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주식 처리금액 쑥…한시적 무료 이벤트 봇물
“시장 독과점 유발 가능성”…해외로 번질 우려

사진=연합뉴스

해외주식 거래가 늘어나면서 증권사의 국내주식 무료수수료 전쟁이 해외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지난 19일까지의 매도액 113억9627만달러(12조7638억원)와 매수액 131억4683만달러(14조7244억원)를 합친 전체 해외주식 예탁결제처리금액은 245억4310만달러(27조4907억원)다.

이는 지난해 연간 전체 처리금액인 227억1417만달러(25조4387억원)를 훌쩍 넘어선 수준이다.

국가별로는 미국이 163억4374만달러로 전체 금액의 66.6%를 차지했다. 이어 홍콩(42억8426만달러), 일본(13억9858만달러), 중국(12억1679만달러), 기타국가(11억9893만달러), 유로시장(1억달러) 순이었다.

해외주식 직구는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예탁원이 처음 자료를 제공한 2011년 연간 전체 처리금액이 30억달러에 불과했지만 2013년 52억2189만달러, 2015년 139억7853만달러로 늘어나면서 현재는 250억달러에 육박한다.

해외주식에 대한 투자자들의 선호도 높았다.

삼성증권이 해외주식세미나 참석고객 571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60.7%는 향후 해외주식투자를 더 늘리겠다고 답했다. 유지하겠다는 답변도 31.1%를 차지해 응답자의 91.8%가 해외주식투자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줄이겠다는 답변은 8.2%에 불과했다.

자신의 금융자산 중 해외 비중을 얼마까지 늘리겠느냐는 질문에는 응답자의 52.6%가 최대 30%까지 확대하겠다고 답했다.

증권사들은 해외주식 수수료 관련 이벤트를 쏟아내며 고객 모시기에 나섰다. 지난해부터 치열하게 펼쳐진 국내주식 수수료 인하 경쟁이 해외로 번진 셈이다.

국내주식 수수료는 증권사들이 인하 이벤트와 한시적 무료수수료를 제공하면서 경쟁이 치열해졌다. 최근에는 평생 무료까지 등장하는 추세다.

NH투자증권은 이번 달 말까지 모바일 증권 ‘나무’로 비대면계좌를 개설하는 신규고객에게 온라인 국내주식 수수료 평생 무료를 적용한다. 삼성증권은 지난 3월에 수수료 평생 면제 이벤트를, 하이투자증권은 지난 4월 신규·휴면고객을 대상으로 수수료 100년 무료 이벤트를 진행한 바 있다.

해외주식에도 일정 기간 무료수수료와 할인을 제공하고 있다.

교보증권은 타 증권사에 보유 중인 해외주식을 자사 계좌로 옮기는 고객에게 상품권을 지급하는 이벤트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수수료 부담을 낮추고자 내년 말까지 한시적으로 해외주식 수수료를 미국 0.3%에서 50% 인하된 0.15%, 중국·홍콩 0.3%에서 33% 내린 0.2%를 적용한다.

대신증권은 해외증권계좌를 처음 개설한 고객을 대상으로 미국주식 수수료를 1년간 면제해주는 ‘미국주식 수수료 무료 이벤트’를 12월 말까지 진행하고 있다.

이베스트투자증권도 미국주식 수수료를 최대 1년까지 무료로 적용하는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타 증권사 계좌의 미국주식을 1주라도 이베스트투자증권으로 옮기면 1개월간 수수료가 무료고 10만달러 이상 입고하면 1년간 거래 수수료가 무료다.

예탁원도 지난 1일부터 해외주식 수수료를 낮췄다. 미국·홍콩·중국·일본·베트남 5개 나라의 외화 증권 수수료를 인하하기로 했다. 국내 투자자가 가장 많이 투자하는 5개국 수수료를 낮춘 것이다.

미국주식의 수수료는 건당 4달러에서 3.5달러로 12.5% 낮아졌다. 홍콩과 중국은 건당 8달러에서 7.5달러로 6.3% 내렸다. 일본은 8달러에서 6달러로, 베트남은 20달러에서 18달러로 각각 25.0%, 10.0% 인하했다.

과도한 경쟁에 대한 일부 우려도 제기된다. 최근 전국사무금융노조는 간담회를 열고 “무료수수료 경쟁이 지속되면 결국에는 대형 증권사 몇 곳을 중심으로 한 독과점 시장이 형성될 것이다”며 “장기적으로는 소비자에게 피해가 돌아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해외주식 수수료 낮추기 경쟁이 과도해지면 국내 수수료 경쟁과 비슷한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며 “당장 점유율을 늘리기 위해 수수료를 낮추거나 무료화하면 독과점으로 변하고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중소형사부터 타격을 입을 것이다”고 말했다.

파이낸셜투데이 김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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