셧다운제, 온라인게임 결제 금액 제한, 게임 중독물 법안 발의
모바일게임 셧다운제 적용 가능성 점쳐져…韓 게임산업 몰락 가속되나?
성장세 주춤, 2013년엔 역성장도…‘게임 종주국’ 타이틀 뺏길 위기
정부, 게임산업 정책 낙제점…보호하고 발전시켜야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지난해 6월 취임 직후 경기도 판교를 찾아 민관 합동 게임규제 개선 협의체를 구성하고, 게임산업 진흥 정책을 강화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그로부터 1년이 훌쩍 넘은 지금 뚜렷한 성과가 보이지 않는다. 셧다운제, 온라인게임 결제 금액 제한, 게임 중독물 법안 발의 등 규제는 넘쳐나는데 진흥안은 없다. 최근에는 모바일게임에도 셧다운제가 적용될 가능성이 보이고 있다. 얼마 전 시작된 국정감사에는 게임업계 수장들이 대거 증인이나 참고인으로 채택, 줄줄이 불려 나가고 있다.

‘셧다운제’라고 불리는 청소년들의 심야시간 온라인게임 접속을 강제로 차단하는 법은 2011년 10월 처음 시행되기 시작했다. 셧다운제는 만 16세 미만 청소년을 상대로 자정부터 오전 6시까지 게임 접속을 차단한다.

셧다운제는 그간 한국 게임산업의 성장을 저해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1년부터 국내 게임 시장 성장률은 약 8% 줄었다. 2013년에는 사상 처음 마이너스 성장을 겪기도 했다.

◆‘효자’ 모바일게임도 규제 움직임

그나마 다행인 것은 모바일게임의 성장이다. 모바일 기기의 발전으로 국내 게임사들이 모바일게임으로 눈을 돌렸고 폭발적 성장을 이뤄냈다. 실제로 게임백서에 따르면 국내 게임 시장에서 모바일게임 비중은 2009년 4.0%에서 2016년 39.7%로 대폭 늘었다.

모바일게임 시장은 온라인게임 시장 축소 규모를 훌쩍 뛰어 넘는 성장을 이뤘다. 이에 따라 국내 게임 시장 전체 규모는 2009년 6조8000억원에서 2011년 8조8000억원, 2013년 9조7000억원, 2016년 10조700억원 등으로 꾸준히 커졌다.

문제는 모바일게임 시장에 셧다운제 도입이 검토되고 있다는 점이다.

여성가족부는 인터넷게임물을 대상으로 셧다운제 적용대상 범위와 적절성 평가를 이달부터 시작했다. 결과는 내년 4월 발표되며, 적용 게임물은 그해 5월 고시될 계획이다. 이번 평가에서 모바일게임이 셧다운 대상에 포함될 여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모바일게임의 셧다운제도 적용은 2014년, 2016년 평가에서 2019년 5월까지 유예받은 바 있다.

모바일게임에 셧다운제가 도입되면 온라인게임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높다. 모바일게임으로 버텨왔던 한국 게임산업이 크게 위축될 수 있다는 얘기다.

◆자율규제? 사실상 강제규제

2003년 처음 생긴 온라인게임 결제 금액 제한도 게임산업을 저해하는 대표적 규제 중 하나다. 초기에는 월 결제 상한액을 성인 30만원, 청소년 5만원으로 각각 제한하다가 2009년에는 금액을 한 차례 올려 현행 성인 50만원, 청소년 7만원으로 정했다.

게임물 심의를 담당하는 영상물등급위원회 주도로 시작된 이 제도는 법으로 규정된 것은 아니다. 외국에 서버를 두고 결제 방식이 다른 ‘스팀’이나 ‘EA’ 등 글로벌 게임 플랫폼들도 이 제도에서 자유롭다. 그러나 국내 게임업체는 다르다. 게임물관리위원회가 이용등급을 심의할 때 이 결제 한도를 적용하면서 사실상 강제성을 띠게 됐다. 게임물관리위원회로부터 등급을 부여받지 못하는 게임은 국내 서비스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게임산업에 대한 규제 기조는 이번 국정감사에서도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지난 11일 이틀째를 맞이한 국감에서는 ‘4차산업혁명을 이끌어야 할 게임이 핵(비인가 프로그램) 문제로 이용자 수가 줄어들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으며, ‘국내 게임업체들에게 중독장애 치유부감금을 부과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우리나라는 ‘게임 종주국’ 타이틀을 잃어 버릴 위기에 처했다.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국내 게임 시장은 2007년 5조1000억원 규모였고, 2008년 5조6000억원, 2009년 6조8000억원, 2010년 7조4000억원, 2011년 8조8000억원으로 매년 성장했다. 성장률도 2008년 9.0%, 2009년 17.4%, 2010년 12.9%, 2011년 18.5%로 꾸준히 증가했다. 그러나 셧다운제 등 게임산업에 대한 규제가 본격화된 2011년 이후부터는 얘기가 달라졌다.

국내 게임 시장 규모는 2012년 9조7000억원, 2013년 9조7000억원, 2014년 9조9000억원, 2015년 10조700억원, 2016년 10조700억원 등 큰 변동이 없었다. 성장률도 2012년 10.8%에서 2016년 1.6%로 대폭 감소했다. 2013년에는 마이너스 성장(-0.3%)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게임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게임산업에 대한 규제가 실효성이 없다는 점이 판명된 것”이라며 “정부의 게임산업에 대한 규제가 실효성이 있는지를 처음부터 다시 따져봐야 한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게임 산업이 전체 콘텐츠 산업 매출액의 11%, 전체 수출액 중 56%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큰 만큼 작금의 게임산업 몰락이 가속화 된다면 국가경쟁력면에서 큰 피해를 볼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다른 게임업계 관계자는 “안에서는 규제, 밖에서는 중국의 판호 발급 중단 등 게임업계는 안에서도 밖에서도 치일 수밖에 없다”며 “중국 게임사들이 닫힌 자국 시장을 피해 한국 공급에 나서는 상황에서 국내 게임업체들을 보호하고 발전시킬 진흥안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 “정부 게임정책 못하고 있다”

한편, 지난 11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열린 ‘문체부 게임산업 정책평가 및 향후 정책방향 제시’ 토론회에서 문재인 정부의 게임산업 정책이 낙제점을 받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날 행사에서 주제 발표에 나선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중앙대 교수)는 지난 3일부터 10일까지 11일간 학계 42명, 언론계 30명, 산업계 39명, 기타 3명 등 총 114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규제개혁 ▲부정적 인식 개선 ▲글로벌 진출 및 해외 시장 대응 ▲인력 양성 ▲e스포츠 산업 육성 ▲4차산업혁명과 결합을 위한 연구 개발 등 총 7개 부분에 대한 설문을 100점 만점으로 환산한 결과 대부분 50점을 넘지 못했다.

규제개혁은 45.4점, 부정적 인식개선은 39.6점, 글로벌 진출 및 해외 시장 대응은 43.0점, 인력 양성 45.6점, e스포츠 산업 육성 54.4점, 4차산업혁명과 결합을 위한 연구 개발은 47.2점 등이었다.

파이낸셜투데이 한종해 기자

저작권자 © 파이낸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