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두 번째 검찰 소환, 네 번째 포토라인에 선 조 회장
칼잡이 바꾼 검찰의 자신감 “수사 과정에서 새로운 혐의 포착했다”
다각도에서 ‘보강수사 이뤄진 듯’ 전망 나와…‘무리한 수사’ 비판도 제기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20일 오전 남부지검에 출석했다. 사진=연합뉴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구속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른 가운데 구속 가능성이 높아진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조 회장은 20일 오전 서울남부지방검찰청에 출석해 올 들어 검찰에 두 번째 소환됐다.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김영일 부장검사)는 공정거래위원회가 8월 고발한 혐의와 수사 과정에서 새롭게 포착한 횡령 혐의를 조사하기 위해 조 회장을 소환한다고 밝혔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달 13일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지정을 위해 공정위에 제출하는 자료에서 총수일가가 소유한 4개 회사(태일통상, 태일캐터링, 청원냉장, 세계혼재항공화물)와 총 62명의 친족을 누락한 행위로 조 회장을 고발하기로 결정했다.

공정위는 매년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지정을 위해 공정거래법 제14조 제4항에 따라 각 기업집단에 계열회사 현황, 친족 현황, 임원 현황, 계열회사의 주주 현황, 비영리법인 현황, 감사보고서 등의 자료(이하 지정자료) 제출을 요청하고 있다.

한진그룹 총수일가가 소유한 4개 회사는 조 회장의 처남 가족 등이 지분 대부분을 소유(60~100%)하고 있고 대한항공, 진에어 등 ‘한진’ 계열사에 기내용품을 납품하는 등 밀접한 거래 관계를 장기간 유지해 오고 있는 회사이다.

누락된 친족 62명은 조 회장이 대표이사로 재직 중인 대한항공의 비서실에서 명단을 관리해왔지만 지정자료 제출 당시 누락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공정위는 4개 위장 계열사에 대해 미편입 기간 동안의 부당 지원‧사익편취 혐의, 누락 친족 62명과 연관된 계열사 주식 소유 현황 허위 신고 여부에 대한 조사를 확대해 지정자료 허위 제출 행위를 엄정하게 제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공정위가 고발한 혐의로 조 회장이 구속될 지는 미지수이다.

정창욱 공정위 기업집단정책과장은 “구속 여부는 검찰과 법원이 판단할 문제”라면서도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구속된 사례가 없다”고 말했다.

공정거래법을 위반하면 벌금 처벌을 받는 것이 일반적인 사례임에도 검찰은 조 회장을 소환했다. 특히 이번 두 번째 소환이 조 회장에 대한 네 번째 포토라인에 세우기여서 검찰이 무리한 수사라는 비판을 받아가며 부담을 안을 이유가 없어 보인다. 따라서 단순 조사 차원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 업계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앞서 6월 28일 검찰은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등 수백억 원대에 달하는 상속세를 탈루하고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조 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한 바 있다.

검찰에 따르면 조 회장은 선친인 조중훈 전 회장의 프랑스, 스위스 등에 있는 해외 자산을 물려받는 과정에서 500억원이 넘는 상속세를 납부하지 않았다.

또한 조 회장은 2000년 A 약사와 이면계약을 맺고 한진그룹 계열사가 보유한 건물에 저렴한 가격에 약국을 개설하게 한 뒤 수십억 원 이상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를 받았고 일가 소유인 면세품 중개업체를 통해 소위 ‘통행세’ 등을 걷는 방식으로 200억원 이상의 부당이득을 챙겨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도 받았다.

이에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김종오 부장판사)는 7월 2일 특가법상 횡령·배임·사기, 약사법 위반 등 5개 혐의를 적용한 뒤 “조 회장이 혐의를 부인하고 있어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하지만 서울남부지법 김병철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피의사실에 대해 다툼의 여지가 있고 피의자 방어권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이후 검찰은 7월 19일 중간간부 인사 단행 때 ‘대한항공 담당 칼잡이’를 김영일 부부장검사로 교체했다. 이에 대해 대검찰청 측은 사건을 꿰차고 있는 ‘주임검사(김영일) 유임’이라고 밝혔다. 김영일 부부장검사가 사건을 꿰차고 있기 때문에 조 회장 사건을 끝까지 파헤치겠다는 입장이었지만 민감한 사안에 대해 칼잡이를 바꾼다는 것은 예리한 칼을 뽑거나 무딘 칼을 뽑거나 둘 중 하나로 보는 시각이 많다.

이날 조 회장 소환은 담당 검사가 바뀐 이후 첫 소환이다. 또 공정위 고발보다는 ‘수사 과정에서 새롭게 포착한 횡령 혐의’라고 밝힌 검찰의 소환 이유가 조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청구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까지는 ‘새로운 증거 확보 등 보강 수사’가 이뤄졌다는 검찰 관계자 등의 발언이 여기저기에서 전해지고 있다.

따라서 일각에서 제기하는 ‘무리한 수사’라는 비판에도 조 회장을 소환한 검찰이 무딘 칼보다는 예리한 칼을 뽑을 확률이 높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해졌다.

파이낸셜투데이 강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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