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헌의 보험이야기] 해지환급금예시표를 믿으면 안 되는 이유
[오세헌의 보험이야기] 해지환급금예시표를 믿으면 안 되는 이유
  • 파이낸셜투데이
  • 승인 2018.10.04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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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세헌 금융소비자원 국장.
                            오세헌 금융소비자원 국장.

보험은 위험을 보장하는 것이 본질인데, 저축이나 목돈 마련을 위해 보험을 가입하는 경우가 있다. 이때 가장 궁금해하는 것은 원금 도달기간과 수익률이다. 보험을 중도에 해지하면 손해 본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에 손해 보지 않으려고 미리 확인하는 것이다. 그래서 몇 년간 보험료를 내야 원금에 도달되는지, 몇 년 경과 후 수익률이 얼마인지 궁금하다.

보험을 가입할 때 원금 도달기간과 수익률을 알려면 보험사가 작성, 제시한 ‘해지환급금 예시표’를 보면 된다. 이 예시표는 상품 안내장이나 가입설계서, 약관 등에 기재되어 있는데, 경과기간별 납입보험료와 해지환급금이 표시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를 액면 그대로 믿으면 낭패(손해)를 볼 수 있으므로 조심해야 한다. 왜 그런지 궁금하다.

첫째, ‘해지환급금표’가 아니라 ‘해지환급금 예시표’이기 때문이다.

예시표에는 항상 작성기준이 표시되어 있다. ▲남자/여자 ▲40세 ▲보험가입금액 00원 ▲보험기간 00년 ▲보험료납입기간 00년 ▲공시이율 0.00% 기준 등이 그것이다. 이 기준을 적용해서 산출된 해지환급금인 것이다.

‘해지환급금 예시표’는 대표연령(남자, 여자 40세) 기준으로 예시하므로 연령이 다르면 나와 관련 없는 예시표다. 연령 이외에 보험가입금액, 보험기간, 보험료납입기간, 공시이율 등이 다른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그러므로 ‘해지환급금 예시표’를 내 계약이라고 착각하지 말아야 한다.

실제 해지환급금표는 ‘경우의 수’만큼 존재한다. 그러나 약관의 지면이 한정되어 있으므로 모든 해지환급금표를 수록하기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래서 대표연령 기준의 표를 기재한 후 이를 보고 참조하라고 해서 ‘예시표’라고 부르는 것이다. 본인 계약의 해지환급금은 약관에 없지만, 보험회사 전산망에 이미 수록되어 있다.

중도에 계약을 해지해서 손해를 보면 일부 계약자는 “약관에 이 금액을 준다고 분명히 기재되어 있는데 왜 안 주느냐?”고 큰 소리로 따지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은 ‘해지환급금 예시표’의 의미와 내용을 전혀 모른다는 뜻이다.

둘째, ‘해지환급금 예시표’의 해지환급금은 확정된 금액이 아니기 때문이다.

예시표에 적용한 공시이율 또는 투자수익률이 가입 후 변동되면 해지환급금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예시표의 금액을 확정된 금액으로 착각하지 말아야 한다.

현재 판매중인 금리연동형 상품은 공시이률 변동에 따라 보험금이 달라지고, 실적배당형 상품인 변액보험은 투자수익률 변동에 따라 보험금이 달라진다. 그러므로 보험 가입 시에는 장래에 받을 보험금을 알 수 없다. 보험료 납입경과기간이 지나야 금액이 최종 확정되기 때문이다.

보험 가입 후 공시이율(투자수익률)이 낮아지면 적립금이 적어지므로 받는 보험금(해지환급금)도 적어지고, 반대로 공시이율(투자수익률)이 가입 당시보다 높아지면 적립금이 많아지므로 받는 보험금(해지환급금)도 많아진다. 그래서 보험사들은 ‘해지환급금 예시표’ 하단에 주석으로 “실제 해지환급금은 공시이율(투자수익률)을 적용하여 계산되며, 공시이율(투자수익률) 변동 시 해지환급금도 변동됩니다”라고 표기해 놓고 있다. 결국 가입자가 받는 보험금(해지환급금)은 가입 당시 설명들은 금액이 아니라 실제 받을 때 확정된 금액이다.

셋째, 해지환급금은 낸 보험료가 아니라 저축(투자)보험료로 계산되기 때문이다.

보험상품은 사업비(보험사 경비)를 공제한 나머지 보험료를 운용하는 구조이므로 은행 적금·예금과 다르다. 그러므로 보험사(보험설계사)들이 이를 은폐한 채 “공시이율이 은행 이율보다 2~3배 높다”고 호들갑스럽게 광고하며 가입을 권유하는 것은 잘못이다.

은행은 낸 돈 모두가 원금이 되어 이자가 가산되지만, 보험은 저축(투자)보험료만 원금이 되어 적립(투자)되므로 원금이 은행보다 적다. 따라서 공시이율이 높더라도 원금이 크게 적어 이자도 적다. 사업비 공제가 이자보다 훨씬 크므로 원금을 보전하려면 장기간 보험료를 내야 하고, 변액보험은 가입 후 10년 이상 지나야 한다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문제는 보험사(보험설계사)들이 이런 사실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아서 소비자들이 뒤늦게 피해를 본다. 가입자가 민원을 제기하면 “공시이율이 하락해서 어쩔 수 없다”는 것이고, 소송을 제기해도 법원은 “공시이율 변동 시 해지환급금이 변동된다”는 안내 문구가 예시표에 명시되어 있다”는 이유로 보험사 손을 들어 준다.

필자는 공시이율 명칭을 ‘저축보험료 공시이율’로 바꿔 표기하자고 오래 전에 제안했는데, 감감무소식이다. 보험사들이 알고 있으면서 제대로 알리지 않는 것은 소비자를 현혹하는 일이고, 상도의에 어긋난 일이다. 계약자가 보지도 듣지도 못했는데, 약관에 “해지환급금은 보험료 및 책임준비금 산출방법서에 따라 계산합니다”라고 기재한 후 이를 근거라고 주장하는 것은 뻔뻔스럽다. 올바른 보험사라면 ‘고객만족’을 외치기 전에 산출방법서의 내용을 간략하게라도 가입자들이 알기 쉽게 약관에 기재한 후 명확히 설명했을 것이다.

보험은 위험 보장이 목적이지 저축이 아니다. 보험은 사업비를 차감해서 운용하고 원금 손실이 발생한다. ‘해지환급금 예시표’의 의미를 올바로 이해하고, 보험 가입 후 이율이 달라지면 해지환급금이 변동된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이 정도만 기억한다면 대성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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