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 안정, 증거 자료 있을 개연성 부족’ 주거지 영장 기각, 형평성 논란
차한성·박병대·고영한 등 전직 대법관 겸 법원행정처장도 압수수색
‘삼청동 비밀회동’ 비롯한 일제 강제동원, 전교조 법외노조 등 재판 거래

차량에서 내리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사진=연합뉴스

재판 거래 의혹을 받고 있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에 대한 첫 압수수색이 집행됐다.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사법농단 의혹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30일 오전 검사·수사관들을 보내 양 전 대법원장의 차량을 비롯해 전직 대법관들인 차한성(법무법인 태평양 사무실), 박병대(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사무실), 고영한(서울 종로 주거지) 등을 압수수색했다,

2011년 10월부터 2014년 2월까지 대법관 겸직인 법원행정처장을 맡은 차 전 대법관은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관련 재판과 관련해 2013년 말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을 만나 재판 진행을 논의했다는 소위 ‘삼청동 비밀회동’의 장본인으로 지목받은 바 있다.

태평양전쟁 강제동원 피해자 9명이 일본 신일본제철과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1965년 한일청구권 협정으로 피해자들의 청구권 소멸’이라는 1, 2심 판결에 대해 2012년 대법원은 “일본 기업이 배상책임을 져야 한다”는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이후 고등법원은 신일본제철(1인당 1억), 미쓰비시중공업(8000만원)이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하지만 김 전 실장이 차 전 대법관 등을 삼청동 공관으로 불러 판결 번복을 요구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뒤 선고가 미뤄져 아직까지 결론이 나지 않았고 소송을 제기한 피해자 9명 중 7명이 사망했다.

이에 대해 김 전 실장은 지난 14일 검찰 조사에서 ‘삼청동 비밀회동’ 사실을 인정하면서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보고했다”며 “국익을 위한 회동이었다”고 진술했다.

2014년 2월부터 2016년 2월까지 법원행정처장을 맡은 박 전 대법관은 ‘삼청동 비밀회동’ 당시 차 전 대법관과 함께 김 전 실장의 부름을 받은 인물이다. 또한 옛 통합진보당 지방의원 지위확인 소송 개입 등을 비롯해 박 전 대통령 최측근인 박채윤 씨 특허분쟁 소송 당시 우병우 전 민정수석으로부터 “박 전 대통령의 관심 사건이니 직접 챙겨 달라”는 요청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2016년 2월부터 2017년 5월까지 법원행정처장을 맡은 고 전 대법관은 전교조 법외노조 소송, 부산 스폰서 판사 비위 의혹 무마를 위해 재판에 개입하고 영향을 미친 혐의를 받고 있다. 특히 2014년 10월 전교조 법외노조 소송 당시 노동부가 대법원에 접수한 재항고 이유서가 청와대로부터 전달 받아 제출한 것으로 확인돼 청와대 개입 의혹이 불거졌고 그 과정에서 고 전 대법관과 연락을 주고받은 정황이 일부 포착됐다.

차한성, 박병대, 고영한 전 대법관(왼쪽부터). 사진=연합뉴스

이에 검찰은 최종 책임자인 양 전 대법관과 3명의 전직 대법관들이 대법원과 법원행정처가 연루된 각종 재판 거래 등과 관련해 부당한 지시를 했거나 보고 받은 것으로 의심하고 압수수색 영창을 청구했다. 하지만 법원은 매번 영장을 기각했다.

따라서 법조계는 법관 사찰, 일제강제 징용 재판 개입, 전교조 법외노조 판결 등에 깊숙이 개입한 의혹을 받는 이들 4명에 대한 첫 압수수색을 양승태 사법부 윗선 수사의 신호탄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하지만 검찰이 재판 거래 의혹을 수사한지 석 달여 만에 처음 발부된 압수수색 영장이 양 전 대법원장의 주거지를 제외시켰다는 점에 대해 아쉽다는 지적이다.

주거 안정의 가치가 중요하고 주거지에 증거 자료가 있을 개연성이 부족하다는 것이 주거지 영장 기각의 사유로 알려져 또 다른 형평성 논란의 발화점이 될 가능성이 있다.

한편 검찰은 이날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자료를 분석한 뒤 이들에 대한 소환조사를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파이낸셜투데이 강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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