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장으로 근무하면서 청탁 지원자, 임원 자녀 등 특혜 채용 의혹
구속된 인사부장 등과 공모해 점수 조작, 남녀 비율 인위적으로 맞추기도
동부지법 영장실질심사 출석 ‘묵묵부답’…구속 여부, 10일 밤이나 11일 새벽 결정

10일 오전 영장심사를 받기 위해 동부지법에 출석하는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 사진=연합뉴스

‘채용비리’ 의혹을 받는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이 10일 열렸다.

서울동부지법은 10일 오전 10시 30분 양철한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영장심사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조 회장은 신한은행장을 지낸 2015년 3월부터 2017년 3월까지 신입사원 채용 과정에서 신한은행 임원 자녀들을 부정 채용해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및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다.

또한 조 회장은 2013년부터 2016년까지 은행 영업과 감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외부 인사의 청탁을 받은 지원자를 ‘특이자 명단’, 신한은행 부서장 이상 임직원 자녀들은 ‘부서장 명단’으로 분류한 뒤 90여 명의 지원자를 부정 채용한 것에 일부 관여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최종 합격자 발표에 대한 결재권자가 은행장이라는 것이 검찰의 입장이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17일 김 모 전 인사부장과 이 모 씨를 구속기소하며 업무방해, 고용상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법, 남녀고용평등과일·가정양립지원법 위반 혐의를 공소장을 통해 밝혔다.

그동안 신한은행은 ‘근로자를 채용할 때 남녀를 차별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제7조 제1항과 부모의 직업·재력 등 지원자의 배경이나 인맥·학벌이 채용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블라인드 면접’을 시행하고 모든 지원자들에게 동등한 기회를 부여하고 특정 지원자를 위한 별도의 특혜는 시행하지 않는다는 채용·인사 원칙을 지킨다고 밝혀 왔다.

하지만 서류·면접 전형마다 특이자 명단과 부서장 명단에 있는 사람들을 수시로 은행장 등에게 보고해 평가점수과 상관없이 은행장이 합격, 불합격 여부를 정무적 판단에 따라 별도로 결정하기로 하고 결과에 따라 점수를 조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2015년 상반기(7월 9일 합격자 발표) 신규 행원 모집 때는 임직원으로부터 추천 받은 지원자를 실무 면접에서 ‘면접 내내 산만하게 손을 모으로 움직이는 등 전반적으로 집중하지 못함. 말투, 자세 등이 은행원과 다소 거리감이 있어 10순위를 부여함. 매사 소극적이고 업무에 적합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됨’이라는 평가로 DD 등급을 부여했다.

하지만 이 지원자는 실무 면접 평가가 BB로 상향됐고 면접 의견에서 ‘큰 키의 호감형으로 창구적합도 양호, 입행 준비 양호 등 금융권 준비사항 고려해 B로 평가함’으로 임의 변경 혜택을 받아 부정 합격됐다.

서울 중구 신한은행 본점. 사진=연합뉴스

검찰은 “이 지원자가 합격한 것으로 비롯해 그 무렵 청탁 받은 지원자나 은행 내부 임직원 자녀의 1차 실무자 면접 점수 상향 조작하는 방법으로 5명을 부정 합격시켰다”고 밝혔다.

또한 2016년 상반기(월 일) 채용 때는 학점 미만과 기준 연령 이상인 지원자는 평가하지 않고 탈락시킨다는 속칭 ‘필터링 컷(Filtering Cut)’에 해당되는 청탁 지원자를 재심사해 개별 보고서를 작성하게 하는 방식으로 13명을 부정 합격시켰고 합격권 밖인 48명의 지원자 중 임원면접 점수 임의 조작으로 32명의 남성을 추가 합격시켜 남녀 비율을 76.7% : 23.3%(3:1)로 인위적으로 맞춘 뒤 감사와 금융감독원 검사에 대비해 합격자 자료를 허위로 작성했다.

‘신한은행 채용비리’ 범죄일람표에는 ‘부정채용 혐의 지원자 명단’ 92명과 감사자료 허위 작성에 따른 업무방해 10명의 명단이 공개돼 있다.

검찰은 조 회장이 채용비리로 구속된 인사부장 등과 공모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3일과 6일 검찰에 소환돼 비공개 조사를 받은 조 회장은 이날 동부지법에서 열린 영장심사에 출석했지만 ‘특혜 채용 관여’나 ‘공모’ 여부에 대한 질문에 답하지 않고 법정으로 향했다.

한편 조 회장의 구속 여부는 이날 저녁이나 11일 새벽에 결정될 전망이다.

파이낸셜투데이 강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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