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명에서 2명으로 압축 그리고 사실상 내정…발표는 내주?
국민연금 상반기 수익 0.9%에 그쳐 ‘본부장 공석보다 시장 여건 영향’
전북혁신도시로의 이전이 고용 방해 원인?…기득권 세력의 언론플레이 주장

지난 17일 서울 종로 KT스퀘어에서 열린 국민연금 대토론회에 참석한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가운데). 사진=연합뉴스

국민연금의 기금운용본부장(CIO·이하 본부장) 임명을 위한 절차가 진행 중인 가운데 임명 발표 시기를 조율 중이라는 주장과 시간이 더 걸릴 거라는 주장이 엇갈렸다.

본부장 공모는 올해 2월 1차 공모 때는 ‘적격자 없음’으로 결정됐지만 7월 2차 공모에서는 최종 5명이 후보로 결정돼 인사 검증 절차가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국민연금 측은 말을 아끼고 있지만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인사들은 2명으로 압축됐다는 주장과 본부장은 이미 정해졌다는 주장을 폈다.

본부장 후보 중에서는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가 가장 많이 거론됐고 그 다음으로 기금운용본부 실장으로 활동했던 안효준 사장(BNK금융지주 글로벌 총괄부문장)이 거론됐다.

이외에 이승철 전 상무(산림조합중앙회 신용 부문), 장부연 전 대표(미래에셋자산운용 경영관리 부문) 그리고 주진형 전 사장(한화투자증권) 등 총 5명이 인사 검증 대상이라고 전해졌다.

이들 중 1명은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에 의해 선정되고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의 승인을 거쳐 본부장에 임명된다.

유력 후보로 알려진 류 대표는 서스틴베스트와 국민연금 간 리서치 용역 계약 체결로 자격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지만 계약상 ‘을’의 입장이어서 본부장 임명에 문제는 없을 거란 전망이 대체적인 반응이다.

류 대표는 문재인 정부의 ‘사회적책임투자’ 강화라는 정책 방향성에 어울리는 인물이다.

무기, 노동착취, 환경오염 등 사회적으로 해로운 기업에는 투자하지 않고 윤리성이 높은 기업에 투자해 수익률을 높이는 ‘사회적책임투자’와 관련해 류 대표는 국내 최고 전문가라는 평을 받고 있다.

최고의 해외투자 전문가로 알려진 안 사장 역시 기금운용본부를 비롯한 많은 관계자들로부터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는다.

정용건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집행위원장은 “두 사람 모두 본부장으로 손색이 없는 인물이고누가 되든 빨리 임명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도 “마지막 확인 절차까지 마치려면 당장 임명은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에 참여하는 민주노총의 한 관계자는 “본부장 임명이 늦어지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니다”며 “기금운용본부는 한 사람의 결정이 아니라 시스템으로 운영된다”고 강조했다.

본부장 임명이 급하다고 주장하는 쪽은 올해 상반기 국민연금의 낮은 수익률을 지적한다.

올 상반기(6월 말 기준) 국민연금은 총 0.9%의 수익에 머물러 있다.

총 638조5000억원의 자금 운용으로 글로벌 3대 기금인 국민연금은 국내주식(19.5%, 124조7000억 투자)에서 손실(-5.3%)을 기록 중이다. 연말까지 수익으로 전환될 수 있지만 지난 한 해 25.88%의 수익을 따라잡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하지만 해외주식(18.6%, 118조9000억)은 4.57% 수익 중이고 비중이 가장 많은 국내채권(46.6%, 297조6000억)은 1.22% 수익 중이다. 이어 대체투자(10.9%, 69조5000억)은 4.89%, 해외채권(3.8%, 24조6000억)은 3.25%, 단기자금(0.3%, 1조8000억)은 1.31% 수익 중이다.

허연찬 기금운용본부 과장은 “올해 국민연금의 연환산 수익은 1.47%로 추정된다”며 “지난해 7.26%에 비해 수익이 낮은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이어 허 과장은 “본부장이 위원장으로 있는 내부투자위원회는 8명의 실장과 2명의 팀장이 참여해 (투자와 관련해) 안건을 상정하고 심의·의결 후 투자를 결정한다”면서 “대외적으로 본부장이 책임지지만 수익은 시장 여건 등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성과가 떨어진 이유는 시장의 흐름에 맞게 코스피 움직이는 대로 운용하는 국민연금의 소극적 전략이 원인이라는 설명이었다.

실제 국민연금은 지난해 7월 강면욱 본부장이 사임한 뒤에도 연말까지 최종 7.26%의 수익을 확정한 바 있다.

전북 전주시의 국민연금공단 본사 전경. 사진=연합뉴스

그럼에도 본부장 임명과 관련한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이 논란의 핵심은 국민연금의 수익률보다 기금운용본부의 이전과 밀접한 관련이 있어 보인다.

이와 관련 지난 17일 송하진 전북도지사는 “지난해 2월 국민연금공단이 서울에서 전북혁신도시로 이전한 뒤 기금운용본부의 인력 고용을 방해하는 요인이 지리적 위치라며 돼지 가축 분뇨 냄새가 나고 논밭에 둘러싸인 변두리로 폄하하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면서 “국민연금공단이 있는 전북혁신도시는 KTX를 비롯한 교통이 발달한 교통요지 익산과 20여 분 거리에 위치해 있고 1시간 반 내외면 수도권에 도착할 수 있는 곳”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하지만 논란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김순례 자유한국당 의원은 28일 “국민연금 해외사무소에 파견 중이었던 직원 가운데 13명 중 8명이 퇴사했다”며 “업계에서는 해외사무소 직원들의 줄 사퇴 원인으로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영본부의 전주 이전을 꼽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전북도의 한 관계자는 “기금운용본부를 그만둔 사람이나 기존의 기득권 세력들이 언론플레이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결국 국민연금을 다시 서울로 옮기라고 주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북도의 한 관계자는 국민연금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이르면 다음 주에 본부장이 임명될 것이라는 소문이 있다”며 “조건에 맞는 인물을 찾기 위해 임명이 늦어진 만큼 새 본부장이 임명되면 모든 논란이 가라앉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파이낸셜투데이 강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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