일본 –3.89%, 인도 –2.19%)에서는 중국과 한국이 상대적으로 큰 폭 하락했다”며 “이는 무역분쟁 당사국인 중국, 중국과 무역량이 많은 한국이 상대적으로 큰 영향을 받은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국의 대내외 견고한 경제 펀더멘털을 강조한 김 부위원장은 “대외건전성 측면에서 세계 8위 수준의 외환보유고(9월 기준 4030억달러)를 유지하고 있고 외환보유액 대비 단기외채 비중(6월 기준 31.3%)도 큰 폭으로 감소했다”며 “경상수지도 78개월 연속 흑자를 기록 중이고 재정건전성 측면에서도 다른 국가 대비 충분한 정책 여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거듭 밝혔다.

은행 부문의 단기외화차입 비중이 크게 낮아졌고 외환건전성 지표도 규제 비율을 크게 상회하고 있다.

김 부위원장은 “이러한 튼튼한 펀더멘탈에도 불구하고 미 금리인상, 무역분쟁 확산 우려, 대내외 건전성이 불안한 일부 신흥국 문제 등 외생적인 요인에 따라 금융시장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면서도 “과거에도 외부 충격이 발생했을 때 한국을 포함한 글로벌 증시가 영향을 받았지만 대내외 건전성이 좋은 한국의 경우 다른 신흥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금융시장의 영향이 적었다”고 말했다.

리스크 요인을 사전에 점검하고 충분히 대비한다면 외부 충격에도 한국의 금융시장 변동성을 줄일 수 있기 때문에 철저히 대비해 나가겠다는 입장이었다.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금융시장상황 점검회의. 사진=연합뉴스

이와 관련 미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기조가 계속 유효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최근 미국 장기 국채금리가 급등(10일 기준 3.16%)했다는 점이 강조됐다. 이는 내외금리 차의 역전 폭을 확대시키고 환율 상승으로 이어져 대내외 건전성이 취약한 국가 위주로 외국인 채권자금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

김 부위원장은 “한국은 외국인 채권자금 중 상당 부분을 중앙은행·국부펀드 등 안정적인 투자 행태를 보이는 공공 부문 투자자가 보유 중이다”며 “아직 내외금리 차와 스왑레이트(현물환율과 선물환율의 차이)를 함께 고려한 차익거래 유인이 존재하기 때문에 외국인 채권자금의 급격한 유출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 프로그램 매매나 패시브펀드로 인해 펀더멘털과 무관하게 외국인 자금이 빠질 경우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어 금융기관의 외화유동성 등을 철저히 체크해야 한다는 점도 언급됐다.

향후 대책에 대해 김 부위원장은 “국내외 금융시장 상황을 철저히 분석하고 신중한 모니터링을 추진하겠다”며 “채권·주식·외환시장 추이와 외국인 자금 유출입, 글로벌 자금이동 등 시장동향에 대한 24시간 모니터링 체계를 가동하고 중국과 아시아 신흥국을 면밀히 살피겠다”고 밝혔다.

또한 김 부위원장은 “은행·비은행 부문의 리스크는 없는지 점검해 향후 발생할 리스크에도 철저히 대비하겠다”면서 “시장성부채와 그림자금융의 규모가 점점 커지고 있어 비은행권발(發) 시스템리스크 가능성에도 유의해 비은행권 거시건전성 관리 방안 마련으로 금융시스템 전반의 안정성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파이낸셜투데이 강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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